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경기도의 A 사립대 강의실은 수업이 시작됐지만 10명도 되지 않는 학생들만 자리에 앉았다. 전공과목도 아닌 교양과목이라 여러 학과의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지만 출석률은 저조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은 물론 교정조차 학생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간호학과 2학년 B 씨는 "경영학과 신입생이 올해 8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라고 전했다. 이 대학은 2023년 신입생 충원율이 절반을 가까스로 넘은 58.3%이다. 지난해는 26.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부실대학으로 선정되어 국가재정지원 제한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학자금 대출이나 국가장학금이 제한되며 대학 경쟁력이 떨어진다. 2040년엔 지방대 60%가 소멸된 것
2040년에는 절반 이상의 대학들에서 신입생을 채우기 힘들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균관대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40년엔 절반 이상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과 같은 25만 명 출생아와 대학 입학정원이 47만 명이 유지된다는 가정에서이다.
2046년에는 시, 도별 대학이 생존할 가능성은 경남 21.7%, 전남 19.0% 전북 30.0% 부산 30.4% 울산 20.0% 등 50%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다. 양 교수는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지역 간의 경제력 불균형이 점차 심화되고 지방대학의 소멸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40년엔 지방대의 60%가 소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대를 위기로 몰고 있는 대학 공동화 현상이 수도권 대학들까지 위협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방대를 위기로 내모는 대학 공동화 현상은 이제는 수도권까지도 북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2024년 부실대학은 대구예술대, 경주대를 비롯한 일반대 6개교와 웅지세무대 포함 전문대 5개교다.
총 11개 대학 중 7개는 지방대학이지만 수도권에 있는 대학도 4개나 된다. 2023년 정시 모집 중 지방대의 86.6%는 미달로 분류되는 기준인 경쟁률 3:1을 넘기지 못했다. 대학구조개혁 효과 미미했다.
대학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부실대학 또한 늘어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에 의한 교지, 교사, 교원, 기본재산 등의 최소 요건만 충족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학원 늘어나듯이 전국에 대학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그만큼 부실대학도 급증해졌다.
정권마다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해 보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부실대학은 청산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법안이 나왔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부실 위험이 높은 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사업양도와 재산 처분, 통폐합 방안이 담겨있다. 정부의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는 사학재단이 대학의 문을 닫으려고 해도 폐교 때 학교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이 같은 법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통과를 서둘러야 된다.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학의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줄어들고 있는 학생 수와 지방대의 위기를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재정 지원 방식은 대응할 수 없다. 대학 교부금 확대를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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