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23.
3. 1. 미국 117분
감독 :
대련 아로노프스키
출연 :
브랜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등
줄거리 :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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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인 <더 웨일>은 275kg의 몸무게를 가진 주인공 찰리의 외모를 비하하는 속어이다. 그리고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 영화 속에서 갖는
상징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찰리는 자신의 몸무게에 눌려 숨이 차고 심장이 조여오는 고통이 찾아오면, 딸
엘리가 쓴 <모비딕> 감상문을 읽거나 읽어달라고
한다. 찰리는 엘리가 어릴 때 쓴 이 에세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하며, 그걸 들으면서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한다. <모비딕>과 <더 웨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희곡을 영화화한 때문인지 영화에는 연극적 분위기가 짙게 스며있다. 3:2의 화면 비율 역시 무대의 협소함을 표현하고, 찰리의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찰리의 집 안에 국한되어 있으며, 무대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찰리의 직업 상 온라인 강의 장면이 나오거나 현관 앞 복도가 잠시 나올 뿐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다분히 연극적이다. 무대 위를 이동하는 것처럼
집 안 여기 저기를 폭 좁게 걸어다니기도 하고, 배우들의 걸음걸이나 표정, 발성 역시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다. 카메라 워킹이 아니라 배우들의
워킹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
소파에 앉은 채 몸을 가누기 힘든 찰리를 중앙에 두고 유일한 친구 리즈와 선교사 토마스는 찰리와 마주보거나 옆에서, 엘리와 전처 메리는 찰리의 뒤에서 주로 대화를 하며 찰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엘리의
은 훌륭한 에세이다" self-close-tag="1">
영화는 찰리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 일주일의 일상을 통해 한 남자의 인생을 농축해 보여준다. 찰리의 첫 등장은 외모만큼이나 충격적이며, 이를 보게 되는 선교사의
구원 프로젝트에 불을 당긴다.
자연스럽게 찰리는 동성애자라고 말하고 있으며, 거대한 그의 몸집은
그의 삶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친구이자 간호사 리즈의 등장으로 그는 고집스레 병원에 가지 않다는
것, 이제 곧 죽음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영화를 보면서 리즈는 왜 찰리에게 금기 식품인 햄버거, 과자, 치킨 등의 음식을 건네주는지, 그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마 누구보다 찰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오빠처럼 찰리가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없을 거라는 것, 그리고
삶을 포기하는 그의 선택마저 존중하는 지도 모른다. 리즈의 오빠가 왜 죽음을 택했는지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종교와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과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찰리도 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삶의 의욕과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기쁨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찰리의
시간은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일찍 성장해 버린 엘리의 용기에 찰리는 삶을 완성한다
딸 엘리의 등장은 찰리에게는 구원과 같은 것이다. 젊은 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아내와 딸을 떠났던 찰리에게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딸과의 관계 회복이다.
제멋대로 가족 곁을 떠나더니 이제 와서 화해를 하고 싶다는 찰리는 참 막무가내인 것도 같다. 딸 엘리 역시 호락호락할 리 만무하다. 제멋대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나더니, 십 여년 만에 다 죽어가는 몰골로 돈 뭉치나 들고 나타나면 되는 건가?
너무 어린 나이에 인생의 쓴 맛과 슬픔을 알아버린 엘리는 소설 <모비딕>을 읽으며 삶의 허무를 일찌감치 알아차렸으며, 찰리에 대한 원망도
여과없이 토해낸다. 찰리 역시 엘리의 내면 깊은 갈증과 성숙한 치유법을 알기에 그 에세이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솔직함이 가장 큰 문제 해결력임을 엘리가 가장 잘 아는 듯하다. 선교사
토마스의 문제를 한방에 멋지게 해결해 준 것은 그녀의 솔직함이리라.
친구 리즈만이 찰리의 유일한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어 준다
리즈는 허겁지겁 먹을 것을 구겨넣고 호흡 곤란으로 괴로워하는 찰리에게 “평범한
사람처럼 씹어 먹을 수 없어?”라고 꾸짖는다. 그게 찰리에게
바라는 리즈의 솔직한 심정이다. 여기서 평범은 이성애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먹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터이다.
그럼에도 찰리의 하루 하루는 버겁게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죽음을 앞둔 최후의 일주일을 사력을 다해 살아내고 있다. 엘리의 만남에 설레며 정성껏 면도를 하고, 화가 나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과식을 하기도 한다. 창 밖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안부를 묻는 피자 배달부에게 관심을 갖기도 한다.
영화 내내 배경 음악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런 점이 찰리의 절박함과
애잔함을 더 극대화시키고 있다. 찰리가 만들어내는 삶의 소리와 찰리를 버티게 하는 마음의 소리가 관객을
더 애잔하게 만든다
찰리를 구원하겠다는 토마스는 결국 자신의 일에서는 도망칠 뿐이었다
찰리는 “인간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계를 맺고 또 상처를 주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고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리라. 비록 자신이 버린 딸이지만 엘리에게 무관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찰리는 끝까지 전처 메리에게 엘리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엘리를 포기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꼭 그렇게 하겠다는 확답을 받고자 한다.
“알아야겠어! 내 인생에서
잘 한 일이 하나라도 있단 걸!”
찰리의 절규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외침이 아닐까. 그걸
찾아가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리라.
찰리는 자신의 선택이 슬픔이었다고 믿고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
아빠의 “좋은 삶을 살 거라 믿고 싶어. 사람들을 아끼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는 마지막 당부대로 과연
엘리는 아빠를 이해하면 잘 보내줄 수 있을까? 그럴 것이라 믿는다. 엘리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엘리에게 다가서는 찰리의 마지막 모습, 그 환한
웃음은 엘리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고, 찰리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완성했다.
이 영화는 자기 자신에 솔직함만이 스스로를 구원에 이른다고 말하는 것 같다. 찰리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참으로 솔직하게 살고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찾아서,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또 딸과의 화해를 위해 ‘염치없고 뻔뻔함’을 극복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그렇다. 누구나 물 위로 솟구치는 고래의 몸을 보지만 물 속에서 인고하는 시간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찰리는 엘리의 구원이 아니라 스스로 무거운 발을 한발 한발 떼어놓으며 비로소 자신의 의지와 하나가 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이끌어낸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후회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스스로의 삶을 구원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준다. 구원은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마지막으로 고통받는 몸을 보여주기 위해 총 40일간 매일 4시간에 달하는 특수 분장으로 혼신의 연기를 펼친 브렌든 프레이저를 기억하고자 한다. 껄렁하게 웃고 뛰고 달리기만 하던 미이라의 남주가 아닌 삶의 굴곡을 그대로 투영한 혼신의 거구를 연기한 찰리로
남게 될 것이다.
<tomyi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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