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같은 콘크리트 건축물이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폐플라스틱, 하수 슬러지, 반도체
공장의 오니 등 각종 쓰레기를 혼합 소각해서 만들어진 시멘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을
지을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중 하나인 시멘트가 각종 폐기물로 제작되어도 뚜렷한 안전기준이 없어 여전히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쓰레기를 태워 시멘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 도시에 살고 있다.
지난 9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주목할 만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 갑)이 개최한 ‘쓰레기시멘트, 이대로 안전한가?’라는 정책토론회가 그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대기오염배출기준과 시멘트의 중금속 관리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웅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1999년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을 쓰레기
소각시설로 허가한 이후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재료에 폐기물을 투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금속 가득한 폐타이어, 반도체 화학 등의 산업 슬러지, 오수 오니 등 온갖 폐기물들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시멘트 공장의 대기오염배출기준과 중금속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민관포럼을 통해 시멘트 함유 유해물질 기여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이다.
시멘트 소비 순위(출처 : 한국시멘트협회)
국가별 연간 시멘트 생산량과 소비량을 보자. 한국시멘트협회의 '2021 한국 시멘트산업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상위 20위 시멘트 생산국가 중 한국은 5만 449천 톤으로 12위이고, 독일은 3만 2360천
톤으로 18위다. 또
2021년 '시멘트 소비량'은 한국은 4만 9364천 톤으로 11위이고, 독일은 2만 7360천
톤으로 20위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건설 경기가 중요한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 전세계 1위 국가이다. 독일은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 328톤, 영국은
177톤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국민 1인당 쓰레기시멘트 소비량이 957톤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1인당 시멘트 소비량(출처 : 국립환경과학원)
특히 독일의 국토 면적은 35만㎢로 한국(10만㎢)에 비해 3.5배, 영국은 24만㎢로 한국에 2.4배
크다. 국토 면적이 크면 그만큼 도로와 항만 등의 시설에 사용되는 시멘트 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멘트 생산량을 총 인구수로 나눈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보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시멘트가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점은 시멘트 내 발암물질이다. 환경부는 2006년 시멘트의 발암물질 관리 기준으로 '6가크롬 기준 20mg/kg'을 제정했다. 그것도 법적 강제력이 없는 시멘트공장의
자율기준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시멘트 6가크롬의 관리방안
유럽의 국가들은 시멘트 제품의 6가크롬 기준이 2mg/kg이다. 한국
20mg/kg에 비해 강력하다. 이에 대해 2006년
환경부는 시험 방법이 다를 뿐 일본 실험법을 따른 한국의 기준이 유럽 2mg/kg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었다.
지난 2022년 5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신양회, 쌍용C&E, 한라시멘트 제품 3개를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유럽과
한국 시멘트 시험법으로 비교 분석을 했다. 한국시험법으로는 모두
20mg/kg 기준 이내였지만, 유럽시멘트 시험 분석에 따르면, 성신양회 9.02mg/kg로 유럽 기준의 4.5배, 쌍용C&E
4.96mg/kg, 한라시멘트 4.91mg/kg로 모두 유럽의 안전 기준 2mg/kg을 약 2.5배~4.5배
초과했다. 유럽 기준에 따르면, 한국 시멘트들은 시장에 출하할
수 없는 수준의 발암물질 범벅 시멘트였던 것이다.
시멘트 소성로 관리기준을 만들어 폐기물을 태울 수 있게 만들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폐기물 사용 기준에 예외 조항이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가
설정한 시멘트 소성로 폐기물 사용 관리기준에 따르면, 동제련소 발생 폐기물의 납 3200mg/kg 이하, 구리
10000mg/kg이하, 아연제련소 폐기물은 납
7000mg/kg 이하, 구리 14000mg/kg 이하, 제철소 폐기물은 납 4000mg/kg 이하 등이다. 시멘트 제품의 안전을 위해 기준을 만든 것인데, 예외 조항을 둠으로써
결국 시멘트공장을 쓰레기 처리 시설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월 1일
국내 18개 언론사가 유럽의 시멘트 공장들이 유연탄 대신 폐기물 연료로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는 르포
기사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모 매체의 환경 르포 기사
'獨시멘트공장, 폐기물로 유연탄 연료 100% 대체' (동아일보 6월1일)
유연탄 대신 폐기물...20년 전부터 '친환경 실험' (서울경제 6월 1일)
'순환자원
눈 뜬 獨, 유연탄 대신 100% 대체연료 사용'(이투데이 6월1일)
'100%
폐기물로 시멘트공장 돌려요' (매일경제 6월1일)
'유연탄
대신 100% 순환자원 써요'( 파이낸셜뉴스 6월1일)
순환자원 연료로 시멘트 생산...품질 유해성 문제 전혀 없어(이데일리 6월 1일)
'脫탄소
앞선 유럽... 폐기물 연료로 시멘트 생산' (한국경제 6월1일)
생활쓰레기.동물뼈가 연료로...유연탄 사용 '제로' 달성 (머니투데이 6월 1일)
기사 내용은 비슷했다. 독일의 시멘트 공장들이 유연탄 대신 100% 쓰레기를 사용하여 시멘트를 만들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시멘트
공장들도 쓰레기 소각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은 한국시멘트협회가
언론사 18개사 기자들을 데리고 유럽 시멘트 공장 현장 방문을 간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18개 언론사는 유럽의 국가들의 시멘트 생산량이 우리보다
많지 않고 배출가스 및 쓰레기 사용 기준이 우리보다 엄격하고 강하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적시하지 않았다. 진실에
눈을 감았다. 한국시멘트협회가 짜준 일정에 따라, 그들이
불러주는 ‘야마’에 따라 판에 박힌 기사를 쓴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쓰레기 시멘트로 만들어진 집에 살고 있는 이유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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