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인문계 새내기들 SW와 놀아봐!!

성균관대, 소프트웨어 관련 강의
모든 신입생에 교양필수 4학점 지정
"딱딱한 내용 빼고 즐겁게 원리 이해"

성균관대 호암관 멀티미디어 제작실에서 지난 17일 학생

들이 '컴퓨팅 사고와 소프트웨어 코딩' 과정 실습 수업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먼저 여러분은 실질적으로 '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해요. 오늘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잘 '부려' 먹어봅시다." 

'컴퓨팅 사고와 소프트웨어 코딩'의 첫 실습 강의가 열린 지난 17일 오후 3시. 성균관대 호암관 멀티미디어 제작실에 모인 학생 20명은 교수의 말대로 소프트웨어(SW)를 요리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문과생이지만 SW 공부에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SW를 만드는 코딩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이긴 데 자극을 받아 공부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김동언 씨(19·글로벌경제학과 1학년)는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AI를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며 "교양 강의를 이수한 뒤 고차원적 수준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SW 연계·복수전공 프로그램도 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올해 신입생부터 예외 없이 SW 교양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인문계생도 4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번 학기에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개설된 SW 관련 교양 강의만 16개며 수강생이 2517명에 이른다. 17일에도 8개 강의실에서 학생 160명이 실습을 받았다. 

학교 측은 3월 신학기인 만큼 인문계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SW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옥영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수업 대상이 비전공자인 만큼 SW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SW 교육에 튜터(tutor·지도교사) 124명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미리 튜터 양성 강의를 이수한 3·4학년 학부생들이다. 수업당 2명씩 실습 조교로 참가해 학생들을 돕고 있다. 실습 조교로 참여 중인 강석민 씨(24·컴퓨터교육과 3학년)는 "수업에서 활용하는 '엔트리(SW 교육용 프로그래밍 플랫폼)'는 전공 지식이 없는 초보자가 배우기에 적합한 내용"이라며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뜻깊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가 인문계생의 SW 교육을 필수로 한 까닭은 융합인재 양성과 사고력 함양에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김재현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SW 교육의 목표는 개발자 양성이 아닌 사고력 함양"이라며 "컴퓨팅의 원리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논리력, 분석력,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과정을 배제하고 코딩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교육 시장 상술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인문계생들이 필수 이수 스트레스를 덜고 각자의 학문에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각자 전공에 SW 지식을 융합할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실제로 글로벌경제학이 전공인 김씨는 "국제 경제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205755&year=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