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일대에서 발견된 포텐샤 후기형 / 사진 = 네이버 남차카페 '이기찬'님 제보
19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형 차가 존재했다. 그 차의 이름은 포텐샤였고 1992년에 기아차에서 출시되어 현대 차의 그랜저, 대우차의 로얄살롱을 대항하기 위해 마쯔다의 루체를 기반으로 만든 대형 차였다. 당시 기아차는 1980년대에 들이닥친 산업합리화 조치로 인하여 절찬리에 판매 중이던 푸조 604를 강제로 단종시키게 만들어, 대형 세단의 부재에 대한 고충이 나날이 심했었다. 그래서 산업 합리화 조치가 풀리자마자 머큐리 세이블을 수입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 성과는 눈부시게 성공적이었다.
그 성공을 맛보고 기아차는 당시 기술제휴 관계였던 마쯔다의 기함급 세단이었던 루체를 가져와 국내 실정에 맞게 손을 봐서 출시하게 되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현대차에 밀려 출시 초기를 제외하곤 폭발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었다. 과연 포텐샤는 어떤 차였을지 오늘 이 시간 함께 알아보도록 해보자.
어찌 보면 정통
FR 세단은 포텐샤였을지도
당시 현대차의 그랜저는 미쯔비시 데보네어 1세대를 기반으로 만든 초대 그랜저를 판매했을 시절이었다. 그랜저는 1세대부터 지금까지 쭈욱 FF를 고집하였는데, 이에 반해 한국 시장의 인식도 “고급차는 FR 이지”라는 인식이 아직도 어느 정도 사로잡혀 있을 시기였다.
때문에, 기아차는 그랜저와 달리 FF보다 FR의 트랙션을 가진 정통 세단의 맛과 멋을 추구하게 되었고, 마침 마쯔다에선 루체 5세대 자가용 모델이 1991년 5월에 단종이 되어 그 후속작인 센티아라는 모델을 판매하고 있었다.
포텐샤의 원형 모델인 마쯔다 루체 5세대
때문에, 마쯔다의 입장에서도 이미 단종된 모델을 내어주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기에 기아차와 마쯔다 서로 윈-윈할 수 있었으며, 그랜저가 푹신한 물침대 승차감을 선사했다면 포텐샤는 스프링 침대와도 같은 탄탄하면서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였고, 밸런스가 탁월했던 기억이 존재한다. 더욱이 승차감에 큰 기여를 했던 전자제어 서스펜션인 AAS (Auto Adjust Suspension)을 통해 댐퍼의 감쇄력을 ‘Sport’ 및 ‘Soft’를 운전자가 노면에 맞춰 직접 선택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 시스템은 1991년 뉴-콩코드에서도 선택사양으로 장착이 가능했다.
출시 초기, 포텐샤의 파워 트레인은 V6 3.0L DOHC 엔진과 l4 2.2L SOHC 두 가지의 바리에이션을 가지고 판매를 시작하였다. 특히 초기형 포텐샤의 2.2L 엔진의 경우 기아차 최초로 흡기 2밸브, 배기 1밸브를 적용한 3밸브 형식의 엔진을 적용하여 판매하였으며 V6 모델의 경우 3,000cc 급에선 국내 최초로 DOHC를 도입한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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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는 언제나 한발
뒤처졌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포텐샤의 독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92년 9월 어느 가을날에 현대차는 각 그랜저의 후속작인 뉴-그랜저를 출시하게 되었는데, 이 뉴-그랜저도 미쯔비시와 합작 개발하여 만든 차였다. 당시 뉴-그랜저는 2.0, 2.4 4기통 엔진, V6 3.0L 엔진으로 총 3가지의 바리에이션을 제공하였다.
대형 차는 무조건 각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그랜저였다. 디자인은 곡선을 대거 적용하였고, 더욱 커진 실내공간 덕에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시금 대형차 시장에서 탑클래스를 차지하게 되었다.
포텐샤가 출시했을 당시, 1세대 그랜저는 끝물이었다.
당시 포텐샤가 겨냥했던 모델은 각 그랜저였다. 그렇기에 기아차는 크기로나 엔진 출력으로나 옵션으로나 모든 게 각 그랜저를 대항하기 위해 내놨던 차였기에, 플랫폼부터 뉴-그랜저와 비교했을 때 세대 차이가 났었고, 뉴-그랜저의 경우 풀체인지를 거듭하면서 초음파로 노면을 미리 예측하여 감쇄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ECS, 뒷좌석 이지 액세스, 에어백과 TCS 등 고급차의 상징인 옵션 측면에서도 상대가 안 됐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포텐샤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아래급이던 콩코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콩코드 또한 현대차의 쏘나타를 대항하기 위해 태어난 중형 세단으로 1987년에 출시하였고, 이 당시 쏘나타는 스텔라의 바디를 활용하여 옵션을 늘리고 엔진만 큰 것을 얹어 판매하였다. 그렇기에 기아차의 입장에선 콩코드를 내세워 주행성능이 좋은 중형 차로 마케팅을 펼쳤었고, 80년대 후반 기준으로 첨단 장비들을 장착하여 판매를 하였지만, 그로부터 1년 뒤인 1988년 Y2 쏘나타가 등장하면서 콩코드 또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차가 돼버리고 만 것이었다.
포텐샤 2.0L 엔진은 콩코드와 크레도스에도 적용되며, 우리가 흔히 '군토나'라고 불리는 K-131에도 적용된다.
뉴-그랜저를
대항하기 위한
‘프레지던트’ 트림 신설
뉴-그랜저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포텐샤의 초창기 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주행성능을 중요시하던 일부 고객들에게만 판매가 되면서 실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실 포텐샤의 경우 오너 드리븐의 성향이 짙었고, 뉴-그랜저까지만 하더라도 오너 드리븐의 성향이 짙었던 차였기에 그 격차는 더욱 심했다.
그러다 보니 기아차 입장에선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마이너 체인지를 감행하게 된다. 투톤 컬러는 과감히 삭제하여 보다 심플한 외관을 형성했으며, 무조건 직각으로만 이루던 리어 테일 램프의 디자인도 아주아주 살짝 디자인을 변경하여 다듬었고, 컬러로 틴팅 되어있던 부분을 클리어 타입으로 마감하였다.
해당 휠이 클래식 팩에 적용됐던 투피스 휠이다.
이와 동시에 엔트리 등급이었던 2.2L SOHC 엔진 대신 2.0L DOHC FE 엔진을 탑재하여 변화를 주었고, V6 모델에는 프레지던트 트림을 신설하여 뉴-그랜저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워낙 사양 자체가 출중하였기에 큰 변화는 없었고, 외관에 대한 변화가 제일 도드라지는데 이 당시에 ‘클래식 팩’이라는 옵션 사양에 순정 사양으로 투피스 휠을 제공하였다.
요즘 세상에 투피스 휠을 구경하려거든 튜닝용 휠에서나 볼법한 휠을 순정으로 달아줬으니, 이만하면 이 시대의 자동차들이야말로 오늘날의 자동차들 보다 낭만 있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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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부도를 겪은 기아
1997년 5월 뉴-포텐샤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마이너 체인지를 겪은 포텐샤, 동년 3월에 이보다 상위 클래스인 엔터프라이즈가 출시됨에 따라 기아차의 기함 자리를 넘겨주게 돼버리면서 포텐샤는 준대형급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2.2L 3밸브 SOHC 엔진과 V6 DOHC 엔진이 삭제되었고, 4기통 2.0L 엔진과 V6 2.5L 엔진이 새롭게 장착되었다. 전면부와 후면부에 디자인의 변화가 생김과 동시에 포텐샤의 고질병 아니, 이 시대 자동차들의 대다수가 겪었던 범퍼 처짐 현상도 개선하여 출시하였다. 뉴-포텐샤부터는 수동 변속기가 삭제되고 오로지 4단 자동 변속기만 탑재되어 판매를 진행하였다.
이때부터 조수석 에어백도 추가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AVN 시스템도 선택사양으로 판매하였는데, 포텐샤 오디오 위치상 대쉬보드 최 하단부에 존재해 시인성이 최악이었다. 사실상 기아차 입장에서 출시된 지 5년이 넘어간 차에 큰 투자를 하기도 애매했던 상황이었으며, 엔터프라이즈와 카니발을 통해 부도를 만회하고자 하였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그리하여 2002년에 최종적으로 단종된 포텐샤는 판매량이 썩 많지도 않았지만, 대우차가 내놨던 차량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없어져 잔존 개체 수가 동시대에 나왔던 뉴-그랜저에 비해 많지가 않다. 남들과 달리 주행성능과 밸런스에 포커스를 맞추고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기아차만의 기계적인 느낌을 간직한 마지막 기아차 포텐샤, 남아있는 개체 수들이 주인의 정성을 받으며 오래도록 사랑받길 희망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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