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더 팔린다’. 10~20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들었으면 아마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1년에는 다르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르쌍쉐의 부진은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집계된 판매 대수를 보면 르쌍쉐의 현실이 안쓰럽다 못해 처참하게 느껴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고사하고 수입 제조사의 판매량에도 뒤처지는 실정이다. 르쌍쉐는 어쩌다가 이렇게 추락하게 된 것일까?
이젠 수입차가 국내에서
더 많이 팔 정도다
올해 들어 지난달인 9월까지 중견 3사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합계 13만 463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만 6,213대에 비해 33.6%나 뚝 떨어진 수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국내 중견 3사 판매량이 바닥을 치고 있는 반면에 수입차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란 것이다.
한국수입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수입차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12.0% 증가한 21만 4,668대였다. 만약 이런 기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28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KAIDA 집계에서 제외되는 테슬라 그리고 연말 성수기를 감안하면 30만 대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르노삼성
판매량 살펴보니
그렇다면 르쌍쉐, 각 제조사의 판매량 현황은 어떨까? 르노삼성은 올해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전년 동기 41.8% 줄어든 4만 2,803대를 팔았다. 브랜드 내에서 가장 잘 팔린 모델은 QM6로, 2만 6,525대를 팔며 약 6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QM6가 잘 팔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간 국산 SUV 중 유일하게 LPG라는 선택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마저도 더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전망이다. 기아 스포티지에서 LPG 모델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르노삼성에서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감소세가 심한 모델은 SM6와 XM3로, 각각 73.3%, 57.8%나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SM6의 경우 연식변경 모델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쏘나타와 K5 등 입지가 굳건한 동급 모델 사이에서 반등이 가능할지의 여부는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
판매량 살펴보니
이번에는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전년 동기 대비 34.5% 감소한 4만 99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브랜드 내에서 가장 잘 팔린 모델은 티볼리로, 7,855대를 팔아 점유율 19.2%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이 각각 7,054대, 6,610대 팔려 브랜드 내 2위, 3위를 기록했다.
티볼리는 소형 SUV가 강세던 시절에 날개 돋친 듯 팔린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소형 SUV 시장의 분위기가 위축되며 티볼리의 판매량 역시 쪼그라든 상태다.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의 경우, 수입 픽업트럭이 선전하며 더 이상 경쟁력을 논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한편, 쌍용차에서 판매량 급감이 눈에 띄는 모델은 전년 대비 55% 하락한 코란도, 45.7% 하락한 렉스턴이다.
쉐보레
판매량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쉐보레는 어떨까? 쉐보레 역시 정상적인 판매량의 범주를 벗어난 안타까운 상황이다. 쉐보레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22.3% 감소한 4만 6,663대만을 판매했다. 브랜드 내에서 가장 잘 팔린 모델은 트레일블레이저로, 해당 모델은 1만 6,295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작년과 비교해 5.7% 더 팔리며 제조사에 희망을 가져다준 모델이기도 하다.
트레일 블레이저의 뒤를 잇는 것은 스파크 그리고 콜로라도다. 이 중 스파크의 경우, 브랜드 내 판매량 2위지만 내년에 단종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편, 쉐보레에서 판매량 급감이 특히 눈에 띄는 모델은 전년 대비 57.7% 감소한 트랙스, 52.9% 감소한 말리부다.
“현대차가 잘 하는 게 아니라
르쌍쉐가 못 하기 때문이다”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르쌍쉐의 판매량과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시장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는 제조사다. 그런데 일각에선 다음과 같은 말이 들려온다.
바로, “현대차의 독보적인 점유율은 현대차가 잘해서가 아니라 르쌍쉐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반응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르쌍쉐서 나오는 차량의 상품성이 아쉽다는 의미 그리고 신차 출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도대체 신차 출시는
언제 하는 건가요?”
먼저 논해볼 것은 신차 출시 타이밍이다. 업계에선 올해 유독 중견 3사가 부진한 원인으로 '신차 부재'를 꼽는다. 실제로 벤츠는 올해 순수 전기차 2종을 포함해 9종의 신차를 선보이고, 벤츠의 라이벌로 일컬어지는 BMW도 7종의 신차를 국내에 선보인다.
그런데 르쌍쉐는 어떨까? 먼저 쌍용차는 지난 4월 출시한 부분변경 모델, 픽업트럭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이후 마땅한 신차가 없다. 르노삼성과 쉐보레 역시 모기업으로부터 신규 차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쉐보레의 경우, 수입 모델을 중심으로 올해 4~5종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볼트 EV와 볼트 EUV가 리콜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계획이 틀어졌다.
노후화된 모델들
연식변경 시도해도...
신차가 출시되지 않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문제 중 하나가 노후화로 인한 상품성 하락이다. 실제로 르쌍쉐와 달리 경쟁사들은 앞다퉈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견 3사 경쟁력이 뚝 떨어지는 셈이다.
다만 르노삼성은 최근 SM6 연식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반등을 노리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차량에서 인포테인먼트 등 일부를 바꾼 수준이기에 소비자의 큰 관심을 받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르쌍쉐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떨까? 먼저 일각에선 “르쌍쉐가 잘 돼야 현기차도 견제가 돼서 더 열심히 할 텐데...”, “아 좀 열심히 해봐라, 안타깝다 진짜” 등 르쌍쉐의 부진을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포착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독점을 막는 것에 있어서 르쌍쉐의 역할이 중요한데, 르쌍쉐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소비자는 “르쌍쒜는 이미 늦었다”, “신차도 안 나오는데 가격이라도 낮춰야 사지”, “한 번 돌아선 고객은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할인을 해라”, “디자인 별로고 성능도 별로인데 가격만 비슷하니 팔리겠냐”라며 가격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르쌍쉐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르쌍쉐의 위기에 대한 독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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