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일본산 클래식카 등을 도로에서 만날 때가 있다. 마쓰다 RX-7, 닛산 GT-R R34 같은 스포츠카도 있겠지만 국산 경차보다 훨씬 작은 일본 경차도 종종 보인다. 판매 가격만 해도 국산 경차보다 비싼 모델을 관세, 운송료 등 부대 비용까지 들여가며 사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이유로 국내 도로를 달리는 일본차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모델이 있다. 바로 닛산 한정판 소형 컨버터블 피가로(Figaro)다. 귀엽고 아담한 덩치로 인해 경차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장과 전폭이 국내 규정을 조금씩 초과해 엄밀히 소형차로 분류된다. 최근 이 차가 다시 인기 몰이를 하며 일본, 유럽 등지에서 중고차 시세가 폭등해 주목을 받는 중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
딱 2만 대 한정 생산해 추첨 판매로 완판 이뤄
닛산 피가로는 1991년 2월 출시 후 1992년까지 2만 대가 생산되었다. 신차 가격은 1991년식 기준 187만 엔(약 1,762만 원) 이었다. 당초 닛산은 피가로를 8천 대만 한정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수요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몰렸고 고민 끝에 생산 수량을 2만 대로 대폭 확대했다. 닛산은 선착순이 아닌 추첨 판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피가로를 완판했다.
닛산 피가로의 차체 크기는 전장 3,740mm, 전폭 1,630mm, 전고 1,365mm에 공차중량은 1톤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고 출력 76마력, 최대 토크 10.8kg.m로 현행 국산 경차와 비슷한 동력 성능을 내는 1.0L 직렬 4기통 터보 엔진과 3단 자동변속기 단일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 소프트탑은 피아트 500C처럼 필러 부분을 남기고 지붕만 열리는 캔버스탑이며 수동으로 여닫는 방식이다.
레트로 감성 한가득 유럽에서도 인기 폭발
개성 있는 외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계기판부터 각종 스위치, 도어 핸들 등에 피가로만을 위해 디자인된 부품이 적용되는 등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신차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으며 출시 후 폭발적인 반응은 물론, 세월이 한참 지나고도 중고차 시세가 신차보다 높아지는 희소가치로 이어졌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닛산 피가로 중고차 전문 매장이 생겨나기도 했으며 인기 드라마에 주인공의 차량으로도 등장하는 등 꾸준히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기가 폭발적이었는데 특히 영국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피가로 중 상당수가 영국에 중고 매물로 수출되었으며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을 포함한 셀럽들도 피가로를 사들였을 정도다.
원 메이크 레이스도 진행 중고 매물 최고가 기록은?
유럽에서는 닛산 피가로만 참가할 수 있는 원 메이크 레이스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네덜란드, 2015년에는 스코틀랜드, 2016년에는 벨기에에서 개최된 피가로 랠리가 대표적이다. 현재 일본보다 닛산 피가로가 많은 영국의 경우 2016년에 출시 25주년 기념으로 이벤트가 개최되기도 했다.
한편 영국에서 닛산 피가로의 중고 시세는 매물 컨디션에 따라 약 470만 원~3,000만 원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희귀한 클래식카, 올드카 경매로 유명한 RM 소더비 경매에 출품되기도 했는데, 누적 주행거리가 9,134km에 불과한 1991년식 닛산 피가로의 낙찰가는 무려 5만 1,750달러(약 6,443만 원)를 기록했다. 무려 신차 가격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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