"물가가 올라서 지난해보다 식비가 월 50%나 늘었다. 식비가 매달 100만 원 가까이 나와서 여기 와서 저녁 먹는 날만 기다린다"
7일 오후 서울 청룡동 한 교회에서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이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한 무료 저녁 식사 제공을 한다. 볶음밥과 미역국 등 배식받던 31세 직장인 한 씨는 "고물가 시대에 혼자 자취하는 게 쉽지 않다. 힘이 된다"며 웃었다. 고물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청년들 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복지관은 저녁 2시간 동안 식사를 준비해 주는데 샌드위치, 과일 도시락, 커피 등 포장 메뉴도 가능하다. 인근 청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이날 교회를 찾은 청년 17명은 20대 사회초년생부터 직장인 3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홀몸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지원하던 복지관에서 2030을 지원하는 것은 고물가로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를 아르바이트로 이어가고 있는 한 씨는 "밖에 나가면 다 돈이라서 거의 집에만 있는데 식비 아끼려고 용기 내서 왔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이 아닌 곳에서 사람들과 오랜만에 대화했다"라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제공된 과일을 보면서 반가워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칼퇴근하고 이곳으로 달려왔다는 공무원 전 씨는 "요즘에 식비가 올라서 끼니 때우기 급급하다 보니까 과일 먹을 일이 적다. 귤 나오는 걸 보고 너무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냉독식품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취생들이 집에서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게 냉동식품 지원을 하기도 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나눔 냉장고'는 매달 2, 넷째 주 목요일 즉석밥 빈 용기 하나를 가져오면 냉동식품 1개를 준다. 최대 5개까지 받을 수 있다.
대학생 김 씨는 "냉동 볶음밥, 냉동 치킨, 냉동 만두 등 한 번에 5만 원어치 받기도 한다. 재활용품을 활용해서 한 달에 10만 원 가까이 아낄 수 있어서 도움 된다"라고 말했다. 끼니와 교류를 해결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관악구의 비영리단체는 밥상 동아리를 운영해 1인 청년들에게 식사와 교류를 함께 제공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악구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밥상 동아리는 2030세대들에게 식재료를 주고 공유주방에서 함께 요리한 음식을 나눠 먹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끼니 해결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밥상 동아리를 찾은 직장인 37세 안승균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오니 한 달에 열 번 정도 오는 것 같다. 한 달 식비를 15만 원 정도 절감할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고 혼밥 대신 함께 식사할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식사를 제대로 챙기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이러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밥상 동아리 관계자는 "관악구 청년 1인 가구가 많다. 식사라도 한 끼 챙기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은둔, 고립된 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비율이 더 높다.
작년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하루 한 끼 식사를 하는 고립 청년들 비율은 13%로 일반 청년들 하루 1끼를 먹는 비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밥상 동아리를 자주 찾아온다는 대학생 정 씨는 "식비를 아끼려고 매주 3, 4차례 정도 지하철을 타고 온다. 우울증이 있었는데 밥상 동아리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며 성격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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