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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온라인 불법 도박, 치료와 함께 강한 규제 걸어야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07 18:43:30
조회 209 추천 1 댓글 1
[IT동아 정연호 기자]

“올해 20살 된 대학생입니다. 중학교 2학년쯤 친구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했는데 소액으로 시작해 지금은 고액까지 와버렸네요.”

400만 원의 도박빚이 있는 A씨는 도박중독 상담을 할 수 있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하 예방치유원)의 홈페이지 ‘도박문제 넷라인’에 이와 같은 고민을 올렸다. A씨는 “도박을 끊겠다고 (결심하고) 알바 열심히 해서 돈을 모으면 계속 도박이 생각난다”면서 “그걸 이기지 못하고 도박을 해버리고 돈을 다 잃게 된다”고 호소했다.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 돈을 베팅하고 도박을 하는 것 모두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도 가능한 시대다. 이처럼 접하기도, 하기도 쉬운 온라인 불법 도박이 어린 청소년들을 도박의 늪으로 밀어 넣는다는 경고가 나온다.

온라인 불법 도박의 사업 규모는 우리 예상보다 크다. 지난해 경찰이 잡은 한 불법 도박 운영 조직은 직원 수만 해도 190여 명이었고,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도박 금액은 5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이들 불법 도박 운영 조직은 청소년들을 꾸준히 유혹한다. 학생들이 도박을 접하고 빠지게 하도록 조직 단위로 움직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학교 친구 때문에 불법 도박에 빠지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한다. 불법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기, 절도 등 또 다른 범죄에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적인 치료와 보호 방안, 온라인 불법 도박에 대한 강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청소년 도박중독 증가세… 연령대는 더 낮아져


도박중독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청소년 수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청소년은 △ 2017년 161건 △2018년 252건 △2019년 362건 △2020년 418건 △2021년 612건으로 5년간 약 4배 증가했다. 도박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은 주로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가기 때문에, 발견되지 못한 사례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재학 중 청소년 도박문제 수준, 출처=예방치유원



예방치유원의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 재학 청소년 중 도박문제 위험집단은 4.8%로 100명 중 5명이 이 문제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위험군 3.9%+문제군 0.9%). 위험군은 경미한 수준에서 중증도 수준의 도박행위 조절실패를, 문제군은 심각한 수준의 조절실패를 겪는 집단을 뜻한다. 이들이 처음 도박을 경험한 평균 연령은 11.3세였다.


돈내기 게임(도박) 행동 시작 및 증가 이유, 출처=예방치유원



이들이 도박을 시작한 이유는 ‘승패를 겨루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31.3%)’, ‘친구를 사귀거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23.6%), ‘바깥에 나가지 못해 심심해서(16.2%),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9.1%), ‘돈이 필요해서(4.5%)’, ‘친구 또는 선후배가 권하거나 시켜서’(3.7%) 순으로 집계됐다.

예방치유원의 황선영 팀장은 "학교 친구가 도박을 하면서 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거나, 친구의 압박을 받아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박으로 큰돈을 따면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부추기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그 돈을 친구에게 쓰면서 인정을 받으니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도박을 쉽게 끊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온라인 불법도박을 쉽게 접근하고 또 하는 점도 문제다. 구글에서 ‘ㅇㅇㅇ도박 사이트’라고 치면 다양한 도박 사이트의 검색결과가 뜬다. 이들 사이트는 주민등록인증 등 성인인증 없이도 가입이 가능하다. 황선영 팀장은 “(불법도박은) 핸드폰번호나 계좌번호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으며, 돈이 없는 아이들에게 초기 자금을 주고 도박을 시작하게 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들 온라인 불법도박은 카드나 화투 등의 기존 UI에서 벗어나 사다리게임, 달팽이경주처럼 청소년에게 친근한 게임의 모습을 했기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박사이트에 걸면서 안전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숙명여대 심재웅 미디어학부 교수는 “온라인 도박광고는 도박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도박’이 아니라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묘사한다. 청소년들은 친근한 형태의 온라인 불법 도박을 시작한 후, 한번 돈을 따면 도박을 계속하게 되는 패턴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불법 웹툰 사이트에도 온라인 불법 도박 광고가 배너로 게재된다. 청소년들이 이를 보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온라인 도박에 빠뜨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도 있다. 이들은 특정 학생을 불법도박 브로커인 총판(총판매업자)으로 삼고, 친구들을 불법도박으로 유인할 때마다 수수료를 주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이를 모두 탕진하게 한 뒤 폭력을 써서 추심을 하는 사례도 있다.

추심 압박을 이기지 못하거나,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2차 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도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소년범의 강도 동기 1위는 유흥·도박비(21.9%)로, 이는 성인범(4.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청소년 도박중독, 전문적인 치료와 보호 필요해”


도박의 위험을 청소년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는 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와 교사에게 도박의 해악을 알리는 한편, 강한 규제와 처벌로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방치유원의 황선영 팀장은 “부모나 교사를 대상으로 어떤 온라인 불법도박이 있는지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달팽이 게임이나 사다리 게임을 보고서 부모들이 불법도박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도박 상담 및 치료 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출처=예방치유원



이에 “예방치유원은 지역마다 센터를 마련해 인지행동이나 동기강화 등의 상담을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도박을 끊거나, 도박 중독 문제를 완화하도록 돕는다. 상담과 치료 모두 무료다. 도박 중독자는 우울증을 겪기도 하는데, 정서 문제의 상담도 가능하다.”며 “도박 문제는 혼자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336 전화 상담, 온라인 채팅 상담 모두 익명으로 진행 가능하다.”고 전했다.

제도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청소년 문제 전문가인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에게 그 내용을 물었다. 그는 “우선 필요한 것은 도박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본 뒤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은 도박의 처벌이 경미하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큰 처벌을 받는다. 이를 알려서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면서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나 선도 조건부 훈방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범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수 교수는 청소년의 온라인 불법 도박 중독을 막을 방안으로 ▲ 계좌 개설 시 부모 알림 서비스 의무화 ▲SNS와 포털 규제 강화 ▲도박 사이트 차단협력 체계 구축을 들었다.

그는 “청소년 명의 계좌로 고액의 돈이 오갈 때 부모가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계좌 개설 시 부모 알림 서비스를 의무화하면 도박을 할 목적으로 계좌를 만드는 청소년들에게 경고를 보낼 수 있다. SNS와 포털에서 일정 연령 이하 사용자에게 도박 광고가 닿지 않도록 규제도 해야 한다. 청소년 도박은 광고를 통해 확산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불법 도박 광고의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행성 게임물과 불법 사이버도박 수사권은 경찰청이 갖고 있으나, 불법도박 사이트 차단업무는 방통위를 통해 가능하다. 이들이 검찰 등과 수사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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