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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의 미묘한 긴장감...미소 뒤에 숨겨진 '우방국 경쟁'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8 1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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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배포한 이 사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7월 3일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울=서울미디어뉴스] 배경동 기자 =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안보동맹국 역할을 해왔던 중앙아시아 지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중국과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이 지역의 지배권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은밀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양국이 미소를 띤 채 악수를 나누고 있지만, 속으로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자(현지시간) 지면에서 "'무제한 협력'을 약속한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러시아 뒷마당 중앙아시아에서는 '프레너미'(친구이자 적)로 바뀌고 있다"면서 "과거 구소련을 구성했던 이 지역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장악력이 느슨해진 가운데 중국 영향권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을 때, 푸틴은 대외적으로는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누구에게도 불리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를 묵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지나친 개입으로 글로벌 야망이 확대되는 것에 내해 내심 엄청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앙아시아에서 전통적인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극에서처럼 중앙아시아에서도 모스크바는 전쟁 수행을 위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주요 안보 제공국으로서, 중국은 개발과 투자에 중점을 두며 암묵적인 분업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까지 높이면서 러시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역 경제를 자국의 궤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의 투자는 이 지역의 젊은 노동자들을 러시아 대신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고, 중국 자금으로 건설되는 철도는 러시아 영토를 우회해 유럽과 연결될 예정이다.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정상은 지난달 초 1997년부터 논의해 왔던 철도 연결 협정에 서명했고, 중국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는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에 따라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교역 규모는 2016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해 980억 달러(약 136조 원)에 달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중국이 무역 상대국 1위에 올랐다. 또한, 작년 러시아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인 수가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 자본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증가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교 성향도 바뀌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큰 변화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연구원 테무르 우마로프는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하드웨어를 제공하지만,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목표에 투자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정치 체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더 중국에 의지하게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엘리트들의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아직도 러시아와 깊이 얽혀 있고, 러시아어가 통용어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기관 '중앙아시아 바로미터'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사람들은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선호한다. 또한, 중앙아시아 주민들은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탄압과 반중 감정 때문에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엘리트 고교 유학생 유치 등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타 중앙아시아 지역을 자국의 우호국으로 변모시키려는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다시 자신의 세력권으로 붙들어 두려고 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이 러시아 입장에서 남아시아 시장 연결 통로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심으로 이 지역을 확실하게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수년간 러시아와 중국은 이 지역에서 암묵적인 분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까지 강화함으로써 그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겉으로는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만남의 장소가 중앙아시아 5개국의 핵심인 카자흐스탄이라는 점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인도 모디 총리의 행보다. 중국과 국경 갈등이 격화된 인도는 이번 SCO에서 모디와 시진핑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모디 총리는 대신 외무장관을 보냈다.

모디 총리는 8일 모스크바에서 푸틴과 만날 예정인데, 이는 시진핑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모디 총리가 시진핑과 같은 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불참한 것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이번 모디의 불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또한, 모디 총리가 중국이 SCO를 서방진영의 군사 및 경제블록에 대응하는 사회주의 동맹으로 만들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VOA에 따르면, 실제로 SCO 회원국들은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력과 서방 민주주의에 대해 경계해 왔으며, SCO의 경제적·군사적 결속을 다지려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 인도와 러시아 모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SCO가 군사적 블록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은 SCO를 경제적 블록으로 만들려 하지만, 인도와 러시아가 이를 견제하고 있어 SCO의 리더십이 혼선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수년간 중국의 많은 이니셔티브를 차단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 제재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점차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자존심이 상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에서의 지배력도 중국에게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이란, 파키스탄, 인도 등을 SCO에 끌어들여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려 했으나, SCO가 다양한 의견 차이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벨라루스를 SCO에 가입시킨 것도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려는 푸틴의 계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에 대해 비판적이며,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며 반러시아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철권 통치와 종교 탄압, 비인권적 통치에 대한 반감도 있다.

결국,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은밀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싸움이 되고 있다. 힘과 권력으로만 하려는 외교의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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