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헤어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 이름 등을 개인이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위법일까. 양육비를 주지 않는 행위가 공적 관심 사안이지만 돈을 주지 않는 특정인을 공개하는 것은 공적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배드파더스' 공개 행위, 유죄 확정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4일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자에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비방을 목적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9∼10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 5명의 사진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5명이 검찰에 직접 고소해 수사가 시작됐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도 전부 무죄로 평결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A씨의 ‘사적 제재’ 행위는 현행법에 어긋난다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 "사적 제재 수단 일환"
2심 판결에 A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년 가까운 심리 끝에 배드파더스에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인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서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상정보 공개의 목적, 공개에 이르게 된 경위·과정, 공개 방식・상대방・기간, 공개되는 신상정보의 내용・특성, 신상공개로 인한 영향력,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등을 두루 고려해 비방할 목적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며 “사적 단체나 개인이 신상정보를 공개한 이후 ‘사람을 비방할 목적’을 판단할 때 감안할 사항들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21년부터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근거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공개하는 양육비 채무자 명단에는 이름,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 기간, 채무금액 등 6개 항목이 포함되며 얼굴 사진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A씨는 미지급자 명단 공개방식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신상공개를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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