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암 환자인 모친을 폭행해 죽인 조현병 환자인 아들에게 10년형이 최종적으로 선고되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10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고 16일 발표했다. 대법원은 "심신을 상실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원심 법원의 판단에 법률적 오해가 없으며, 선고된 형량이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3년에 조현병 진단을 받은 A 씨는 유방암에 걸리고 1급 시력 장애인 80세의 모친을 혼자서 돌보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3월, 그의 누나와 이모 등이 방문하여 그를 정신질환자로 취급하자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했고,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그는 모친의 얼굴과 가슴 부위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여 죽였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의 변호인은 사건 발생 한 달 전부터 A 씨가 약을 끊고, 사건 당시는 선악을 판단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 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수 있지만, 사건 발생 전과 후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고, 범행에 대한 후회를 드러내는 등의 발언을 했기 때문에 판단력을 잃은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암을 앓고 시력을 잃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것은 지옥 같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주먹으로 천국으로 보냈다", "내 탓으로 엄마가 죽었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말했다.

2020년에 수행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로 가정에서 간병을 돌보는 사람들의 순서는 배우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딸, 아들, 그리고 며느리가 이어진다.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남성 암 환자 중 86.1%는 아내로부터, 여성 암 환자 중 36.1%는 남편으로부터 신체적 도움을 받았다.

의존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 모두 자식보다는 배우자로부터 간병을 받길 선호했다. 이러한 결과는 병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 중 배우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노인 인구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UN)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일 때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 사회', 그리고 20% 이상일 때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이후 17년이 지난 2017년에 고령 사회로 변모하였다. 2026년, 즉 3년 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2005년에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 일본에서는 노노간병으로 인한 살인 사건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020년 7월에는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73세의 여성이 잠자고 있던 83세의 남편을 목졸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녀는 출동한 경찰에게 "남편을 돌보는 것에 지쳤다"고 자백하였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5년 뒤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올라설 전망이다. 노노간병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가중되는 것을 넘어, 배우자 살인 같은 사건·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2006~18년 국내 판결에 따르면 병든 가족을 살해했거나 함께 목숨을 끊는 등 이른바 '간병살인' 건수는 173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