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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리뷰] 외국인에게 더 인기 많은 ‘제주올레 6코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5 10:29:33
조회 299 추천 0 댓글 0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매주 토요일 아침, 서귀포 하효동 쇠소깍다리 간세스테이션 앞은 늘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사)제주올레가 매주 토요일에 운영하는 ‘워킹메이트’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웃음소리다. ‘워킹메이트’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하는 올레길 가이드인 워킹메이트들이 외국인 신청자들과 함께 올레길 6코스를 걷는 무료 가이드 프로그램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참가자부터 정시에 도착하는 참가자까지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이 매주 토요일 9시 30분 이곳에 모인다. 처음 만나는 얼굴들인데다 국적도 다양하다보니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2023년 4월 처음 시작된 워킹메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올레 6코스를 걸은 외국인만도 25개국 150여명에 달한다. 올해도 꾸준히 신청자가 늘고 있다. 

  


워킹메이트 프로그렘 제주올레 6코스 출발지점인 쇠소깍다리(사진: (사)제주올레)






제주올레 6코스는 쇠소깍다리에서 시작해 서귀포 시내에 위치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까지 약 11km 거리로 가장 짧은 올레코스 중 하나다.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제지기오름을 오르고, 소정방폭포, 정방폭포, 허니문하우스, 이중섭거리까지 서귀포의 명소 곳곳을 지나는데다 거리가 짧아 올레 입문자에게 최고의 코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워킹메이트로 활동하고 있는 리뷰어 라라가 싱가포르, 미국, 영국에서 온 외국인 참가자 4명, 그리고 지난달 초 워킹메이트 양성과정을 마치고 현장 인턴십을 위해 참여한 예비 워킹메이트 3명과 함께 걸었다.




효돈천, 13km의 한라산 남사면 최대 하천


13km의 한라산 남사면 최대 하천인



 

제주올레 6코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효돈천이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약 13km의 한라산 남사면 최대 하천인 효돈천은 웅장한 장관에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큰 비가 내리면 제주도에선 ‘내창 터진다’고 해서 곳곳의 하천들로 폭포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데 효돈천은 늘 물이 없는 건천만 봤던지라 한번쯤 ‘내창 터진’ 효돈천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강이 없고, 하천도 늘 물이 없는 건천이다. 큰 비가 내리면 이러한 하천들에 물이 넘쳐흐르지만 이내 지하 곳곳으로 스며들어 버린다. 화산섬 지형인 탓이다. 큰 비가 온 후에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엉또폭포도 마찬가지다. 




쇠소깍, 40만여 년 전의 역사와 마주하는 곳

효돈천 계곡의 매력에 취하며 700여 미터쯤 걸으면 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쇠소깍에 이른다. 쇠소깍은 현무암을 타고 지하로 흐르던 물이 분출해 바닷물과 만나면서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으로, ‘쇠’는 쇠소깍이 위치한 효돈마을(효돈의 옛 지명이 ‘쇠둔’)을, ‘소’는 웅덩이를, ‘깍’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지역인 하구를 의미한다. 40만여 년 전에 분출한 조면암질 용암류가 오랜 세월 파도에 쓸려가며 지금과 같은 기암괴석이 만들어졌다. 쇠소깍 해변의 검은 모래는 한라산 고지대의 현무암이 침식돼 효돈천을 따라 하류로 떠내려 와 쌓인 것이다.

 


현무암을 타고 지하로 흐르던 물이 분출해 바닷물과 만나면서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검은 모래가 아름다운 쇠소깍



 

쇠소깍에 이르기 전, 효돈천을 따라 걷는 길에는 하효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신당인 ‘하효 본향당’과 하효동 해녀들의 무사 안녕과 풍요를 관장하는 성소인 ‘쇠소깍 해신당’도 자리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찾으니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검은 모래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게 하루를 열어주는 느낌이다.




쇠소깍을 뒤로 하고 하효항까지 지나면 오른편에 하늘로 쭉쭉 뻗은 키 큰 야자수 아래 버려진 듯한 오래된 창고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도 많아졌다.




제주올레 6코스의 포토스팟 중 하나



 

야자수나무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게우지코지. 코지 앞에는 북카페도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북카페 앞쪽에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올레길은 ‘느린 여행’의 길이니 바다 쪽으로도 잠시 내려가 보자. 게우지코지는 이 지역이 전복 내장을 말하는 ‘게웃’을 닮은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코지 바로 옆 서쪽에 큼지막한 2개의 암석이 불쑥 솟아나와 있다. 바다 철새들이 쉬는 곳이라 해서 ‘생이돌’이라고 불렀다 한다. ‘생이’는 새의 제주어로 바위가 온통 하얗게 변한 건 모두 새똥 자국이다.




제지기오름, 서귀포 바다뷰 맛집

제지기오름은 높이 92.2m로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다. 올레표식을 따라가면 제지기오름 뒤편까지 가서 오름에 올라야 하지만 거리를 단축하고 싶다면 오름 입구에서 왕복으로 올라갔다 와도 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귤꽃향이 제주 곳곳에 가득할 때는 올레표식을 따라갈 것을 추천한다. 귤밭에서 퍼져 나오는 진한 귤꽃 향기가 가벼운 발걸음에 더해진다. 

 

제지기오름 정상에 오르면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름을 오르는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현재는 오름 입구 계단이 일부 파손돼 올레길은 잠시 오름을 오르지 않는다.)

 


제지기오름 정상에 오르면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쉰다리(섶섬해녀할망카페), 상큼한 제주 전통 요거트

제지기오름에서 잠시 흘린 땀방울은 제주 요거트인 쉰다리 한 잔으로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섶섬해녀할망카페다. 500ml 쉰다리 한 병이 5,000원이니 쉰다리를 맛본 적이 없다면 이곳이 딱이다. 일부 마트에서도 쉰다리를 판매하지만, 이곳의 쉰다리는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라 보리밥 찌꺼기도 그대로 남아 있다. 

 


상큼한 제주 전통 요거트


 

구두미포구, 아기자기함에 자꾸 찾게 되는 포구

구두미포구는 제지기오름 앞 보목포구에 이어 제주올레 6코스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작은 포구다. 최근에는 스노쿨링 명소로 알려지면서 날씨가 따뜻해질 땐 일부러 구두미포구에 오는 사람들도 많다.




작은 포구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구두미포구



 

구두미포구를 지나면서는 오솔길 같은 숲길을 걷는다. 올레길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길이다. 중간에 소천지도 지나니 잠깐 내려가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소천지는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는 곳으로, 소천지에 투영된 한라산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가장 멋진 풍경을 가져가는 셈이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거믄여해안, 해안까지 흘러온 용암이 만든 절경

제주올레 6코스는 섶섬을 왼편으로 보며 바당길을 따라 걷는다. 국궁장을 지나면 거믄여해안이 널찍하게 펼쳐지는데, 거믄여해안은 화산폭발이 일어난 후 용암이 해안까지 흘려내려와 해안 절벽을 형성한 곳이다. 제주어로 ‘거믄’은 ‘검은’을 의미하니 ‘거믄여’란 명칭은 ‘검정색의 물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다.

 

거믄여해안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길은 서귀포 칼호텔의 정원. 칼호텔이 개방되기 전에는 바당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칼호텔이 정원을 개방해 잘 꾸며진 정원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해안까지 흘러온 용암이 만든 절경






칼호텔을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내권으로 접어든다.

 

1990년대 대부분의 커플이 신혼여행을 왔다는 허니문하우스 옆 파라다이스호텔은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허니문하우스 카페에선 서귀포의 절경을 즐기며 달달한 디저트나 차를 즐길 수 있다. 주상절리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니 뷰맛집이 따로 없다.




허니문하우스에서 조망하는 주상절리



 

허니문하우스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건 소정방폭포. 작은 정방폭포 버전이라고 할까?  

 

더운 날 6코스를 걷는다면 소정방폭포에서 시원하게 물맞이에 도전할 수 있다. 아직 여름 날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더운 날에 속했던 이날(4월 마지막주)은 미국에서 온 참가자가 용감하게 폭포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물맞이를 했다. 

 


시원한 물맞이 명소






소라의성, 한국 현대건축 거장 김중업의 작품

소정방폭포를 돌아 나오면 중간스탬프가 있는 소라의 성이다. 소라의성은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돌아보는 서귀포 건축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다. ‘소라의성’을 설계한 건축가는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이자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김중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인지는 아직 정확히 판명되지 않았다 한다. 1969년 완공된 소라의성은 2009년 4월부터 몇 개월간은 (사)제주올레가 사무실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소라의성은 원래 카페 건물로 지은 건데, 90년대 후반에는 해물뚝배기 맛집으로 변신했고, 2003년에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돼 방치돼 있다가 2008년 서귀포시가 매입했다 한다. 2015년 안전진단 결과 위험 등급을 받아 폐쇄됐었는데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북카페로 오픈한 건 2017년부터다.

 


한국 현대건축 거장 김중업의 작품



  

소라의성을 지나면 동양에서 유일하게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진다는 정방폭포다, 유료지만 입장료가 2,000원밖에 되지 않으니 가보지 않았다면 잠시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정방폭포에선 제주4.3 사건 당시 200여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최근 입구에 관련 안내판이 설치됐다.




이중섭거주지, 가족과 함께 지낸 가장 행복한 1년

정방폭포를 지나면 이제부터는 서귀포 시내길로 접어든다. 올레길은 이중섭거리로 직진하지 않고 잠시 돌아 이중섭 거주지를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을 내었다. 화가 이중섭은 1945년 결혼 후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단 7년에 불과한데, 그중 1951년 1월부터 1년이 조금 못되는 시간을 지금의 이중섭 거주지에서 보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 바로 이때 그린 작품이다. 이중섭의 작품엔 게와 물고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먹을 것이 늘 부족하던 피란 시절 자구리해안에서 아이들과 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게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이중섭 화가가 가족과 함께 가장 행복한 1년을 보낸 곳과 아이들을 그린 은지화(오른쪽 하단).



 

서귀포관광극장, 멋진 노천극장과 언제라도 가능한 무료 체험

이중섭거주지를 지나 돌아 나오면 오른편에 서귀포관광극장이 자리하고 있다. 1963년 10월 서귀포에서 최초로 개관한 극장인데, 1999년 완전히 문을 닫았다가 2015년에 지금과 같은 노천극장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많은 올레꾼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늘 다양한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노천극장에는 해설사분이 상주하며 서귀포관광극장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주니 잠시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1963년 10월 문을 연 서귀포 최초의 극장.



 

서귀포관광극장을 나와 제주올레길은 매일올레시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살짝 배가 고프다면 올레시장 안에 들어가 간단한 요기를 하면 된다. 올레시장 안 맛집인 금복식당의 보리밥정식은 지금도 3,000원이다.




3000원에 든든한 한 끼.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내



 

매일올레시장을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제주올레 6코스의 종점인 제주올레여행자센터다.

총 거리는 11km로 짧은 편이지만 이곳저곳 꼼꼼히 즐기며 걸으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간다. ‘놀멍, 쉬멍, 걸으멍’ 올레길 철학이 제대로다.

<lala_dimanch@hanmail.net>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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