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9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A행정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군 수사 기록을 영장도 없이 무단 열람한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당시는 문정부의 ‘적폐청산’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 문정부 청와대 행정관 ‘직권남용 조사’ 뒤 김관진 구속
청와대 행정관 등의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각에서 제기된 ‘김관진 표적·기획 수사설’의 실체가 어느정도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했던 김관진 전 장관을 문재인 정부가 수사 및 기소했던 사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우선 직권남용 혐의가 불거진 청와대 A행정관 사건에 대해 살펴보지요. 지난 2014년 국방부 검찰단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을 수사한 뒤 전직 사이버사령관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김 전 장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A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9월 국방부와 국방조사본부를 수차례 방문해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 수사 관계자들을 만나 “왜 축소 수사를 했느냐”고 따지고, 군 수사 기록을 영장 없이 청와대로 가져오게 해 무단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A 행정관이 국방부를 방문한 지 석달 만인 2017년 11월 김 전 장관은 재수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 불구속 기소됐지요. 청와대 A행정관 사건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이를 경찰과 군 검찰에 넘겨 수사토록 했다고 합니다.
◇ ‘정치 논란’ 군 사이버사 댓글, 선거기간 중엔 오히려 줄어
김 전 장관은 지난 2020년10월 2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기소 및 2심 판결 내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우선 핵심 쟁점인 군 사이버사 댓글 중 선거 등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 댓글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정치 댓글이 있었다면 거기에 김 전 장관의 지시 등 개입이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검찰과 재판부가 18개월간 총 75만건의 군 사이버사 댓글 중 정치 중립 위반으로 지목한 것은 총 8862건이라는데요, 이 댓글들을 클라우드 기법(통신망 관리기법 일종)과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12년 4·11총선과 12월 대선 전후 각각 3개월 동안은 사이버사 부대원들에 의한 댓글이 오히려 거의 없다시피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두차례 부대원들의 댓글이 급증한 기간이 있었는데 선거와는 무관하고 당시 모 국방장관 후보자 관련 내용(2500여건) 등이었다는 것입니다. 군 속성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방장관이 실제로 정치 댓글을 지시했다면 군 명령체계 특성상 300여명의 요원이 하루 100개 이상씩 해당 기간 중 수만개의 댓글을 달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 민간인인 김 전 장관에게 군 형법 확대해석해 적용
두번째는 민간인인 김 전 장관에게 군 형법을 적용한 문제입니다. 검찰과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군형법 94조 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군 형법 제1조 1항과 2항에는 적용 대상자가 명확히 적시돼 있는데요, 1항은 ‘대한민국 군인’, 2항은 ‘대한민국 군인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을 말한다’고 돼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2008년 3월 합참의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했습니다. 물론 민간인도 군 형법의 적용을 받는 예외적인 경우들이 있는데요, 1조4항에 명시돼 있습니다. 🔼군사기밀 누설 🔼유해음식물 공급 🔼초행폭행, 협박, 상해 등 🔼군용 시설 방화 등 군용물 절도 🔼초소침범 🔼포로 도주원조 및 미수범 등입니다. 김 전 장관이 기소된 정치 관여 활동 개입 관련 조항은 없습니다.
재판부는 군인과 공모해 군형법 위반죄를 범한 경우, 제1조 4항에 규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형법 제8조와 제33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입니다. 김상겸 동국대 헌법학 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군형법상 규정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형법상 공범 규정을 적용하여 민간인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북 소행 확인 뒤 대응했어야’ 압박에 군 사이버전 약화 우려도
또 일각에선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 등이 “(사이버전에서) 북한의 소행이 확인된 뒤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군의 사이버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김 전 장관은 이제 대법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10월 2심 판결 이후 1년10개월이 다 되도록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법원장은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어서 대법 판결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김 전 장관은 3년6개월여의 장관 재임 중 북한 도발에 대해 “도발 원점(原點)은 물론 지원, 지휘세력까지 타격하라”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고, 이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고 김정은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장관 시절 그는 북 도발시 국방부로 즉각 복귀하기 위해 식사 약속을 국방부 청사나 한남동 공관 인근으로 잡고 경조사를 제외하곤 강남에 가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2017년11월 군 사이버사 정치댓글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뒤 처음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검찰에 출두하는 사진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자 안타까워한 군 관계자들도 많았지요.
◇ 대법원, 객관적이고 엄정한 판결 내려야
2020년3월 재판에서 김 전 장관은 최후 진술을 이렇게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전쟁을 잊은 군대는 그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평화는 강력한 힘에 의해 지켜집니다. 훈련하고 또 훈련하길 바랍니다. 적의 어떠한 도발 위협에도 당당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정예 강군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법원이 40여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김 전 장관에 대해 ‘적폐청산 기획수사’ 의혹 등을 극복하고 객관적이고 엄정한 판결을 내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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