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위한 3국 협의체를 조속히 구축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이 9일 밝혔다. 일본 언론도 이날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시스템을 미국을 거쳐 연결해 3국이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3국의 북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강화되는 것을 넘어, 미국 측이 적극 추진해온 한·미·일 3국 미사일 방어(MD) 체계 구축도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는 작년 11월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가 있다”며 “현재 세 나라 군 당국이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자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에 합의한 바 있다.
‘미사일 경보 정보’는 발사 원점과 비행 방향, 탄착 지점 등을 의미하며, ‘미사일 정보’는 여기에 더해 탐지·추적 정보, 교전 정보 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사일 경보 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 (3국)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실시간 미사일 정보 공유 방안에 합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한국군과 주한 미군, 일본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각각 사용하는 레이더 등 지휘 통제 시스템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통해 접속, 한·미·일이 정보를 즉각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동맹 관계가 아닌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시스템을 직접 연결할 수 없기 때문에 양측의 동맹국인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미·일은 실시간 미사일 정보 공유를 위한 법적 틀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할 계획이다. 2014년 체결된 TISA는 우리가 수집한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미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 국방부는 우리 정부 승인을 거쳐 일본 방위성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미·일 3국 미사일 정보 공유 체계는 한국형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주한 미 탄도탄작전통제소(TMO-CELL)→미 인도태평양사령부→주일미군사령부·자위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군과 주한 미군은 북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각각의 탄도탄 작전통제소가 C4I(지휘 통제 시스템)로 연결돼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주일 미군 사령부와 일본 자위대 간에도 실시간 정보 공유가 구축돼 있다. 이런 한·일 체계에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개입해 한·일 미사일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통해 한국은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및 북 미사일 탄착(彈着) 정보를, 일본은 신속 정확한 북 미사일 발사 정보 확보를 통한 요격 능력 강화가 가능해 ‘윈윈(Win-Win)’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구 곡면 때문에 일본은 정확한 북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를 수집하기 힘들어 여러 차례 잘못된 발표를 했었다. 동해상의 북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할 경우 북한 지상에서 쏠 경우에 비해 우리 조기 경보 레이더로는 정확한 탐지가 어려운데 일본 쪽에선 비교적 정확히 탐지·추적할 수 있다. 또 현재 우리 측은 주일 미군의 사드 레이더로 탐지한 정보를 주로 받지만 앞으로는 일본 주요 지역에 산재한 FPS 계열 레이더 정보도 받을 수 있어 북 미사일 정보의 양과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한·미·일 군사 안보 협력이 연합 훈련 강화를 넘어 3국 핵협의그룹(NCG)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자 간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라면서도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일본의 ‘워싱턴 선언’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내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안보협의체’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 “한미 간 핵협의그룹에 일본이 참여하는 형식은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 중점을 핵억제 협의체의 틀에 둔다면 (향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지난 8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확장 억제에 대한 새로운 한·미·일 협의체 창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한일 간 협력 증대는 물론 (한·미·일) 3국 간 협력 증대에 대해서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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