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운행중인 하이거 하이퍼스, 사진은 말레이시아 사양
중국산 제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짝퉁, 저품질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 실제로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차종을 베낀 사례가 꽤 있으며, 품질은 국내에서 판매되었던 켄보 600이 말썽이 많았다. 마감 부실은 물론 사브 기술을 활용했다는 것이 의심이 갈 정도로 좋지 않은 엔진 성능, 부식,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결함 등 말썽이 많았다.
국내에 출시된 켄보 600과 펜곤 iX5, CK 미니트럭 및 미니벤 외에도 국내에 출시된 중국차는 생각보다 많다. 다만 승용차는 아니고 전기버스 모델이 많다.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생각보다 높은 편이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중국산 버스의 시작
선롱버스 두에고
중국산 버스는 생각보다 꽤 오래전에 국내에 출시했었다. 2012년 중국 업체인 선롱버스에서 두에고를 선보이며 국내에 진출했다. 정식 판매는 2013년부터 시작했다. 승용차, 상용차 통틀어서 국내에 처음 정식 수입된 중국차다.
선롱버스는 2005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버스 제조사로, 선롱은 중국어로 객차, 대형차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래 2008년 진출하려고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불발된 바 있었다.
두에고는 중국 내수용 모델인 SLK6750을 베이스로 하며, 한국 시장에 맞게 상품성을 높였다. 또한 전체 1,800개 부품 가운데 핵심부품 20%는 비중국산을 사용하며, 휠과 시트, 타이어 등 한국산 부품도 15%나 들어간다고 한다. 즉 중국 원본 모델과는 아예 다른 차라고 봐도 된다.
엔진은 미국 커민스의 3.8리터 ISF 디젤 엔진을 사용하며 170마력을 발휘한다. 대우버스의 레스타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하다. 다만 크기가 크다 보니 가속력은 레스타보다 부족하다고 한다. 변속기는 ZF사의 제품을 사용한다. 두에고의 크기는 레스타와 카운티의 준중형버스보다 크고 그린시티, BS090의 중형버스보다는 작다. 일단 분류상으로는 중형버스로 되어 있다. 트림은 EX와 CT 두 가지가 있었다.
중국산 자동차 치고는 판매량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카운티가 독점하던 시장에 질렸던 시장 상황도 있었고, 카운티는 주문 후 인도까지 6개월이 걸렸던 반면, 두에고는 3개월이면 인도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당시 판매되던 카운티보다 400~500만 원 더 비싸긴 했지만 크기가 매우 컸기 때문에 가성비도 나쁘지 않았다. 2014년 상반기까지 200대를 판매했으며, 2015년 초까지 500대를 판매했다고 한다. 그런 탓에 판매 당시에는 두에고를 도로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평가는 중국산 자동차답지 않게 잘 만들긴 했지만 군데군데 내장재나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하고 승차감이 나빴으며, 브레이크 결함, 차축 베어링 결함 등 품질 문제가 나왔으며, 2015년에는 방향지시등 적색(미국산 외에는 무조건 황색), 최고 속도 리미터 결함, 조수석 2점식 안전벨트 장착, 안전벨트 버클 위치 결함, 차량 중량의 오차 허가범위 초과 등으로 인해 국토부가 리콜 명령을 내렸다.
그 후에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마감뿐만 아니라 승차감도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초기형 모델의 품질 악평으로 인해 두에고를 기피하는 회사가 늘어나 판매량이 늘지 않았다.
시내버스 모델인 시티부도 국내에 공개하긴 했지만 품질 문제로 인한 불안함과 사드 배치 확정으로 인해 악화된 한중관계로 인해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으며, 두에고도 2016년 단종되었다.
BYD e-bus 12
전기버스 시장이 본격화되자
중국산 버스 진출이 늘었다
선롱버스 두에고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모델이 되었지만 이후 국내에서 전기버스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진출이 대폭 늘어났다. 2017년 진출을 시작으로 2018년 많은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재 서울, 경기도, 강릉, 춘천, 창원, 양산 등 여러 지역에서 중국산 전기버스를 운용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에서는 올해 전기버스 입찰에서 중국산이 33.2%를 차지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국 전기버스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산이 40.8%를 차지한다.
하이거 하이퍼스
국내에 출시된 중국산 전기버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통은 매그넘과 아데오나가 있고, 하이거는 하이퍼스, 포톤은 그린어스와 그린타운 850이 있다. 위에 언급된 두에고를 판매했던 선롱버스코리아는 에빅오토모티브코리아로 인수된 후 에빅 엔비온을 출시했다.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BYD는 e-bus 7과 e-bus 12를 판매하고 있으며, 스카이웰은 볼트온과 아이즘, 엘페를 판매한다. 또한 스카이웰이 생산하는 휴스카이는 디피코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황해자동차는 E-SKY를, 킹롱은 시티라이트를, BLK는 일레누스를, CRRC는 그린웨이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산 차체를 사용하는 JJ모터스 VBUS90
몇몇 국내 전기버스 제조사도
중국산 차량을 들여와 조립한다
또한 국내 전기버스 제조사도 중국산 차량을 들여와 조립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에디슨모터스가 있다. 중형버스 모델인 스마트 8.7과 9.3의 경우 중국 JJAC의 차량을 반조립 상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최종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11m 버스인 스마트 110과 110H는 대우버스 BS106을 기반으로 했지만 전기버스 모델의 배터리와 전기모터는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JJ모터스도 중국 기업과 제휴해 중국산 버스를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한다. 다만 배터리는 국내 제품을 사용하며, 앞으로는 차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국산 부품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참고로 우진산전은 에디슨모터스와는 달리 국산 부품 활용률이 65% 이상이며, 반조립 없이 국내에서 100% 조립 생산한다. 거기다가 대우버스 개발진들이 우진산전으로 대거 이적한 후 국산화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운행중인 하이거 하이퍼스 / 매일경제
가격이 저렴하다
보조금 수령하면
버스회사 부담이 적다
많은 버스회사들이 중국산 버스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국산 전기버스의 가격은 4~5억 정도이지만 중국산 전기버스는 3억 내외에 불과하다. 중국산 버스가 가격이 저렴한 데에는 부품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중국 정부에서 수익 손실 보전을 해준다.
또한 전기버스를 구입하면 총 보조금을 대략 3억 정도 받는데, 중국산 버스가 3억 내외의 가격에 형성된 점을 보면 버스회사는 버스를 사실상 공짜에 가깝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러한 점을 노리고 간혹 3억 미만에 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버스를 샀는데 오히려 돈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준공영제가 아닌 지역의 경우 재정 문제로 인해 중국산 버스를 많이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BYD e-bus 12
사실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가 값이 비싼 전기버스를 천연가스버스와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는데, 저렴한 중국산 버스가 들어오면서 이 취지가 무색해졌다. 올해부터 중국산 전기버스를 공짜 수준으로 구입하지 못하게 법이 개정되었다. 보조금을 낮추고 최소 자기부담금 제도를 도입해 어떤 차를 사던 1억은 무조건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부담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산에 비하면 중국산 버스 구입 부담이 더 적은 것은 여전하기 때문에 아직도 중국산 버스 구입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중국산 버스로 인한 논란을 막기 위해 부산이나 대구 등 몇몇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중국산 전기버스 구입을 막고 있다.
국내에서 스카이웰 볼트온으로 판매중인 중국버스
내구연한 문제
일정 기간 지나면
새 차로 바꿔야 한다
위의 가격 문제와 연결되는 것으로, 국내에서 운용하는 영업용 버스는 내구연한이 있다. 전기버스가 많이 사용되는 시내버스(시외를 이동하는 광역버스 포함)의 경우 기본적으로 9년이며, 내구연한 연장을 통과하면 한 번에 6개월씩 최대 12년 6개월까지 운용할 수 있다. 원래 11년 6개월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최대 1년이 늘어났다.
내구연한이 지나면 버스 상태가 좋던 나쁘던 무조건 폐차하거나 수출, 비영업용으로 중고 판매를 해야 하며, 이를 대체할 새 버스를 사야 한다. 문제는 버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내구연한을 더 늘려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가격이 비싼 국산 전기버스의 경우 손해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요즘 자동차 생산 기술도 좋아져 내구성이 높아졌는데, 내구연한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많은 승객을 수송하다 보니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스카이웰 엘페로 판매중인 중국버스 국내 모델은 형태가 약간 다르다
다양한 크기의 버스가 있다
노선 상황에 따라 운용 가능
국산 전기버스는 크기가 몇 가지 없다. 현대차의 일렉시티, 우진산전의 아폴로 1100, 에디슨모터스의 스마트 110의 경우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전장은 약 11m, 전폭은 약 2.5m, 전고는 약 3.4m로 비슷비슷하다. 그 외 중형버스로는 우진산전 아폴로 900뿐이고, 준중형 버스는 카운티 일렉트릭뿐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중형버스인 스마트 9.3과 8.7은 사실상 중국산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제외했다.
하지만 중국산은 차종이 많은 만큼 크기도 다양하다. 버스 운용 환경은 노선마다 다른 만큼 아무래도 크기가 다양하면 선택하는데 수월하다. 예를 들면 같은 대형버스라도 국산차는 운용이 불가능한데, 중국차는 운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중국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킹롱 시티라이트로 판매중인 중국버스
버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산 버스의 품질이 국산 버스보다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들이 많이 구입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바로 가격 문제다. 버스 회사의 재정이 넉넉하다면 당연히 품질이 좋은 국산 버스를 구입하겠지만 많은 회사들은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은 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기버스는 운용해야 하다 보니 중국산을 구입하게 된다.
따라서 국산 전기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품질을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 및 협력 중소 부품 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CRRC 그린웨이로 판매중인 중국버스
중국산 버스에 대한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에 많이 출시된 데에는 인증이 국산 버스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는 자국에서 안전도와 적합성을 검증한 시험성적서만 갖추면 한국에서 별도의 인증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반면 국산 버스는 국토부에서 18가지 인증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환경부의 주행거리 테스트, 소음테스트, 보급평가 시험도 거쳐야 한다. 특히 제동시험, 전복시험, 전자파시험, 배터리시험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국내에서 포톤 그린어스로 판매중인 전기버스
국내에서 운행될 버스인데, 중국 시험 성적만 갖추면 한국에서 인증 평가를 안 받아도 된다는 점이 말이 안 된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 버스가 한국에 오면 당연히 한국 기준으로 평가를 통과 후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인증 시험 항목이 까다롭다면 낫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지금 판매되는 중국산 버스를 대상으로 한국 기준으로 테스트해 보면 통과하지 못할 버스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버스들이 승객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인증을 강화해 안전한 버스들만 판매될 수 있도록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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