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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갑질금지법에 초단기계약까지'...경비원은 여전히 서럽다[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4 16:47:04
조회 682 추천 1 댓글 0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업무 지시를 막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유권 해석 차이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 아파트에서 3개월 초단기 계약 근무가 관행처럼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명무실한 '경비원 갑질금지법'
14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경비원 갑질금지법'이라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법을 저지르는 주체는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등인데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경비원 입장에서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법 소지가 드러날 경우 지자체는 아파트 관리 주체에 과태료를 매겨야 한다. 다만 이 과태료 부과에 대한 규정 또한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경우를 보면 '경비원 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과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정해진 경비원의 업무 이외의 일을 아파트 주민들이 시킨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벌칙 조항이 현행법상 없다"며 "과태료 부과 기준이 없으므로 공동주택관리법을 어긴다고 해서 아파트 관리주체에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경비원 갑질금지법'에서 지정한 경비원의 업무 이외의 일을 시키는 일은 금지하고 있다. 다만 폭언·폭행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따라서 갑질 사례가 발생해도 부과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는 현재 국토교통부에 과태료 부과를 위해 법 조항을 구체화해 달라고 국토부에 개정 요청을 한 상황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22년 접수된 아파트 단지 경비원 권리구제 상담 건수는 1004건으로 '경비원 갑질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428건)과 견줘 1.3배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해결되지 않는 초단기 고용
초단기 고용은 경비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실질적 사용자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이지만 입대의가 위탁회사나 용역회사를 통해 경비원을 간접 고용하는 형태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의 고용이 이뤄진다. 부산노동권익센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용방식에 있어 입대의에서 직고용하는 경우가 17.6%, 위탁회사나 용역회사에서 고용하는 경우가 81.8%이다. 이때 근로계약 기한을 별도로 정한다는 응답이 90%를 웃돌았는데, 계약기간은 3개월이 68.5%로 가장 많았으며 4~6개월이 20.4%, 1개월 계약도 3.0%나 됐다. 전체적으로 근로계약이 1년 이하인 경우가 95%를 넘는 셈이다.

아파트 단지 경비원의 초단기 계약이 가능한 이유는 기간제법의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정의헌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 대표는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 무기직으로 인정된다는 게 이 핵심인데, 기간제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 계약 기간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단기계약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근로조건이 열악한 경비원 등 일부 업종에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아파트 단지 경비원의 불명확한 업무범위와 초단기 고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임득균 노무법인 노동과인권 공인노무사는 "기본적으로 법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면서 "법 개정과 함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파트 단지 경비원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에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설정한 만큼 법에서 정하는 대로 경비원들을 대우하는 것이 맞다"면서 "처벌 규정 여부를 떠나 법에서 업무 범위를 정한 업무 범위를 넘어선 갑질이 반복된다면 관리 주체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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