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열정과 아이디어를 충분히 갖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이나 인력, 경험의 부족으로 뜻을 펴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지원 기관 등이 이러한 예비 창업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및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오는 11월 25일에 열리는 인천 지역 최대 창업 페스티벌인 ‘I-STARTUP 2021(아이스타트업, 인천창업벤처한마당)’도 그 중의 하나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엔 다양한 우수 창업 기업과 창업 지원 기관이 참여한다. 폴리텍II대학의 산학협력단은 I-STARTUP 2021의 창업 지원 기관 중 하나다. 폴리텍II대학의 산학협력단 단장을 맡은 박귀열 교수와 산학 협력의 중요성과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중간에 박병랑 실장이 설명을 덧붙이곤 했다.
폴리텍II대학의 산학협력단 박귀열 단장
ㅡ폴리텍대학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한국폴리텍대학은 ‘국책 기술 대학’, 즉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이다. 국가의 정책에 맞춰 혁신 성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폴리(Poly)가 ‘종합’이란 뜻이고, 테크(Tech)가 기술이니 말 그대로 종합 기술 대학이다. ‘기술과 땀의 가치를 소중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학교다. 전국에 8개 권역 대학이 있고(‘폴리텍II대학’처럼 이름에 붙은 로마자는 지역 간의 구별을 위해 붙여졌다), 35개의 캠퍼스, 5개의 융합기술교육원이 있다"
ㅡ정부 정책에 따라 훈련 기술의 내용도 달라지는 건가?
“기술의 변화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 안에서도 분야별로 다양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폴리텍대학에서 그런 인재를 양성하도록 정책이 정해진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3D(위험하고, 힘들면서, 작업 환경이 쾌적하지 않은 직업)업종에선 인력이 늘 부족한데, 이를 공공이 담당해 기술자를 양성한다. 물론, 폴리텍대학은 하이테크(high-tech) 분야도 담당하고 있다.
수업은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으로 나뉜다. 산업 학사 과정과 공학사를 주는 전공 심화 과정, 그리고 국비로 운영하는 기능장 과정·하이테크 과정·일반 직업 교육 훈련 과정 등이 있다. 직무 향상 교육은 현장의 기술자가 특정 기술을 숙련할 필요가 있다면, 교육 훈련을 통해 직무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전주기 직업 교육’이라고 보면 된다”
ㅡ폴리텍II대학의 산학혁력단 설명도 부탁한다.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병랑 실장, 박귀열 단장, 이영주 담당자
“산학협력단은 한국폴리텍II대학의 인천 캠퍼스 부설 기관이다. 폴리텍대학의 시작은 직업 훈련원이었다. 이곳의 시스템이 6~70년대 산업화 시절에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산학협력 그 자체였다. 폴리텍대학이 공식적으로 대학이 되면서, 산학 간의 연계가 잘되도록 행정적인 절차를 지원하는 산학협력단이 필요해졌다. 쉽게 말하면, 산학협력단은 기업과 학교를 연결하는 고리다"
ㅡ지금까진 학교와 산학협력단 얘기를 주로 했다. 박귀열 단장은 자동차공학과의 교수이자, 산학협력단의 단장이기도 하다. 본인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산학협력단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창업보육센터’의 초창기 시절엔 이 기관의 센터장을 했다. 그때,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산학협력단 단장은 올해 8월 1일부터 시작했다. 또, 자동차학과 교수로서도 일하고 있다”
ㅡ폴리텍대학이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데 특히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나?
“학위 과정 학생에겐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에 입사했을 때 잘 적응하고 동료들과 소통하는 역량 혹은 인성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대학에서는 “참인 폴리텍”이라는 인성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서 리더십과 팀워크 등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하게 된다"
ㅡ인성 교육은 조금 막연하게 들린다. 근면 성실함을 가르친다는 뜻인가?
“요즘 개인주의가 널리 퍼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건 국가적인 문제다. 최근엔 코로나19 이후로 MT 행사나 체육 행사가 없으니까, 학생들이 서로 얼굴을 모른다.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교수들과 학생들이 마스크 쓰고 수업하니까, 마스크를 벗으면 서로 못 알아본다는 말이 나온다”
인터뷰가 끝나고 박귀열 단장이 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는 모습
ㅡ‘기술’, ‘공학’에서 소통의 필요성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이 부분을 설명해주면 좋을 거 같다.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4차를 넘은 5차 산업 혁명의 시대다. AI(인공지능)나 메타버스(3차원으로 구성된 가상현실) 등 다양한 학제 간의 융합이 필요한 영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젠, 한 가지 기술만으론 사회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융합된 IT 분야를 다루는 역량이 필요하고, 다른 분야의 기술자와 소통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귀열 단장의 대답엔 ‘요즘 세대론’ 레퍼토리의 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말이 적혀 있다고 할 정도로, ‘요즘 세대론’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수없이 반복된 문제의식이다. 다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문제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는 게 박귀열 단장의 진단이다.
우리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과거엔 소통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졌다면, 이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언제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한국 경제와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한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해결할 새도 없이 빠르게 앞서간다. 뒤늦게 소통을 시작한다 해도 이미 버스는 떠난 상황이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할 때 신속하고 정확한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ㅡ산학이 연결될 때 어떤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고전적인 의미의 학교는 ‘아카데미 (academy)’, 즉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그런데, 대학이 여전히 그런 의미로 기능할까? 한국에선 대부분의 대학이 '직업 교육 대학'이 됐다고 생각한다. 분야에 관계없이 직업 교육 훈련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해진 게 현실이다.
앞으로는 이론과 실무가 균형있게 반영된 교과 과정이 필요해질 것이다. 산학이 잘 연결돼야,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기업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 입사하고 기술을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된다. 폴리텍 대학은 '실사구시(實事求是)'형 교육 목표를 지향한다. 대부분의 교수가 기능장, 기술사,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실무형 교수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현장의 기술을 잘 배울 수 있다. 이게 폴리텍대학의 취업률이 80%를 상회하는 이유이다"
폴리텍II대학 인천캠퍼스의 융합실습지원센터
박병랑 실장은 “폴리텍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쓰는 최신 장비를 다 갖추고 있다. 평균적으로 이론과 실습의 비율이 4:6 정도 되는데, 여기서 배운 이론을 바로 실습한다. 그럼 현장 적응력도 높아진다. 기업 측에서도 인력을 다시 훈련시키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좋아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박귀열 단장이 융합실습지원센터 내에 있는 장비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ㅡ수업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실무 위주의 실험 실습과 이론 교과 수업이 병행된다. 우리 대학의 장점 중 하나는 대학에 설치된 LF(Learning Factory) 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 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LF 센터를 찾아가 각종 장비를 활용하면 된다. 덕분에 제품을 설계하고, 물건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학생들도 있다. 또한, 졸업 조건이 프로젝트 실습 교과에서 1인 1작 또는 2~5명이 그룹을 편성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피텍(P-TECH)이라고 산학 일체형 도제식 교육도 이뤄진다. 고등학교에서 자동차 학과를 나왔다고 하자. 그렇게 졸업을 했더라도, 이후로도 일과 학습을 계속 병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폴리텍대학에서 학습하는 프로그램이 P-TECH이다. 산학협력단이 산학협동의 일환으로 그 일을 주도적으로 처리한다”
창업지원체계에 대해 묻자, 실무에서 오랫동안 일한 박병량 실장이 설명을 대신했다. 그는 “폴리텍대학에는 인천과 부산, 두 곳에 창업보육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스타트업이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 입주 공간을 제공하는 것부터, 아이디어를 가다듬을 수 있게 관련 전문가와 연결하기도 한다. 또한, 정부 지원과 연계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산학협력단의 창업보육센터가 할 일은 끝이 없다. 기술 인증, 지식재산권 보호, 판로 지원, 마케팅, 투자 연계 등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맡아서 한다. 예산을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폴리텍대학 기관 평가’에서 인천캠퍼스는 18년 동안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입주 기관이 특허를 내거나 시제품 제작할 때 비용의 최대 80%를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을 마련했다.
ㅡ입주 기업은 지원에 만족도가 높은 편인가?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폴리텍II대학 입주하면, 1년에 적어도 2~3개의 프로그램 지원을 받게 된다. 전체 입주 기업의 반 이상이 졸업 기업과 입주하고 있는 기업의 추천을 받고 인천캠퍼스 보육센터를 찾아왔다”
ㅡ지원을 받은 뒤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에 대해 듣고 싶다.
자이글의 그릴 제품, 출처=자이글 홈페이지
“웰빙 주방 가전을 판매하는 ‘자이글’이 우리 대학 예비 창업자로 들어와서, 이제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자이글은 홈쇼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적외선 가열 조리기인 ‘그릴’을 판매하는 회사다. 코로나 이후로 대박을 친 기업인 ‘이후커뮤니케이션’도 있다. 발열 체크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도 얼굴을 인식하고, 온도를 확인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했다. 현재 매출이 100억대를 넘었다”
이후커뮤니케이션의 열 화상 카메라, 이후커뮤니케이션
ㅡ산학 협력단은 ‘글로컬HRD’ 사업으로 국제 협력도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왜 중요한가?
“폴리텍대학은 60여 년의 직업 교육 노하우를 갖고 있고, 해외에 기술 전수도 많이 해왔다. 이건 선진국으로서 따라야 할 의무이다. 또한, 모든 건 ‘기브 앤 테이크’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수출을 하면서, 원조를 통해 도움을 주면 한국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 과거에 ‘한독실업학교(현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라는 곳이 있었다. 독일에서 지원을 받아서 만든 학교다. 베트남에도 한·베트남 직업기술대학이 있다. 이런 지원은 역사에 남게 된다”
-폴리텍II대학 인천캠퍼스는 인천에 있다. 인천 도시는 공항, 항구 등 세계와 연결이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천의 중요성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인천은 어떻게 보면 항구 도시다. 인천 자체는 지역으로는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제한이 있더라도, 세계화 도시의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 송도가 국제도시가 됐듯 말이다. 그 안에서 우리 대학의 역할은 다양한 산업의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송도도 보면 제약 바이오 센터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인천 지역엔 공단이 여러 군데가 있다”
박병랑 실장은 “지금까지 창업 지원은 대부분 대학이 맡아서 했다. 큰 수익이 난다고 생각한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트렌드는 이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인천 스타트업 캠퍼스도 수천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인천에서 키운 기업은 쭉 인천에 남고, 지역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전 세계적인 추세다. 앞으로, 폴리텍 대학도 중앙정부, 인천 지자체와 함께 유기적으로 협조해서 산학 협력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ㅡ폴리텍II대학의 산학협력단이 ‘I-STARTUP’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가?
“‘I-STARTUP’은 폴리텍II대학이 인천 창업보육센터 회장 기관으로서 2017년에 첫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스타트업이 1년 동안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을 공유하고, 이를 홍보하는 행사다. 우수 기업 전시관이라는 게 있어서, 창업 지원 기관을 통해서 배출한 기업들을 알릴 수 있다. 기업은 제품을 소개하고, 투자 유치도 받게 된다”
ㅡ폴리텍II대학 산학혁력단의 비전을 듣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해보자.
폴리텍II대학 인천캠퍼스의 풍경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창업을 하는 사람도 많아져야 한다. 그들 중 소수가 중견기업이 되고, 매우 적은 기업이 유니콘이 된다. 사람이 태어나면 혼자 자라는 게 아니듯, 스타트업도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이건 창업뿐 아니라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산학협력단은 이들을 위한 보육센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같은 꿈은 조금 한계가 있더라도, 우리 학교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인재와 기업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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