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39)은 올해로 데뷔 19년 차 배우이자 4년 차 컴퍼니온 대표다. 배우로서는 베테랑이지만 소속사 대표의 삶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좌충우돌하고 있는 새내기 수준이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며 '함께' 하는 소중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18일 종영한 MBC 금토극 '수사반장 1958' 역시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완성한 작품. 그 중심엔 '박 반장' 이제훈이 있었다. '수사반장'의 프리퀄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국민 드라마의 프리퀄에 출연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어르신들이 더 알아봐 주고 그랬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 힘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10회로 끝났다.
"매주 금, 토요일에 본방사수를 하며 보는데 중반부터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 것 같지?'란 생각이 들더라. 너무 금방 끝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어서 공중파는 역시 16부작이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최불암 선생님으로 시작해서 선생님으로 귀결됐다. 감동이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마치 영혼이 맞닿아 연결된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동료들의 묘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꽃을 나눠주는데 드라마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이런 드라마를 내가 연기한 것에 감개무량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금방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까지 있는 것 같다."
-국민 드라마에 실존했던 캐릭터라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최불암 선생님과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대본리딩 때 선생님이 박영한이라는 사람이 범인을 잡아내고 싶은 화를 가슴속에 새기고 그걸 잘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리지널 '수사반장'에서 '한국의 콜롬보'로서 휴머니즘이 있었는데 실제 선생님이 찍으면서 범인을 잡아내고 싶은 어떤 고민과 피해자의 울분을 삭주며 노력했던 마음을 내게 전달해 준 느낌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박영한이라는 형사가 처음부터 박 반장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종남서에 와서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아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엔 무모할 수 있고 걱정이 많은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 하나는 칭찬해 주고 싶었다."
-연기하며 가장 신경 썼던 점은.
"선생님 말처럼 가슴의 화를 많이 분출하고자 했다. 소리 내고 행동도 거칠게 하고 그랬다. 박 반장으로 가는 방향에서 이런 면모가 있구나, 오리지널 박 반장에 잘 녹아들 수 있게 염두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처음엔 선생님을 따라 하려고 의식적으로 톤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복사본처럼 계속 성대모사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해도 선생님처럼 똑같이 할 수 없다는 걸 느끼며 위기의식에 봉착했다. 나름의 연기경력은 있지만 실제로 있던 캐릭터의 프리퀄은 처음이니까 연기적인 준비에 매몰되어 오히려 한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더라. 그러면서 내가 생각했던 최불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로맨티시스트적인 모습, 개그적인 모습, 인간적인 모습 등 한 사람의 모습에서 다양한 표현과 말투, 표정을 젊은 시절 모습으로 투영해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사반장' 오리지널 모습에 함몰되지 말고 자유롭게 선생님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목표 시청률은 19.58%였는데 최종회 시청률 10.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마쳤다.
"아쉬움보다는 처음에 시작했을 때에 대한 시청률이 좋았고 끝까지 잘 유지된 상태로 종영해 감사한 마음이 크다. 1회부터 10회까지 이야기가 마무리 됐고 OTT를 통해 보려는 분들에겐 절호의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으니 보지 못한 분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 동시에 오리지널 '수사반장'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다면 웨이브를 통해 몇 개의 에피소드를 볼 수 있으니 적극 추천한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오리지널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에겐 선물 같은 작품이길 바란다. 최불암 선생님도 초, 중반, 그리고 말미에 나오지 않나. 마지막에 보면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수사반장 1958'의 엔딩은 인상적이었다.
"실제 같이 연기했던 선배님들, 배우님들 다 안 계시니 그걸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선 난감하면서도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대본과 다르게 표현한 게 있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진솔하게, 솔직하게 표현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이 드라마가 더 값지고 마무리가 잘 된, 의미가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제가 연기한 선생님의 모습이 여러 가지로 부족한 모습이 있었지만 이젠 영광과 자랑거리가 됐다. 기회가 된다면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하고 싶다. 기다리고 있다. 하하."
-'수사반장' 세대는 아니지 않나.
"전설로 내려오던 드라마였다. 간접적으로 체험한 건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다. 송강호 선배님이 지하실에서 자장면을 먹으며 '수사반장' 오프닝 시퀀스를 듣지 않나. 한껏 신이 났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시그니처 음악이 내게도 강렬했고 보지도 않았는데 인식이 된 상태였다. MBC에서 '수사반장' 프리퀄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만들어질지 얘기 들으며 의견을 내며 디벨롭을 시켰던 것 같다. 수사 1팀의 경우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성숙한 부분이 있어 좌충우돌하고 어려운 사건들을 거치며 좌절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하나 배워가며 성숙해지는 과정을 시청자로서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부분들을 참고하며 준비했나.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보고, 50년대 6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그때 당시 자료들이 많더라. '아 저 때 당시 저랬구나!'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2020년대까지 왔나를 봤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낯선 세상임에도 시대적인 자료들 덕분에 의심하지 않고 믿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밌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 '수사반장' 시즌2가 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드라마 '시그널' '모범택시' '수사반장 1958' 등 범죄 수사물을 많이 했다.
"사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다 보니 주변 환경들, 가족, 친구, 지인 등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세상을 지켜보는데 나 역시 사람들이 원하는 권선징악, 사필귀정 같이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작품 선택에서도 연결 지어 그것을 확인하고 싶고 보고 싶기 때문에 허구의 이야기일지언정 정의 구현 캐릭터에 끌린 것 같다. 그런 마음은 지속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같은 주제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가 악인일 수 있지 않나. 선악을 구분 짓지 않는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일 수도 있다. 다양한 캐릭터를 하며 나란 배우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평소 행동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배우 일을 하면서부터 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늦은 밤 시간 차도에 차가 다니지 않으니까 건널 수 있는데 건너는 마음에 있어서 스스로 의심하며 주위를 살핀다.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은지 반문한 적이 있는데 당연한 것이지 않나. 옳고 그름을 따짐에 있어서 그릇된 것을 선택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닌가. 옳고 그름을 따지면 되는 것이니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정의로운 면모가 많나.
"뭔가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부분에 있어서 생각을 하고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최불암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가슴에 화가 끓어오르는 것 같다. 분노를 가지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 부분에 유념하며 실천에 옮기려고 하는 것 같다."
-'수사반장 1958'의 팀워크가 재미 포인트였다.
"수사 1팀이 모여 수사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처음에 나왔던 대본에선 박영한이라는 사람이 리더로서 주축이 되어 지시를 많이 하고 생각한 것들을 피력하며 과정을 이끌어가는 게 많았는데 그것보다 각자의 캐릭터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그것을 주장하며 수사 방향을 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내게 주어졌던 대사들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앙상블 넘치는 대화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의견을 줬고 동료들도 흔쾌히 잘 들어줬다.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다."
-어떤 형이자 선배였던 것 같나.
"배우로서 경력이 쌓이고 작품을 참여하는 데 있어서 리드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새롭게 만난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바라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경험이 적거나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준비한 연기를 충분히 해내지 못할 때가 많다. 신인 시절 생각했을 때 선배님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고 대사를 까먹어도 기회를 줬던 모습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만난 신인 배우, 경험 없는 베테랑 선배들에게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한 현장이 되도록 돕고 있다. 나 혼자 그러다 보면 지칠 때가 있는데 이동휘 배우가 곁에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무엇을 던지든 잘 받아주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서로에 대해 신뢰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니 불안하지 않고 재밌게 느끼며 촬영할 수 있었다."
-최우성, 윤현수는 어떤 후배였나.
"오디션을 통해 뽑힌 배우들이다. 연기적으로 카메라를 마주하는 부분에 있어서 긴장도 많이 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다른 것 같다. 충분히 자기가 준비한 것들을 표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전에 겪었던 신인 시절 긴장감과 어려움을 이 친구들은 즐기면서 하고 있더라. 오히려 선배들의 피드백을 원하는 모습을 보니 '잘 될 수밖에 없구나!'란 생각을 했다. 각자의 캐릭터를 개성 있게 잘 표현해 줘서 두 말할 나위 없었다. 앞으로도 윤현수, 최우성 씨의 여정을 눈여겨 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라 기대가 크다.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2021년부터 소속사를 직접 운영 중이다.
"처음엔 배우로서 내가 평생 연기할 거니까 스스로 매니지먼트를 하며 만들어보자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출발했으나 막상 회사를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회사 운영에 대한 고정비가 있을 텐데 아무리 최소한의 비용으로 아껴가며 진행해도 고정비가 해가 지날수록 상승하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작품 쉬는 텀이 있을 수도 있고 작품을 못해 쉬게 될 수도 있는데 회사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이지 않나.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걸 3년 넘어 느꼈다. 너무나도 운이 좋게 작품이 끊이지 않아서 배우로서 활동하는 기회가 있어 회사 운영은 잘하고 있지만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다면 매니지먼트 운영에 있어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기회가 있다면 배우로서 작품뿐 아니라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 배우로 평생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힘을 북돋는 사이가 되고 싶다."
-작품을 쉼 없이 하고 있는데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는 않나.
"요즘에서야 한계를 느끼고 있다. 회사 식구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억지로 작품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찌 됐든 매니지먼트를 하는 건 배우로서의 롤을 잘하기 위해 세운 것이지 그 부분이 주객전도 되면 안 되겠다 싶다. 그 부분에 있어서 함께하는 직원들이 더 많이 소중한 것 같다. 이 친구들이 계속해서 평생직장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란 걸 느낀다. 같이 으샤으샤 하며 성장해 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대로 잘 갔으면 좋겠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 이어 올해 MBC 연기대상 수상 욕심을 가지고 있나.
"수상 여부는 내가 기대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하지 않고 축제란 생각으로 즐기고 싶다. 작품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자리로 가고 싶다."
-영화 '탈주' 개봉 앞두고 있다.
"7월 초 개봉 예정이다. 홍보도 이제 시작했다. 예능이나 유튜브 예능 출연도 계획하고 있는데 '도굴' 이후 3년만 극장 개봉이라 가슴이 뛴다.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내 일상의 낙인데 내가 찍은 작품을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좋은 결과가 나와 고생했던 스태프, 배우들과 자축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
-로맨스에 대한 욕심은 없나.
"솔직히 그 누구보다 로맨스, 사랑 이야기를 하길 바라는데 결과적으로 작품 선택할 때 결여된 게 아쉽다.(웃음) 그나마 '수사반장 1958'에서 서은수 씨와의 연기로 충족이 된 건 있지만 온전한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 기다리고 있다. 나도 늙어가지 않나. 하루라도 젊을 때 하고 싶다."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의식하나.
"진정으로 앞자리가 바뀌니 생각을 하게 되더라. 건강에 대한 부분을 유념하는 것 같고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해야 하니 (나이에 좀 더) 의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보다 채소를 많이 챙겨 먹고 있다. 토마토와 당근을 삶아서 매일 먹고 있다. 어머니께 부탁해서 녹즙기를 사려고 한다. 녹즙을 갈아서 마시는 매일의 모습을 기대한다."
-드라마 '시그널2'도 제작이 확정됐다.
"염원하고 소망하고 있던 부분이다. 김은희 작가님이 집필 중이다. 조만간 대본을 받을 예정이다. 꿈꿔왔던 순간이다. 대본리딩하고 촬영장 나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그널'을 완주, 대본 보면서 박해영을 상기하며 젖어들 것 같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37/00003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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