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위기

SMNEWS

2024.06.19 09:14:56

조회 1433 추천 27 댓글 55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4년 만에 철거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서울=서울미디어뉴스] 김영미 기자 =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4년 만에 철거 위기에 처했다. 행정 권한을 가진 미테 구청이 비문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베를린 미테 구청은 18일(현지 시간), 소녀상 문제에 대한 연합뉴스의 문의에 대해 "특별 허가가 한 번 연장되었고, 이후 텍스트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허용되었다"면서 "이 합의가 실패했기 때문에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소녀상의 비문에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아시아와 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 동원했다는 내용과 이러한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정의기억연대가 기증했다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2020년 9월, 미테 구청은 비문 내용이 설치 당시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소녀상을 설치한 독일 거주 시민 단체인 코리아 협의회가 법원에 임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면서 철거 명령이 보류되었다.

이후 소녀상에 대한 특별 허가는 2022년 9월 28일까지 연장되었고, 그 이후로는 법적 근거 없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소녀상을 구청의 재량으로 '묵인'해왔다. 구청은 "2024년 9월 수용 기간이 만료되면 코리아 협의회에 철거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리아 협의회는 "구청이 텍스트와 관련한 협의를 제대로 요청한 적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텍스트 수정 등을 포함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구청은 또한 독일 연방정부가 계획 중인 전시 성폭력 기념비에 한국이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구청은 "소녀상이 전시 성폭력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며 "무력 충돌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기리는 영구 기념물을 세우는 데 코리아 협의회가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소녀상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기리는 보편적인 전시 공간으로 확장하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코리아 협의회 역시 소녀상을 기반으로 전시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녀상의 이전이나 철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베를린 시장 카이 베그너가 지난달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방적인 표현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소녀상의 철거를 제안하면서 소녀상 보존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구청의 행정에 시가 간섭하지 말라며 항의하고 있다.

미테 구의회는 오는 20일 구청에 소녀상의 영구 보존을 보장하고 베를린 시 당국과 대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의회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보존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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