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경복궁을 주변으로 아직까지 서촌과 북촌이라는 마을이 남아 있다.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오가고 있지만 한양 도성의 서쪽 동네를 서촌, 북쪽 동네를 북촌으로 불렀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동촌과 남촌은 사라져서 없고 청운동, 효자동, 사직동, 통인동 등을 아우른 서촌이 청와대가 인접한 탓에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인 바람에 전통가옥들이 많아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무실이 경복궁역 부근에 있는 까닭에 시간 날 때마다 서촌을 산책하곤 한다. 언젠가
한번은 점심에 직원들끼리 영화루를 찾아왔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문이 닫혀 있어 다른 식당으로 가야 했던 기억이 있어 큰 맘 먹고 가보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리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다행히 오늘은 문이 열려 있다. 겉으로 보기에도 건물 자체에서 오래된
중국집의 포스가 느껴진다. 노포임을 짐작케 하는 간판과 글자, 출입문까지. 요즘 식당에서는 볼 수 없는 발이 출입구에 걸려 있다.
영화루 외관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무렵. 다행히도 서촌의 금요일은 이상하게 사람이 많지 않아 웨이팅 줄이 없다. 발을 제치고 들어가니 안쪽에 20~30평 정도 되는 홀에 테이블이
열 개쯤 놓여 있고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어 금세 앉을 수 있었다. 올라가보진 못했지만 2층도 있다고 한다.
영화루 내부
식당 벽면은 연예인과 유명인들의 사인으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게 55년 동안 각종 TV 프로그램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광고 촬영지로 이 중국집이 출연했다고 하니 맛을 떠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다른 벽면 한 켠에 붙어 있는 차림표. 지금의
메뉴판이다. 가격은 적혀 있지 않았는데 오래된 세월이 느껴지는 차림표다.
차림표
사인으로 가득찬 벽면
현대식으로 만든 메뉴판을 달라고 했다. 표지에 영화루의 대표 메뉴인
고추간짜장과 고추짬뽕 이야기가 적혀 있다. 인공 캡사이신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청양고추로만
매운 맛을 내고 있다고 적혀 있다. 대표 메뉴라고 하니 고추간짜장 둘,
고추짬뽕 하나를 주문했다. 그리고 탕수육도 같이 주문했다.
고추간짜장과 고추짬뽕 둘 다 11,000원이다. 대표
메뉴라서 그런지 일반 중국집보다는 가격이 좀 센 편이다.
영화루 메뉴판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우선 고추간짜장은 간짜장이기에
면 따로 짜장 따로 나왔다. 면 위에는 옥수수콘이 뿌려져 있다. 간짜장
소스는 다른 중국집 간짜장보다 검고 붉다. 춘장과 고추 기름이 다른 곳보다 많이 들어간 듯했다. 그리고 다른 간짜장은 양파가 엄청 들어가 있는데 양파가 그리 많이 보이진 않는다.
면 위에 간짜장을 부어 잘 비빈 다음 한 젓가락 듬뿍 집어서 입에 넣었다. 뭔가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고추기름도 차별점이겠지만 다른 중국집에서 느낄 수 없는 중국향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그렇다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풍미는 아니다. 고추기름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아주 맵거나 하진 않다. 느끼할 수 있는 중국음식을 중화할 수 있는 그 정도랄까. 고추간짜장 맛집이다.
대표 메뉴인 고추 간짜장
이어 고추짬뽕 국물도 한 숟갈 입에 넣어봤다. 중국집에 가서 짬뽕
국물 맛을 보면 그 집이 잘 하는 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짬뽕 국물맛이 그 집 요리의 척도가
된다. 한 입 먹어본 국물 맛은 쏘쏘다. 그냥 클래식한 짬뽕
국물 맛 정도로 특별하진 않았다.
고추짬뽕은 평범하다
탕수육도 짜장, 짬뽕과 거의 동시에 나왔다. 아마도 사람이 많이 오는 탓에 미리미리 여분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집 탕수육은 독특하게 생겼다. 탕수육 주변으로 군만두를 빙 두르고
그 위에 소스를 부었다. 찍먹은 허용하지 않는 100% 부먹이다. 옛날 탕수육 그 자체다. 예전에 탕수육은 무조건 부먹이었다. 소스 맛은 일반 탕수육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고기가 적당하게 잘 튀겨진 느낌이다. 고기 잡내도 나지 않는다. 탕수육 소스에 같이 올려진 양파, 당근, 양배추는 거의 생야채라고 해도 무방하다. 탕수육 소스에 버무려진 군만두의 맛이 참 별미다.
별미였던 탕수육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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