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코를 막은 뒤 검사용 호스를 물고 숨을 내뱉자 조사원이 당황했다. "평균보다 조금 모자라거든요. 한 번 더 세게 해보세요."
측정 요령을 재차 들은 뒤 다시 재자 이번엔 정상값이 나왔다.
"폐쇄성폐질환, 제한성폐질환은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자가 받아봤다.
조사 장소에는 '공무수행'이라 적힌 16t짜리 트럭 두 대가 서 있었다.
약 21㎡ 규모의 트럭은 다인원이 한꺼번에 이동하기는 힘든 구조였지만, 안에는 탈의실과 각종 검사실, 방음 기능이 있는 설문조사실, 방사선 유출 방지를 위해 납벽을 설치한 골밀도검사실, 대기용 의자 등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었다.
기자가 처음 체험한 항목은 40세 이상 연령대가 받는 폐기능 검사였다.
기도와 기관지가 좁아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가 섬유화되는 제한성폐질환 여부를 검사한다. 폐활량과 호기량(폐에서 가스 교환을 끝내고 내뱉은 공기의 양)도 분석해준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사망원인 3위지만,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는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응급실에 내원하기도 합니다. 한 조사구에 두 분 정도는 아주 심각한 경우가 나와서 의료기관에 방문하시라고 말씀드리죠."
다음 체험 항목은 고가의 장비가 투입되며 마찬가지로 40세 이상이 받는 골밀도 검사였다. 촬영 부위는 허리(요추)와 고관절로, 골밀도 수치를 측정해 골다공증 여부를 판단한다.
"속이 차 있는 엿가락은 부러뜨리기 힘들고 속이 빈 엿가락은 탁 치면 부러지잖아요. 뼈도 똑같아서, 그런 안쪽 밀도를 봅니다."
이 같은 골밀도 검사와 호기량까지 측정해주는 폐기능 검사는 일반적인 건강검진에 잘 포함되지 않고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항목이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항목을 외부에서 검사하면 약 35만원이 든다.
기본적인 체성분 검사나 혈액검사 등의 신뢰도가 일반 검진보다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각 항목과 관련된 학회의 협력하에 실시된다. 흔히 쓰이는 측정 기계 대신 전문가가 대한고혈압학회 주관 교육을 받고 직접 혈압을 재 더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대상자가 거주하는 조사구에 검진 차량이 직접 방문한다는 점, 직장 또는 학교에 협조 공문이 발송돼 시간을 쉽게 낼 수 있다는 점, 조사 항목에 따라 최대 4만원의 상품권이 증정된다는 점도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검진은 표본으로 선정된 대상자만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1998년부터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다.
인구조사를 기반으로 전국에 192개 조사구, 4천800개 표본가구, 약 1만명의 조사 대상자를 표본으로 선정한다. 표본 선정이 완료되면 전화를 해 안내 사항 등을 전달하고 예약을 확정한다.
검진 항목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다.
건강·영양 설문 외에도 1∼9세 아동은 체중, 신장 등과 구강검사 등을, 10세 이상부터는 채혈을 통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눈 자동굴절검사 등을 받는다.
40세 이상에게는 기자가 체험한 항목과 악력 검사, 체성분 검사 등이 이뤄진다. 참여자는 약 6주 후 우편이나 문자메시지로 자세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조사 내용은 흡연, 음주, 신체활동 같은 건강행태와 영양 섭취 현황, 만성질환 여부 등 약 400가지에 달한다.
이는 '국민건강통계' 발간·건강 증진, 각종 질환 관리 정책 수립·국가 간 건강 지표 차이 분석 등에도 활용된다.
조사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 직원들이 수행한다. 조사구가 집과 먼 경우에는 조사가 진행되는 3박4일 동안 외부에서 숙박한다.
이날 검사를 담당한 이민아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만성질환관리과 팀장은 "1년에 반 정도는 조사하러 나가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조사 차를 타고 외부 업무를 장기간 수행하는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든 점은 대상자에게 조사를 설명하고 참여를 설득하는 일이다.
이 팀장은 "대상자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조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고, 개인정보 탈취 범죄 등을 의심하기도 한다"며 "국민건강영양조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사 장소 대여 협조에 애를 먹는 등 어려움도 많지만,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폐기능 검사를 하는 조사원 강모 씨는 "폐 질환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검사를 받고 나서 질환이 발견돼 너무 다행이었다고 따로 센터에 전화를 주신 50대 여성분이 기억난다"며 "그분의 거주지가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이었기에 찾아가는 조사가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향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기후 변화 등을 고려한 항목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오경원 건강영양조사분석과장은 "노인 심층조사에 집중하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건강 문제를 측정하는 항목을 도입하고 추적 조사까지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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