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세금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남자와 여자다”. 이는 사람이면 누구나 세금을 싫어한다는 뜻으로, 미국의 세금에 관한 유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국민에게 정말 싫은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금을 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기왕 세금을 냈으면 바람직한 곳에 쓰였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염원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소비되고 있다면?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네시스 eG80이 출시되고 나서 벌어진 일이다. 무슨 일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프리미엄 첫 전기차
제네시스 eG80
G80 전동화 모델은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다. 비록 아이오닉 5 등과 같이 현대차 E-GMP 플랫폼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첫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차량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G80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기차이기에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적용된 점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능을 살짝 살펴보면, eG80은 최대 출력 약 370마력, 최대 토크 71.4kgf · m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 만에 도달하며, 복합전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4.3km/kWh다.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약 1,800만 원가량 비싸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가격은 어떨까? G80 전동화 모델의 기본 판매 가격은 8,281만 원이다. 이는 유사한 출력과 사양을 갖춘 G80 3.5 터보 AWD 모델과 비교했을 때 무려 1,800만 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최근에는 G80 전동화 모델의 보조금도 밝혀졌다. 높은 가격대에 예상은 했지만, 많은 이의 생각만큼이나 적은 금액의 보조금이 책정됐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공개된 제네시스 G80 전기차의 국고 보조금은 379만 원이다. 보조금이 아이오닉 5의 절반에 가까운 이유는 G80 전기차의 가격이 보조금 상한제 기준인 6천만 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거 좀 너무하다”
“가격 실화냐”
이에 소비자들은 “G80 전기차 이거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내연기관 G80의 가격과 전동화 모델 G80의 가격이 생각보다 차이가 더 크게 나는 게 문제였다. 실제로 몇몇 네티즌은 “친환경, 전기차 다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며 가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보조금도 다 못 받는 비싼 가격에 “차라리 일반 G80 사고 나머지 돈으로 기름 넣는 게 낫다”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주행 가능 거리 때문에 매번 충전하기도 귀찮은데 2,000만 원이나 비싸기까지”, “배터리 내부 침범해서 뒷좌석도 일반 G80보다 불편하다던데”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결국 공공기관이나
법인차로 팔릴 전망
독자 대부분 알다시피, 제네시스는 의전차 비중이 높은 브랜드다. 여기에 G80 전동화 모델의 비싼 가격이 알려지고 나서부터 뭇 네티즌은 “개인용으로 내놓은 게 아니라 공공기관 임원 전용으로 내놓은 차 같다”라며 합리적인 추측을 더한 바 있다.
그런데 네티즌의 의견이 들어맞은 듯 보인다. 지난 5월경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한 후, 정부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모든 업무용 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구매하도록 했다. 특히 환경친화적 자동차 중 80% 이상을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구매해야 하며, 공공기관의 장 또는 지방공기업의 장 전용 차량은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세단인 eG80이
틈새시장 공략한다
그간 전기차와 수소차는 소형차와 SUV 중심으로 개발돼 차관급 이상에게 지급되는 전용 차량을 대체하기 어려웠다. 고위 공무원 전용 차량은 대부분 별도의 운전자를 둔 쇼퍼 드리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뒷좌석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국산 대형 세단 또는 미니밴 등의 선택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쉐보레 볼트 EV, 르노삼성 조에, 현대차 넥쏘 등 다양한 국산 전기·수소차가 판매되고 있지만, 전용 차량 활용도를 감안하면 정부 정책에 걸맞은 선택지는 G80 전동화 모델이 거의 유일하다. 기아 카니발이나 현대차 스타렉스 등 미니밴 전기차는 2022년 이후에야 나오니, 일단 지금은 “세단”인 G80 전동화 모델이 이 틈새시장을 장악할 전망이다.
“이거 혈세 낭비잖아”
소비자의 반감이 거세다
그런데 일각에선 기관 법인 차로 G80 전동화 모델 같은 비싼 차량을 사는 건 ‘혈세 낭비’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용 차량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기반으로 한 예산에서 구매되고, 앞서 강조했다시피 G80 전동화 모델은 기존 내연기관 대비 약 2,000만 원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대당 1,000만 원이 넘게 차량 구매비가 늘어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는 주장이 제시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전기차 및 수소차 구매를 의무화하는 것은 무공해차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별개로 아직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가격이 훨씬 비싸고, 차종도 매우 한정적이다. 특히 전용 차량으로 사용되는 고급 세단의 경우 현대차가 독점하고 있기에 가격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이 지점이 바로 “정부의 무공해차 의무 구매 정책이 현대차에만 좋은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스웨덴의 경우
관용 차량이 없다
해외에서의 관용차 사례를 살펴보자. 해외 중 특히 북유럽의 경우, 총리, 국회의원, 장관들의 사회적 특권이 한국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이 한국보다는 훨씬 약하기 때문인데, 심지어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이 아예 ‘3D 직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3D 직업은 어렵고 위험하며 더러운 일을 하는 직업을 뜻한다.
스웨덴에서는 의원 2명 당 1명의 공용 비서가 있고, 의원들이 직접 전화를 받으며 업무 일정을 짠다. 물론, 오늘 소개한 제네시스 eG80와 같은 값비싼 관용 차량도 없다. 많은 네티즌이 오늘과 같은 이슈에 종종 “스웨덴 국회의원님들 보고 배워라”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오늘의 이슈에 관해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일각에선 “관용차는 아반떼급 이하로만 사용하게 법을 바꿔라”, “관용차 구매비 상한선 정해야 한다”라며 비판을 더했다. “국민은 힘든데 관용차가 8,000만 원대라...”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더불어 “관용차를 왜 고급 세단으로 해야 하나”, “누구 좋으라고 무슨 제네시스냐?”, “명백한 혈세 낭비다”라며 관용차를 고급 세단으로 구매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과 불만을 품은 네티즌의 반응도 종종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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