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견 SNS에 올린 것뿐…11시간 넘게 조사" "대한민국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겨…치졸한 공작"
[파이낸셜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고 병원을 비운 이유는 정부의 의료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11시간여 동안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노 전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노 전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공의 파업을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올려 파업을 방조한 혐의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올린 SNS 글을 보고 전공의들이 자신의 미래를 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어 강도 높은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오로지 개인적 사견을 SNS에 올린 것뿐인데 11시간을 넘게 조사했다"며 "생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병원의 경영 즉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과 의료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것, 그 주장만 계속 되풀이했다"며 "'전공의들을 교사해서 단체 행동을 독려해 병원에 손해를 끼친 것 아니냐'는 같은 질문을 한 열다섯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노 전 회장에게 전공의들과 적극적으로 연락한 적 있는지 등을 질문해 파업 교사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 전 회장은 지난달 6일 의대 증원 발표 당일 정부가 5개 대형병원에 경찰을 보내는 등 미리 대응했던 사실을 들어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의대 증원을 발표한 순간부터 전공의들이 거센 저항이 있으리라는 것을 정부가 미리 알고 있었다"며 "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은 매우 치졸한 공작"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부족 사태는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지난 20년 동안 85%가 늘어난 사이 진료 대상인 소아청소년은 40%로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 전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이라며 "물이 새는 항아리는 그 구멍을 먼저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전공의 집단 파업 교사 및 방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의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7일에는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오는 12일에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다. 파업에 불참한 전공의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 실명 일부를 밝힌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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