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카드사들의 카드대출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등은
자칭 ‘금융서비스’라는 포장 하에 불티나게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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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카드대출은 말 그대로 소액의 현금을 카드사가 대출하여 주는 것이고, 장기카드대출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은 신용카드 결제금액 일부를
이월하여 주는 일종의 대출이다.
이들 금융서비스의 금리는 최고 19%대까지 존재하며, 법정 최고 이자율인 20%에 근접한다. 또한 카드사 금융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제2금융권인 카드사에서 실행되는
대출이므로 신용점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서비스’라는 그럴듯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소비자들이 ‘카드대출’을 받도록 홍보해왔다.
최근 5년간 국내 8개
카드사의 금융서비스 자산을 살펴보면, 2020년 46.9조
원에서 2024년 59.7조 원으로 약 13조 원 증가했다. 가계부채비율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3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점차 감소했던 것에 비해, 장·단기 카드대출과 리볼빙 잔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카드사 금융서비스 자산 추이. 출처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를 낮추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를 실행했음에도 급증하는 카드대출을 줄이기 어려워, 카드사를 일일 점검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카드대출 증가세는 심각하다.
금융서비스 항목별로 살펴보면, 4년간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것은 장기카드대출로 7.8조 원 증가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으로
매년 평균적으로 7.6% 증가했다. <단기카드대출>은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나 증가율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2024년 6월
기준으로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금융서비스 자산이 각각 약 12조 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현대카드(9.4조 원)와 삼성카드(9.3조 원), 롯데카드(8.0조 원)가 뒤를 이었다. 작년
동월에 비해 금융서비스 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한 곳은 비씨카드(160.1%)였다.
비씨카드는 타 카드사와 달리 가맹점수수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성이 있으며, 금융서비스도 거의 취급하지 않아 적은 상승 폭에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원래부터 금융서비스를 많이 취급하던 현대카드(14.5%), 우리카드(12.7%), 롯데카드(10.0%)의 높은 증가율이다.
단기카드대출 자산이 가장 높은 카드사는 신한카드(1.5조 원)로, 평균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취급했다. 장기카드대출 자산은 신한카드(8.1조 원), 국민카드(6.8조 원) 순으로
많았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자산은 국민카드가 4.0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카드(3.4조 원)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카드사가 보유한 전체 자산 대비 금융서비스
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국민카드(42.4%)와 현대카드(37.5%)였다. 카드사 규모에 비해 금융서비스를 많이 취급하는 곳은 리볼빙을 많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카드사 금융서비스 자산 현황. 출처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카드사들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잠재적 불이익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장점 위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결제금액이월대출(리볼빙)’이라는 용어 대신 '최소결제', '일부만 결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현혹한 것이다. 금감원은 올해 2월부터 이러한 광고 표현을 금지하였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시중에 영업하는 카드사의 절반이 홈페이지 금융서비스 관련 배너를 띄워두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금융서비스를 “똑똑한 금융생활”, “금융혜택”이라는 문구로 표현하고 있으며, 하나카드는 “쉽고 편리한 개인금융서비스”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를 적발하고 금지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이러한 행태를 반복한다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금융관련 서비스에는 어떠한 수식어도 붙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직접적으로 장려하는 카드사도 있다. 롯데카드는
단기카드대출 이용금액에 따라 1,431명을 추첨하여 포인트나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이벤트에는 “총 1,431명
당첨 행운”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단기카드대출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금융서비스라는 용어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단기 카드대출과 리볼빙을 포함하는 용어로서 ‘금융서비스’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으며, 금융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금융서비스라는 용어를 ‘카드대출’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단기 카드대출은 문자 그대로 카드대출이고, 리볼빙 역시 이번 달 결제할
금액을 다음 달로 넘기는 대출의 개념이므로 이들을 포괄하는 용어로 ‘카드대출’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또한 리볼빙을 풀어 설명하는 단어인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역시 ‘대출’ 대신 ‘약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해당
서비스가 가지는 대출의 성격을 감추기 위한 용어라면서 ‘일부’라는
단어를 굳이 삽입하여 소비자들이 리볼빙을 가볍게 오인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리볼빙을 풀어 설명할 때 ‘결제금액이월대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8개 카드사는 전체 자산규모 중 ‘카드대출’ 자산 비중이 평균 32.6%였으며,
일부 카드사들은 자산규모에 비해 카드대출 자산의 규모가 과도하게 높았다. 가계부채비율 감소에도
유독 증가하는 카드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카드사들의 자산 대비 카드대출 자산의 비중을 25% 이하로 유지하도록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억제책이 필요하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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