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휴대전화가 형식상 몰수 요건에 해당한다고 해도 타인 명의에다, 범행에 직접적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등의 참작할 사유가 있다면 그대로 몰수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죄와 관련성보다는 사적 정보저장매체가 갖는 인격적 가치가 크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휴대폰 몰수 등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3월~6월 사이 자신의 주거지 등에서 마약류인 대마와 필로폰을 무상으로 전달받아 흡연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1심이 징역 1년 선고하면서 40만원 추징과 휴대전화 몰수를 명령하자, A씨는 몰수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필로폰 수수 혐의를 수사하며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해당 휴대전화에 촬영된 사진이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대법원은 “몰수는 임의적인 것이어서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형벌 일반에 적용되는 비례의 원칙에 제한을 받는다”며 “실질적 물건 가치와 범죄의 상관성, 물건이 행위자에게 필요불가결한것인지 여부, 몰수하지 않으면 동종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는지, 휴대전화 대신 내용물인 동영상만 몰수하는 것도 가능한 점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사건 휴대전화가 피고인 할머니 명의로 개통했으며 부정한 목적이 아니었던 점 △범죄사실과 관련해 몇 차례 문자 메시지와 통화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이 전부인 점 △휴대전화를 1년 6개월 동안 일상생활 도구로 사용한 점 △몰수하지 않으면 다시 동종 범행에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 점 △외국 거주 가족과 연락할 유일한 수단인 점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열거했다.
대법원은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 이 사건 휴대전화가 갖는 인격적 가치·기능이 범죄와 상관성·연관성을 현저히 초과한다고 볼 수 있으며, 몰수할 경우 피고인에게 미치는 불이익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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