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나쁜놈’ 잡는 이제훈이 또 터졌다.
지난해 SBS ‘모범택시2’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배우 이제훈이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로 돌아와 ‘수사반장’ 박 반장(최불암 분)의 열정과 패기 가득한 청년 시절을 그려 호평을 얻었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으며 역대 MBC 금토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찍었고, 지난 18일 방송된 마지막 회 10회는 시청률 10.6%를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지상파 드라마 기준으로 10부작이라는 짧은 회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최고 시청률 70%를 찍으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수사반장’이 35년 만에 프리퀄(속편)로 세상 밖에 나온 작품인 데다, 20년 동안 880회에 걸쳐 사랑받았던 이야기를 10부작으로 끝내려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10부가 이렇게 짧았나 싶었다. 16부작은 됐으면 더 보여드릴 것도 많고 사건에 대한 내용과 사연들을 녹여서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있다”고 솔직한 종영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시즌2를 기대하는 반응도 있더라.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저 역시도 기대가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사반장 1958’은 이제훈에게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원작 ‘수사반장’이 워낙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데다 대선배인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 반장’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도 뒤따랐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고민한 적은 처음이라는 그는 “호기심으로 접근했는데 막상 최불암 선생님의 젊은 시절 연기 하려니 덜컥 겁이 났다. 존재감이 너무나 큰 분이셔서 내가 잘 계승해서 연기할 수 있을까 막막함이 컸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표정, 몸짓, 말투, 목소리를 단순히 따라 했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헛도는 기분이 들더라”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우려와 다르게 누구보다 인간적이지만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눈빛으로 표현했고, 아날로그 수사의 낭만과 함께 기존 ‘수사반장’보다 더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청년 박 반장 캐릭터가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최불암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파~하!’하는 웃음소리까지 재현해 눈길을 모았다.
이제훈은 “선생님의 모든 작품을 찾아보며 ‘수사반장’ 박반장의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속 코믹한 모습까지 모든 면을 젊은 시절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반장 1958’의 첫회와 마지막회에는 노인 박영한으로 최불암이 등장해 그의 손자로 1인 2역을 맡은 이제훈과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실제로 만난 최불암은 이제훈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첫 촬영을 떠올린 그는 “실제로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선생님을 보자마자 친할아버지처럼 친근했다. 대본에 없었는데도 안아드리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다. 선생님 역시 저를 친손자처럼 바라보고 보듬어 주셨다. 그게 연기인지도 헷갈릴 정도였다”라고 이야기했다.덕분에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다는 그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몸 둘 바 모르겠더라. 최소한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그 마음을 알아봐 주신 거 같아서 감사했다”고 말했다.최불암 뿐만 아니라 ‘팀 박영한’으로 함께 연기한 김상순(이동휘 분), 조경환(최우성), 서호정(윤현수)도 이제훈에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이동휘는 이제훈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 컴퍼니온의 소속 배우이기도 하다. 이동휘에 대해 이제훈은 “보석 같은 친구”라고 표현하며 “힘들고 풀어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동휘 배우가 있어서 다행히 기댈 수 있었다. 저를 빛나 보일 수 있게 치켜세워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신인 배우 윤현수, 최우성에 대해선 “긴장을 많이 할 수 있는데 자기가 해야 하는 연기나 캐릭터에 있어서 표현을 서슴없이 잘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싶었고 앞으로 작품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특히 이제훈은 두 배우처럼 연기 잘하는 신예들을 보면 소속사 대표로서 영입하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내며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런 배우들을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회사 있니?’ ‘계약기간 얼마나 남았니?’라고 물어본다.(웃음) 다른 회사에서 싫어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할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006년 단편영화 ‘진실 리트머스’로 데뷔한 이제훈은 2010년 영화 ‘파수꾼’으로 충무로의 시선을 끌었고 이후 2012년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멜로 호흡을 맞추며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tvN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을 맡으면서 수사극에서 이제훈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SBS ‘모범택시’ 시즌1과 시즌2에서 ‘다크 히어로’ 김도기로 ‘1인 다역’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시청률 20%를 넘기며 ‘2023 S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수사반장 1958’까지 범죄를 타도하는 캐릭터로 사랑받은 이제훈은 ‘모범택시’ 김도기가 베트맨이라면 ‘수사반장 1958’ 박영한은 슈퍼맨이라 표현했다. “이러한 히어로가 등장하는 장르가 사랑받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박영한 같은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텐데 하는 마음이 있어 이 작품을 선택한 것 같다.”
이제훈은 오는 7월 영화 ‘탈주’로 극장을 찾아온다. 또한 유해진과 함께 출연한 ‘모럴해저드’ 역시 올해 개봉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지만 ‘시그널’ 시즌2로 박해영 역시 안방극장에 돌아올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제훈은 로맨스물 연기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지금의 외모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젊을 때 로맨스물을 통해 사랑에 대한 표현을 더 많이 하고 싶고, 저의 젊은 모습을 더 남기고 싶다. 너무나 기다리고 있고 빨리하고 싶다. 아무래도 촬영하는 작품이 내년까지 꽉 차 있어서 작품 제안을 주시지 않는 거 같은데, 뒤로 미룰 수도 있다.(웃음)”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68/000106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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