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성비 좋은 픽업트럭을 원한다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만 한 게 없다. 탄탄한 프레임 보디 기반으로 만들어진 픽업트럭이면서, 수동 미션을 장착한 기본 모델은 시작 가격이 2,519만 원밖에 안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살만한 사양으로 구성하다 보면 3천만 원 중반대까지 올라가며, 롱보디 칸 모델은 4천만 원을 넘어서지만, 그래도 수입 픽업과 비교하면 충분한 가성비를 갖췄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미제 정통 풀사이즈 픽업트럭이 무려 전기차로. 그것도 한국에 들어오면 1,35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난리가 났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같은데 실제로 풀사이즈 미제 전기 픽업트럭을 한국에서 이 가격에 살 수 있을까?
글 박준영 편집장
F150 라이트닝
시작 가격은 3만 9,974불
한국 돈으로 4,500만 원 정도
오늘 소개할 포드 F150 라이트닝은, 명실상부 미제 정통 픽업트럭의 강자라고 할 수 있는 F150의 전기차 버전이다. 지난해 공개 이후 미국에서 이미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라 포드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느라 진땀을 빼는 중이다. 초도 계약 물량 20만 대가 모두 계약됐으며, 지난달부터 인도하기 시작한 이 자동차는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내년 말까지 연간 15만 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생산은 겨우 4만 대 수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작년 공개 당시 한국에서도 이차는 화제였는데, 시작 가격이 4만 불이 안 되다 보니 한화로 약 4,500만 원, 한국으로 가져온다면 전기차 화물차 보조금을 받아 무려 3,15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전해졌다. 그러니 결과적으론 이 자동차를 무려 1,35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서 1,35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
하지만, 이는 당연히 오류가 있는 사실이다. 우선 4,500만 원은 완전 기본 모델 가격이며, 탈 만한 중상위 트림을 선택한 뒤 옵션까지 추가한다면 이 차의 가격은 1억에 근접하게 된다. 픽업트럭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차를 기본 사양으로 살 소비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현재 미국에선 이차의 인기가 너무 높아 일부 딜러들은 출고 시 추가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차는, 미국 현지에서조차 제값 주고 사기 어려운 차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전계약 물량 20만 대를 감당하기에도 연간 생산량 4만 대로는 앞으로 몇 년간 턱도 없는 수준이다. 한국 출시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코리아 대표이사가 “적정 시기에 도입할 것이다”라는 정도로 일축한 바 있다.
3천만 원대로 출시?
GMC 시에라
실제론 턱도 없다
F150 라이트닝과 비슷한 소식이 전해진 차가 하나 더 있는데, 올해 국내 출시가 예고된 GMC 시에라다. 이 역시 F 시리즈와 경쟁하는 풀사이즈 픽업트럭인데, 한 유튜버가 “국내에 3천만 원 대로 출시될 예정이다”라는 영상을 올리며 이 차가 마치 3천만 원 대로 출시될 것이라는 듯한 소식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에라는 북미에서조차 기본 가격이 3만 2,485달러로 시작하며, 한화로 환산할 경우 4천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당연히 기본 사양 가격이며, 시에라는 사양에 따라 무려 8만 불까지도 올라가는데 이러면 1억 원에 가까워진다. 다양한 신차가 한국에 출시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팩트체크는 제대로 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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