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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 '순진형님'이라 했던, 이순진 국방장관설에 군 술렁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24 11: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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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금주말 내주초 정경두 국방장관 교체 가능성

후임에 첫 3사출신 이순진 전의장 부각

박한기 합참의장설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8월 열린 이순진 합참의장 이임 및 전역식에서 이 의장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합참의장 이임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조선일보 DB



이달 초부터 정경두 국방장관 교체설이 거론되면서 군(軍)이 대규모 군 수뇌 인사설로 술렁이고 있다. 오는 28일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직후나 늦어도 다음 주 중 장관 교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3일 “차기 국방장관 후보는 이순진(3사 14기) 전 합참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박한기(학군 21기) 현 합참의장 등도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장관 교체설은 이달 초부터 군 주변에서 거론됐다. 정 장관 거취가 박한기 합참의장 후임 내정 등 군 수뇌 인사 일정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박 의장 임기가 곧 끝나 후임 합참의장 등 대규모 군 수뇌 인사가 불가피한데 이를 새 국방장관에게 맡기는 게 순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이 바람에 군내에선 이달 들어 “이번 주엔 장관 교체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가 사그라지는 일이 몇 차례 되풀이됐다. 다만 박 의장이 지난 2018년10월11일 취임해 임기(2년)가 1달여 남아 있다. 박 의장은 2018년 9월17일 내정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후임 합참의장 내정은 9월 초·중순까지 시간이 있는 셈이다. 이런 일정을 감안할 때 국방장관을 교체한다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해야 한다.




2017년8월 문재인 정부 첫 군수뇌부로 임명된 고위장성들이 청와대 신고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함께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 옆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다. /조선일보 DB



◇ 후임 국방장관 후보 거론 이순진…文대통령이 전역식 참석해 축사


정 장관은 다음 달로 취임 2년을 맞게 된다. 군 안팎에서 정 장관 교체설이 계속 나오는 까닭은 청와대가 새 장관에게 최소한의 임기를 보장해주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 등 현 정부의 국방정책 과제를 마무리하게 하려 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새 국방장관이 현 정부 임기인 2022년 5월까지 재직한다고 가정하면 1년 9개월 정도 일할 시간이 있다.


애초 후임 장관 후보군으로는 김유근(육사 36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육사 출신들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김 전 차장과 같은 육사 36기 예비역 중장들인 모종화 병무청장, 박삼득 국가보훈처장과 김용우(육사 39기) 전 육군참모총장, 김운용(육사 40기)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이 중 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한 김유근 전 1차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명됐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검증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 외에도 일부 육사 출신 후보들이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 후보군에서 멀어지면서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전 의장이 최근 청와대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장관 발탁설이 더욱 힘을 얻었다. 같은 3사 출신 예비역 육군 소장인 기찬수(3사13기) 전 병무청장도 검토 대상이란 설도 있다.


이 전 의장은 1977년 3사 14기로 임관한 뒤 2017년까지 40년 동안 복무한 예비역 대장이다. 군 복무 중 이사만 45번 할 정도로 주로 야전에 근무했다. 박근혜 정부 때 3사 출신 첫 합참의장에 발탁됐다. 그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창군 이래 첫 3사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이 전 의장이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8월 전역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역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군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을 ‘작은 거인, 순진 형님’이라고 칭하면서 “우리는 작은 거인 이순진 장군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키가 작은 편인 이 전 의장이 현역 지휘관 시절 부하들에게 ‘순진 형님’ ‘작은 거인’ 같은 별칭으로 불린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 전 의장은 2사단장 시절 새벽 제설 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을 위해 운동복 차림으로 차를 끓여주는 등 자상한 지휘관으로 알려졌다.





◇ 이 전 의장, 5·16 성격 놓고 국방위서 文 대통령과 설전도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 전역 행사 뒤 “40여년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했다는 말을 듣고 따님이 있다는 캐나다라도 다녀오시라고 캐나다행 항공권 2매를 대통령의 특별한 전역선물로 드렸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현 정권이 수사를 지시했던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서 이 전 의장 이름이 빠져 있었던 것도 현 정권 핵심부의 호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전 의장 장관 발탁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의장이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측면이 적잖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5년10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5·16의 성격을 놓고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 전 의장은 석사 학위 논문에서 5·16을 군사혁명으로 정의했는데 이에 대해 당시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이던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 청문회에서 “5·16은 군사 쿠데타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정립됐다”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혁명이라는 자세로 어떻게 군을 지휘하겠나”라며 이 전 의장을 몰아붙였다. 이 전 의장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맞서다 야당 위원들이 청문회를 계속할 수 없다며 반발하자 마지못해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을 인정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 소식통은 “이 전 의장의 5·16에 대한 시각 문제는 2017년8월 그의 이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고 항공권까지 준 것으로 ‘사면’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그의 시각은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난 7월 해안경계 부대를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박 의장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서 강점을 가진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조선일보 DB



◇ 에이브럼스와 200여 차례 만난 박한기 합참의장, 전작권 전환 추진에 강점


이 전 의장이 지난 6월 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이버사 댓글 공작 지시 및 정치 관여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변수로 꼽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한 김 전 실장은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군의 ‘적폐 청산’ 대상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고 재판에 부쳐졌다. 그런 김 전 장관 재판에 이 전 의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 정부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유력하다면 하기 어려운 행동”이란 말이 나왔다. 이 전 의장은 평소 존경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김 전 실장을 꼽아왔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장 입장에선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재판 참석을 결심했겠지만 그를 장관으로 밀던 사람에겐 상당한 부담을 줄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한기 현 합참의장이 새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의장은 2018년 학군(ROTC) 출신으로 20년 만에 합참의장에 임명됐다. 53사단장, 제2작전사령부 참모장, 8군단장, 제2작전사령관을 거친 작전통이다. 박 의장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의 카운터 파트(상대역)로 수시로 그를 만나 전작권 전환 문제를 협의해왔다. 군 소식통은 “박 의장은 지난 2년 동안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200여 차례나 만나 전작권 전환 협의 등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검증이 어려워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현재 군내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현 실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수뇌부가 박 의장”이라며 “청와대 입장에선 어떻게든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숙제를 풀어보라며 장관에 발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장이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밝혔던 문민(文民) 국방장관 가능성은 그다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군 주변과 정치권에선 문민 국방장관 후보로 안규백 전 국방위원장 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번 국방장관 인사에서 문민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현 정부에서의 문민 국방장관 임명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셈이다. 군내에선 각종 현안에서 강공 드라이브로 일관한 현정부가 문민 국방장관 카드를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 다소 예상 밖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가을 인사에서 사상 첫 비육사 출신 육군참모총장 진출 여부가 주목을 받고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사진 왼쪽 두번째). 남 사령관은 학군(ROTC) 출신이다./조선일보 DB



◇ “육사 출신은 무조건 안 된다는 불통 인사는 군내 갈등, 국가안보 저해 초래”


비(非)육군에선 해군 출신인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장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황 전 총장은 지난 4월 총선 때 경남 창원 진해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1.4%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하지만 해군 참모총장 출신인 송영무 전 장관에 이어 해군 출신을 또 현 정부 국방장관에 임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황 전 총장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국방장관과 함께 각종 무기도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장 인사도 군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 출신인 왕정홍 현 방사청장은 이달 말로 취임 2년을 맞아 교체설이 제기되고 있다. 후임 청장으로는 박재민 국방차관과 강은호 방위사업청 차장 등이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2006년 창설된 방위사업청은 그동안 외부인사가 ‘낙하산 인사’로 청장을 맡아왔다. 무기도입 사업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주요 분야인 만큼 이제는 방사청 내에서 오래 근무하며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발탁돼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군내에선 현재 거명되고 있는 장관 유력 후보들이 모두 비육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임 육군참모총장 유력 후보로도 학군 출신인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학군 23기)이 거명되고 있다. 남 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되면 첫 비육사 출신 육참총장이 된다. 다만 박한기 의장이 국방장관에 임명되면 같은 학군 출신인 남 사령관이 참모총장에 진출하는 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신임 합참의장은 호남·육사 출신인 서욱(육사41기)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서욱 총장 대신 원인철(공사 32기) 공군참모총장이 임명되면 국방장관-합참의장-육군참모총장이 모두 비육사로 임명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다.


현 정부 들어 크게는 육군, 좁게는 육사 출신들을 수뇌부와 요직에서 가급적 배제하려는 흐름을 보여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군내에선 후임 국방장관은 군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북한 핵위협 등에 대응해 군사력을 건설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 등을 주로 고려해 임명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은 “자질과 역량을 떠나 육사 출신은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불통 인사’는 군내 반목과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국가안보에도 저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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