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이명호 기자 = 양인자의 단편 동화 '껌 좀 떼지 뭐'는 억압과 진정한 민주화의 의미를 학교라는 공간으로 축소해서 보여준 수작으로 어른들이 한 번 쯤 읽어 보아도 좋다.
껌 좀 떼지는 제 3회 정채봉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동화다. 앞서 본 도서가 억압과 진정한 민주화의 과정을 학교라는 공간으로 축소했다고 밝힌 첫 번째 요소는 바로 동화에 등장하는 교장 캐릭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의 청결을 모토로 껌을 씹다 걸린 학생들에게 봉사로 미화시킨 청소벌을 내주고 그 벌을 모면하기 위해선 자신처럼 껌을 씹은 학생들을 고발해야 하는 비인격적 행동을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벌이라는 행위를 넘어 동료가 동료를 감시하고 고발해야 하는 불신 조장과 다름아니다.
껌을 씹다 걸린 5학년 미나는 자신보다 힘이 약한 학년을 타켓으로 희생양을 고르기에 이른다.
물론 내게 이 벌을 벗어날 기회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니다. 분명 나보다 높은 6학년을 잡기에는 뒤탈이 두렵고 나와 같은 학년을 잡는 건 껄끄러운 일이었지만 학교에는 나보다 낮은 학년이 훨신 더 많았다. 우리 5학년 교실이 있는 분관만 해도 3층에는 3학년이, 2층에는 2학년이 있어서 그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껌 좀 떼지 뭐' 본문21page-
교장이 학생들에게 가한 억압은 자신 보다 약한 학생들에 대한 폭력의식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정채봉 선생의 믿음은 이 동화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껌 씹는 아이들을 체포(?)하려 할 때마다 난관에 부딧힌 미나는 결국, 포기하고 껌 십는 아이들을 눈감아 준다. 이에 친구들은 하나 둘 씩 자청해서 범인으로 나선다. 평소에 껌 씹는 아이들을 눈 감아 주는 미나의 행동에 대한 우정이다.
이 우정은 미나의 성숙함으로 민주화라는 이데올로기로 승화된다. 미나는 오히려 본인이 진짜 봉사로 청소하면 된다고 버틴다. 이 부분이 바로 교장의 억압을 딛고 민주화를 스스로이루는 부분으로 압권이 아닐 수 없다. 미나는 울그락 불그락하는 교장을 의식하며 마지막 대사를 한다.
"껌은 휴지에 싸서 버리고, 수업 시간에는 뱉어라.!"
만약, 미나는 자신 보다 힘이 약한 어린 학생들을 고발하고 청소를 모면했다면 이 학교의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가 동료를 후배를 고발하는 것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친구들의 우정이라는 연대를 미나는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미나의 행위는 양인자 작가가 유년시절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어른들의 타락한 세계에 대한 저항이다. 양인자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요 정말 안타깝게도 제가 알게 된 세상은 달랐습니다. 진짜 나쁜 짓는 배운 사람이 더 많이 하고, 아홉 개 가진 사람이 열 개를 채우기 위해 한 개도 못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가고 있었습니다. 부조리와 불합리로 가득찬 세상을 향해 마음 속에 날카로운 송곳이 생겼습니다.
-'껌 좀 떼지 뭐' 본문133page-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라,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2009년 산춘문예에 동화가 당선, 제 7회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양인자.
대학에서 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캐릭터도 만들고 이야기도 쓰며 그림도 그리며, 외 수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던 박정인.
양인자와 박정인이 전하는 모두를 위한 동화 " 껌 쫌 떼지 뭐"에 담긴 세상의 부조리와 극복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8월의 무더위를 이겨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정채봉 문학상은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정채봉 작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고 동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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