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소규모재건축조합 임원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주진했다고 해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른 법률에 우선하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도시정비법의 처벌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따로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에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5일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환송했다.
광주광역시 한 지역 소규모재건축사업조합 조합장인 A씨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조합원총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8차례에 걸쳐 3900여만원의 차입한 혐의로 법정에 넘겨졌다.
도시정비법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조합 임원이 자금을 차입할 경우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에 대해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혐의 3개월 이전인 2019년 3월 말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차입에 관한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쳤다는 A씨의 항변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조합 창립총회에서 안건으로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 의견의 건’을 상정했고 설명과 질의응답을 거쳐 투표로 통과시켰다”며 “이같이 추후 자금차입 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장차 차입할 것을 의결한 경우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조합 창립총회는 조합설립인가 및 등기 전 개최된 회의이고 여기서 이뤄진 결의는 조합의 결의가 아니라 소유자 총회의 결의에 불과하다”며 “차입을 결의했다고 이를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에서 말하는 총회의 의결을 거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원심을 파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그 형을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 동안 사고가 없으면 사실상 없던 일로(면소) 해주는 제도다.
판단은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재차 뒤집혔다. 대법원은 소규모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된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러면서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을 총회에서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는 준용하면서도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을 때 처벌사항을 적시한 같은 법 제137조는 준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별로도 총회 의결 없이 사업을 임으로 진행한 조합임원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방치된 빈집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소규모주택 정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법원은 따라서 A씨를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아니라 도시정비법 제137조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소규모주택정비법과 도시정비법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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