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8월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주최로 ‘여성! 평화와 안보를 말하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 토론회에선 여성징병제 등 차세대 군복무제도가 논의됐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제공
◇ 여성단체협의회가 주도해 여성징병제 등 토론회 개최
아시다시피 인구절벽에 따라 병역자원이 급감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으로 모병제, 여성징병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중 여성징병제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흥미로운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차세대 군 복무제와 여성’이라는 부제 하에 ‘여성! 평화와 안보를 말하다’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된 것입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허명)와 윤상현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차세대국가발전기획위원회가 주관했는데요, 여성징병제 등이 주제인 토론회를 여성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 주최해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세미나를 주관한 최지영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차세대국가발전기획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2030은 ‘젠더 갈등의 강’부터 건너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2030이 양성간 이해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발전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초석을 제공하고자 가장 예민한 문제일 수 있는 차세대 군복무제의 개혁과 진정한 양성평등의 실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개최 배경을 밝혔습니다.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가 도입됐다. 사진은 노르웨이 육군 여성 신병이 남성 신병과 함께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모습. /조선일보 DB
◇ “여성징병제 도입한 북유럽과 우리 환경 크게 달라”
토론회는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윤지원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가 발제를 하고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모종화 전 병무청장, 그리고 제가 각각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윤지원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인구절벽시대, 차세대 군복무제와 여성인력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아 “군도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감의 영향으로 기능 중심의 병역을 키워야 한다”며 “스마트 전력, 민간인력, 여성인력 등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 교수는 이어 “인구감소에 따른 가용병력 급감은 안보차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 할 수 있기에 단계적 여성징병제도 도입이나 모병제 전환 등이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교수는 여성징병제를 도입하고 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 실태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현 안보상황 하에서 전면적인 모병제 도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 징병제의 근간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래 전장환경 변화를 반영해 상비 병력 중 모병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소장은 여성징병제에 대해선 “여성 권리 증진과 양성평등 차원에서 강조됐던 북유럽 사례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 여성 징병제는 새로운 의무의 부과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 과제”라며 “양성 평등 관점과 아울러 미래 군구조, 병역제도 발전 측면에서 여성 징병제가 제기하는 각종 쟁점과 선행 과제를 폭넓게 점검하며 공론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2022년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성징병제 도입 찬반 여론조사 결과. 찬성 46%, 반대 53%로 반대가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DB
◇ “여성 국방의무는 자원입대 전제 돼야, 여군 비율 20%로 확대 필요”
모종화 전 병무청장은 “윤 교수의 여성 징병제 도입시행 필요성과 논의방향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여성징병제 전면도입시 현역 자원 초과로 대부분의 보충역, 즉 사회복무제 활용 비율이 높아져 지자체 비용부담 증가와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모 전 청장은 “여성의 국방의무는 자원입대가 전제가 돼야 한다”며 “여군 비율을 현재의 8.8%에서 2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병역자원 감소는 몇 년전부터 군에 태풍으로 몰아쳐 지난 2018년부터 올해말까지 육군만 11만8000명이 감소, 총병력이 5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는데요, 2030년대 초중반이 지나면 이마저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력을 30만~40만명 수준으로 줄이거나 군 복무기간을 늘리거나 해야 하는데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지 않는 한 현재 북 지상군의 33%에 불과한 육군 병력을 더 줄이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군 복무기간을 24개월 등으로 늘리면 일부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 보수·진보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지요.
대체복무제를 완전히 폐지하면 충격파를 완화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산업계, 과학기술계, 문화체육계 등의 요구 때문에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모병제도 대안으로 많이 제시됩니다만 단기간내 모병제 도입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여성징병제 등이 대안으로 부각되는데요, 여성을 모두 징병으로 입대시키는 것은 모 전 청장님 등도 지적했듯이 과잉 입대자원 문제 등이 초래될 수 있으니 우선 현재는 시행하지 않고 있는 여성 병사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됩니다.
(서울=뉴스1) = 2022년6월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학사사관 67기 및 간부사관 43기 통합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임관 선서 하고 있다. 학사사관 517명(여군 105명), 간부사관 14명(여군 2명) 등 총 531명은 각각 16주, 14주의 교육을 거쳐 이날 육군 소위로 임관하게 됐다. /뉴스1
◇ 국회가 주도하는 범국가적 ‘병역제도 발전 TF’ 필요
저도 토론회에서 이 방안을 제시했었는데요, 청중석에서도 여성 징병제보다 모병 성격의 여성 병사 모집을 대안으로 제시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 군 복무기간 단축 이슈 등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선거 때마다 주요 이슈로 등장하는 만큼 국회 여야 정치인 주도로 군·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병역제도 발전 TF(태스크포스)’ 발족을 제안합니다. 병역제도는 국가안보상 너무나 중요하고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주도의 범국가적 태스크 포스 구성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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