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별세

아던트뉴스

2023.09.18 10:59:24

조회 431 추천 0 댓글 0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사진=페르난도 보테로 SNS

지난 15일 콜롬비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화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페르난도 보테로가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현지 일간지 엘티엠포,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의하면 페르난도 보테로는 이날 모나코의 병원에서 지병으로 인해 별세했으며 페르난도 보테로 딸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고 매체들은 밝혔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뚱보 화가', '남미의 피카소' 등으로 불린 예술가였다. 60년 넘게 대중에게 보였던 특유의 '보테로모프' 화풍 때문인데 마치 풍선처럼 부푼 사람과 사물을 화려한 색채로 덧입혔다.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리타'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작품을 페르난도 보테로 특유의 화풍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유명하며 '만돌린'은 페르난도 보테로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다.

그는 몸통이 동그란 악기인 만돌린을 그리다가 영감을 얻게 됐고 그때부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입체파의 거장으로 불리는 피카소에게 악기 기타가 주요 모티프가 된 것처럼 말이다.

페르난도 보테로 작품 /사진=페르난도 보테로 SNS

페르난도 보테로의 수많은 작품에는 지난날 살아온 생애와 고국 사회 전반이 그대로 녹아있다.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난 페르난도 보테로는 겨우 네 살 때 아버지를 잃게 됐다. 이후 그에게 아버지같은 존재가 돼준 삼촌의 권유로 소년 시절에 투우사 양성 학교에 다니게 됐다.

투우장은 소년 페르난도 보테로를 투우사가 아닌 예술가 면모를 개화시켜 주었다. 소년은 투우장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는데 투우장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으로 투우사 특유의 화려한 복장과 경기장에서 펄럭이는 강렬한 색채의 깃발들이 소년의 예술적 감성을 뒤흔들었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이후 투우사와 황소를 그려냈고, 그림을 본 삼촌은 화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투우사 양성 학교를 그만두게 했다. 화가를 꿈꾸게 된 페르난도 보테로는 생계를 위해 신문 삽화 등을 그렸는데 16세였던 1948년 첫 작품 발표회를 시작으로 미국 및 유럽에서 전시회를 열어 이름을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다.

페르난도 보테로 작품 (커플 골) /사진=페르난도 보테로 SNS

페르난도 보테로는 이후 스무 살 무렵 유럽으로 넘어가 1년을 보내게 됐다. 고야, 벨라스케스 등 르네상스 명화를 모사해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해 나갔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뚱보 화가'로 알려졌지만, 그는 생전 "나는 뚱뚱한 사람을 그리는 게 아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사람, 과일, 동물이 가진 관능적 느낌을 표현할 뿐이라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이 같은 풍만함을 그려내는 이유에 대해서 "현실은 상당히 메말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페르난도 보테로의 해학적 그림 속에는 현실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담겨있다. 그는 종교적 상징과 정치인을 캠퍼스로 끌고 와 웃음거리 광대로 그려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2005년에는 미국 감옥에서 학대당하던 이라크 포로들의 사진을 그의 특유 화풍으로 그려내 미술계 논쟁에 불을 붙여 한동안 큰 화제가 됐으며 고국인 콜롬비아 내에서의 뿌리 깊은 마약 문제 등 부조리와 폭력을 작품 소재로 거침없이 다루기도 했다.

페르난도 보테로 작품 (사랑하는 커플과 함께 피크닉) /사진=페르난도 보테로 SNS

또한 페르난도 보테로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다. 그는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페르난도 보테로 전'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그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부터 양감(볼륨)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에 갔다가 양감이 나타나는 작품들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솔직하게 선보였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생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그가 남긴 조각, 그림 등 수많은 작품은 무려 3,000여 점에 달한다. 80대에도 하루 8시간씩 그림을 그린 그는 과거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그리다 죽고 싶다"며 예술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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