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기자의 한 줄 서평] 마종기의 시 우화의 강

SMNEWS

2024.08.14 13:21:13

조회 5400 추천 1 댓글 2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중 P 102 ⓒ서울미디어뉴스

[서울=서울미디어뉴스] 이명호 기자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오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서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잇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중 P 102-

[한 줄 서평]

강이 흘러흘러 바다로 가듯, 인생을 항해하는 모든 일들이 우화로 형상화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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