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지만 매번 전교1등 할 정도로 똑똑하고,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도 한결같이 침착하고 차분할 만큼 덤덤하고, 나이 많은 선배한테도 전혀 기 안 죽고 할 말은 하고, 자기 사람 위해서 싸우고 나서줄 줄도 알고

어려운 환경에도 누구 원망 안 하고 열심히 살아서 자기가 극복하려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사람한테는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부드럽고 다정하잖아 ㅜ 남들한테는 시니컬하고 냉정한(척 하는)데 자기 바운더리 안의 사람한테만큼은 말랑해

웅이가 연수랑 헤어지고나서 생활이 망가진 건 연수를 많이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수를 너무 많이 의지했기 때문인 것 같아

대학 갈 수 있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해주고, 대학 간 이후에도 술 먹고 난 다음날 책임감 없이 학교 빠지지 말라고 말해준 것도 연수. 충동구매하지 말라고 혼내키지를 않나 ㅋㅋㅋ 아마 연수 성격상 느긋하기만 한 웅이를 보고만 있지 못하고 참견하고 잔소리하고 그랬겠지.

웅이한테는 자길 너무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계시지만 너무 바쁘셨고 방임주의로 자유롭게 자랐으니까 연수처럼 잔소리하고 일상에 깊이 개입하려드는 사람은 처음이었을 거야. 잔소리 듣는 사람 입장에선 싫을수도 있는데 1년 2년이 쌓이고 5년이 되면 저렇게 잔소리해주는 사람이 일상에 스며들어서 중심이 되어 버린다? 이미 웅이한테는 연수가 중심이고 혼자서는 뭘 하기가 힘든 상태인데 헤어지고 나니 자기 중심이 무너진 거지. 중심이 무너지니까 일상이 망가지고 모든게 무기력해지고.

웅이는 가장 행복하다 생각 들었을 때 연수가 자길 버렸다고 했잖아. 근데 연수가 웅이의 유일한 결핍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채워주는 동안 웅이는 연수의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 것 같아. 사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른 건데.. 웅이한테는 그저 곁에 늘 있어주는 게 가장 큰 표현이었고 연수도 알아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지만 연수가 바란 것도 거창한 건 아니었거든.  웅이 입을 통해서 몇마디 말을 듣고 싶고 마음을 확인 받고 싶고 그런 거.

내가 너를 두고 미팅을 왜 나가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교환학생 가도 나는 너 기다릴거야, 우리는 절대 안 헤어질 거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데도 나는 너 기다릴 거야. … 유치하고 오글거리고 그렇지만 연수는 웅이가 자기한테 확신을 주는 말들을 해주길 바라서 끊임없이 만약을 가정했던 거고 웅이도 진짜 고집 있게 굴어서 한 번을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이제 최웅도 20대 초반의 최웅이 아니니까 ㅋㅋ 장팀장이 자기한테 무례한 말을 했을 때 똑바로 응시하면서 차분히 대꾸할만큼 웅이도 컸으니까 둘이 다시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이번에는 연수가 웅이한테 맘껏 의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자존심이 세고 혼자서도 뭐든 잘할 것 같은 연수같은 사람은 남한테 기대는 걸 잘 못하는데 웅이가 그걸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할머니 속상할까봐 소리내서 우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는 속깊은 애인데 적어도 웅이 앞에서만큼은 쿨한척 하지 않아도 괜찮고 안심하고 울어도 괜찮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웅이가 좋아해 사랑해 그런 말들을 연수한테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최웅이 자기한테 연수가 소중했던 만큼 연수도 마음은 같았단 걸 좀 알아주면 좋겠다 ㅜㅠ 앞으로 몇 화는 갈등 예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