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 ‘유로 7(Euro 7)’을 발표했다. 당초 유로 7은 작년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완성차 업계가 반발하며 세 번이나 미뤄져 왔다. 본래 유로 7은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탄소(CO2)를 배출량을 현행 유로 6 기준의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폭스바겐과 르노 등이 포함된 유럽 자동차 제조협회(ACEA)는 유로 7 대응 비용만 수백만 유로 단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유럽연합은 유로 7을 보다 현실적인 기준으로 완화하게 됐다. 하지만 안 그래도 비싼 신차 가격이 유로 7 도입에 따라 더욱 큰 폭으로 인상될 조짐이 보여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된다.
글 이정현 기자
단순해진 배출가스 규정
대신 타이어 분진 잡아야
우선 현행 유로 6에 따르면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가솔린 60mg/km, 디젤 80mg/km다. 유로 7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가솔린과 디젤 상관없이 60mg/km로 통일된다. 따라서 가솔린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디젤만 20mg/km 감소하면 된다. 절반 이하로 감소해야 했던 초기 계획과 비교하면 크게 완화된 수준이다.
대신 배출가스 이외의 새로운 규제가 몇 가지 추가됐다. 유로 7이 도입되면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배출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이는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 수소차도 모두 해당한다. 아울러 유로 6 배출가스 기준은 신차 출고 후 5년 및 10만km 범위에서도 배출가스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유로 7부터는 10년 및 20만km로 두 배 강화된다.
배터리 내구성 기준 도입
제조원가 21만 원 오를 듯
또한 전기차 배터리 내구성 기준도 신규 도입된다. 차량 노후화에 따라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통해 노후 전기차를 운행하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되는 핵심 원료 사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유로 7 배출가스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에게 부담되는 제조원가 인상폭은 대당 90유로(약 13만 원)에서 150유로(약 21만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출가스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초기 계획대로였다면 원가 인상폭이 304유로(약 42만 원)가 됐겠지만 규정을 완화하며 비용 부담도 줄었다는 게 유럽연합의 설명이다.
700만 원 오를 수도 있다
암울한 자동차 시장 전망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와 상반된 반응을 내놓았다. 토머스 셰퍼(Thomas Schäfer) 폭스바겐 CEO는 “소형 해치백 폴로의 경우 최소 3천 유로(약 417만 원)에서 많으면 5천 유로(약 696만 원)까지 신차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준중형 해치백인 골프와 중형 세단 아테온, SUV 라인업 등의 가격은 이보다 인상 폭이 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지만 소형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머스 셰퍼 CEO는 “저렴한 가격이 메리트인 소형차 가격이 700만 원가량 오른다면 소형차의 존재 가치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며 “그럴 바에는 내연기관 신차를 내려놓고 전기차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드는 인기 소형 해치백 피에스타의 시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내년 단종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로 7 규정은 오는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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