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70명으로부터 총 54억 편취 혐의 페이스북으로 외국인 모집해 점조직으로 관리 중국인 총책 신원 특정해 추적 중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물품. 사진=강명연 기자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조직도. 자료=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파이낸셜뉴스] 전화번호 국번을 '070'을 '010'으로 변작하는 중계기를 운영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을 도와 5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다국적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 부부장검사)은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 조직의 간부급인 수당 지급책 등 21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일까지 중국 연길에 거점을 두고 중계기 운영 범죄집단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170명으로부터 총 54억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조직은 유심칩을 여러개 장착해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활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해외에서 온 전화를 국내에서 온 것처럼 변작하도록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중계기가 우리나라에 있어야만 국내 번호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위한 주요 공범으로 꼽힌다.
이 조직은 운영 초기 조선족을 조직원으로 모집했지만 여의치 않자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어, 태국어 등으로 '숙소 제공', '고액 수당' 등을 제시하며 국내 체류 중인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끌어들였다. 조직원은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국적으로 구성됐다.
일명 '골드'로 불리는 중국인(조선족) 총책은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당지급책, 부품보관소 관리책, 환전책, 중계기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분업화해 범행을 지시하는 등 점조직으로 운영되며 진화한 범행 수법을 보여줬다.
조직원들은 범행 가담 기간에 따라 매주 50만~100만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가 시작되자 수당을 지정된 장소에 숨겨두는 '던지기' 방식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합수단은 일반 원룸으로 위장돼 있던 중계소 11곳, 부품보관소 4곳 등을 적발하고,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1694대(784회선), 휴대전화 유심 8083개, 휴대폰 443대, PC 121대, 공유기 193대 등을 현장에서 압수해 실시간 범행을 차단했다. 사용된 중계기 784회선의 월 사용료는 7억원, 중계기 등 범행도구는 약 16억원 상당이다. 중계소는 주로 서울 신림동 등에 밀집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조직원 수 기준 역대 최대 중계기 조직이다. 부분적인 중계소 수사를 넘어선 조직 차원의 검거는 지난해 검거된 또다른 조직에 이어 두 번째다.
합수단은 국내에서 활동한 조직원들 외에 중국에 있는 총책과 간부급 조직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이들을 추적 중이다. 순차적으로 중계기 운영 조직과 공모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합수단은 2022년 7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총 433명을 입건하고 150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4472억원으로 전년(5438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2022년에는 전년(7744억원) 대비 30% 감소해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피해액이 4000억원대로 내려왔다.
김수민 합수단장은 "앞으로도 해외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을 엄단하고 해외 거점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중계기, 대포유심, 대포통장 운영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범행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신종 수법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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