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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삶과 죽음의 의미 곱씹어 볼 영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4 14:03:29
조회 141 추천 0 댓글 0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사람은 누구나 병에 걸리고 누구나 죽는다. 이를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황제였던 진시황제도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고대 이집트의 왕조 역시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자연의 순리를 거부하고 생물학적 부활과 사후세계를 위해 당시로서는 첨단 의학기술로 미라를 만들었을테지만 실제로 환생했을 리 만무하다.

 


우연찮게 OTT를 통해 관람한 영화 <소풍>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올해 설날 연휴 전인 27일 개봉한 이 영화가 얼마나 관객몰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의문이 든다. 명절 전에 개봉한 것은 감독이 가족용 영화로 만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난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를 보고 가족의 해체가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가족이 함께 보지 말아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소풍가듯 삶을 마감하는 두 노인을 그려낸 영화


 

흔히들 백세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기대수명과 현실수명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예전엔 환갑 잔치를 했지만 이제는 팔순 잔치도 건너뛰기 일쑤다. 여기저기 노인들 천국이다. 안타까운 점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오래 산다는 건 재앙과도 같다는 것이다.

 

의학기술의 발전도 장수하는 데 일조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웬만한 병쯤은 수술로 완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학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 그건 신체의 노화 현상이다. 몸에 좋다는 약을 아무리 많이 먹고 피부에 양보한다고 한들 노화 현상을 미룰 수는 없다. 애초에 조물주가 그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태어나서 20세 정도까지 세포가 성장하다가 그 전후로 성장을 멈추고 세포는 하나둘씩 죽어가는 게 만물의 이치일 터.


 

사람마다의 편차는 있겠지만 40을 전후로 흰머리가 생겨나고 안구도 탄력을 잃어 노안현상이 나타난다. 귀는 가는 소리에 두세번 물어볼 정도로 점점 먹어가고 전화번호 20~30개쯤은 거뜬하게 외우던 기억력도 점차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어디 그뿐인가. 팔다리 무릎 관절들이 아프기 시작하고 얼굴엔 기미, 주근깨, 검버섯이 피어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의느님의 힘을 빌어 보톡스를 맞고 피부를 땡겨보고 심지어 젊은 피로 주기적으로 교환하기도 한다지만 잠깐일 뿐이다.


 

온몸이 삐그덕거리는데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행은 다리 떨릴 때 가는 게 아니고 가슴이 떨릴 때 가는 거라는 말이 있다. 누구는 그러지 않고 싶겠는가. 자식들 키우느라 젊었을 때는 여행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가 이제 다 키워놓고 노인이 다 되서 여행을 가려고 하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릴 수밖에. 영화 <소풍>은 그런 영화다.


 

이 영화에는 세 명의 노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60년 전 어린 시절 친구였던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이 사돈 지간으로 지내다가 16살 시절 고향이었던 남해로 떠나 은심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마지막 소풍을 떠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제는 행복을 누려야 할 나이에 찾아오는 각종 질환과 점점 아파오는 몸, 젊었을 시절 모든 걸 자식들을 위해 바쳤는데 부모로서 자식에게는 짐이 되기 싫고, 세월이 흘러 혼자가 되는 슬픔과 하나 둘씩 죽음을 맞는 친구들. 이 모든 것이 소풍이라는 한 글자로 종결된다

 

나 역시 최근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흔한 묫자리나 납골당으로 모시지 않고 수목장을 택한 이유는 바로 소풍을 위함이었다. 자식들이 저녁에 모여서 제삿상 다리 휘어지듯 차려논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낮에 소풍 가듯이 엄마를 보러 가자는 의미에서 수목장을 택했다. 살아 생전 콧바람 쐬는 여행 몇 번 가보지 못한 엄마를 위한 소픙이었다. 엄마를 떠나보냈고, 또 언젠가 아버지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나도, 아내도 언젠가 올 지 모를 소풍을 준비해야 한다.


 


이 두 할머니는 엄청 가파른 길을 오르며 마지막 여행을 마무리 한다.


 

은심과 금순 두 할머니는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마무리해야 할 것들을 매듭을 짓고 둘 만의 소풍을 떠난다.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주는 것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두 사람이 간 소풍 장소는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 앞이다. 영화에서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두 노인은 절벽에서 생을 마감하는 걸 암시해준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모든 노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결국 자식들도, 국가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문희 배우의 남편은 이 영화를 촬영하는 중 집에서 운동하다 넘어져 뇌수술을 받고 향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판박이처럼 현실이 된 것이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노인들의 혼잣말은 결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 터이다.


 

네이버 영화 평점 리뷰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는 댓글도 보이지만 난 거꾸로 마음이 냉정하게 식을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봐야 할 영화이기 때문이다. 노인 문제는 단지 감성으로 해결될 수 없는 까닭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삶을 마감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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