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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태의 디지털자산 리터러시]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3. 해외 투자자 허용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1 12: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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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지금 당신이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 https://it.donga.com/105437/

디지털자산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 https://it.donga.com/105465/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1) 법인참여 허용https://it.donga.com/105493/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2) 실명계좌제도 개선 https://it.donga.com/105516/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3) 해외 투자자 허용

한국형 비트코인ETF 출시를 위한 선결 조건

디지털자산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한 이유

건전한 디지털자산 시장을 위한 민간 중심 감시시스템 구현

디지털자산 업계의 다양성 확보와 건강한 생태계 조성


최근 세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원화 거래량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100으로 봤을 때 세계 1위인 미국은 15배가 넘는 1522, 중국은 10배 가량인 106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6.5%에 불과하다. 세계 외환상품시장에서 원화의 거래 비중은 고작 1.9% 수준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원화 거래량이 1등을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국가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면 비이성적 결과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많은 분석가들은 한국 투자자의 투기적 특성에서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이는 원인보다는 결과에 가깝다. 진짜 이유 중 하나는 개인과 법인의 참여 기회 제한이다. 우리나라 디지털자산 투자 시장은 투기 성향이 짙은 개인에게는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개방됐다. 반면, 전문 금융 지식과 투자 노하우를 가진 법인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당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가 '법인계좌 개설 금지', '실명계좌 제도', ‘해외 투자자 금지’ 조치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이들 3가지 규제를 분석, 해결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

2017년 하반기 세계에 디지털자산 바람이 불었다. 이 때 '김치 프리미엄'은 무려 50%를 넘었다. 김프라고도 부르는 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디지털자산의 가격이 유독 비싸게 정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 개에 1000만 원인 디지털자산이 우리나라에서는 1500만 원에 거래되는 식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통용된다. 같은 시점과 같은 시장에서 동종, 동질의 상품은 하나의 균형가격을 성립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세계 시장에서 취급되는 동일한 자산이라고 볼 때,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만들어진 지나친 가격 차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평소에도 우리나라 사람은 해외 사람보다 비트코인을 비싸게 산다. 김치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5% 수준이지만, 전쟁이나 국가파산, 공급망 붕괴 등 갑작스럽게 국제 정세가 변화하면 10% 이상으로 급격히 치솟는다. 김치 프리미엄 발생과 소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의 몫이다. 이미 국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했기 때문에 가격 하락시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디지털자산의 가격 변동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크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일까?

비트코인은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매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일시적으로 공급과 수요의 차, 즉 수급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비트코인 구매 수요가 공급보다 작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따라서 일시적 수요가 몰린다면 새로운 비트코인 공급이 생기기 전까지 가격상승 효과는 지속된다. 비트코인은 인터넷, 전기가 공급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이동한다. 수급간 시간차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따라서 프리미엄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국경간 거래, 즉 정부 정책의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각 국가별 특수한 규제로 인해 디지털자산의 유통, 파급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은 발생할까? 한국에서 비트코인 공급이 몰리고 구매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건전한 외국인 투자수요의 흡수

우리나라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달러, 원화와 같은 높은 가치를 가진 법정화폐를 두고 왜 굳이 쓸모없는 디지털자산을 사고 싶어할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조는 전세계 공통인 듯하다. 사이페딘 아모스 교수는 저서인 ‘비트코인 스탠다드’에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최초의 디지털화폐'라고 했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정부와 투자자의 시각차가 크지만, 미국에 이어 홍콩,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흐름을 보면 국가 정책 기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를 벗어나려면 해외 투자자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좋다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우리나라가 디지털자산 보유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수요 공급 측면에서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왜곡이 일어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축소하는 방법은 국내 투자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만큼 공급을 늘리는 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국의 디지털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다. 건전한 외국인 투자자를 늘려 자연스레 공급을 확대하여 수요를 잠재우는 방안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거래소로의 외국인 유입을 금지한다. 금융위에서 발표한 ‘23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약 645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거래소는 외국인, 법인의 실명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투자자는 100% 한국인, 100% 개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내국인끼리만 손바뀜이 일어나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1992년부터 시행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2023년 6월 전면 폐지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채권 등 상장증권 투자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을 사전에 등록하는 제도이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지금,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외국 자본의 유입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하에 폐지가 결정되었다. 등록제 시행 이후 30년이 지나, 이미 국내 주식시장의 해외투자자 비중은 30%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이미 30년에 걸쳐 안정화된 자본시장과 달리 디지털자산 시장은 여전히 제도 공백이 크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 허용을 위해 사전 등록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유동성 공급, 국내외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는 좋은 대안이다. 무분별한 외국자본 유입이 아닌 사전 등록제를 통해 불건전, 불법적인 투기자본은 철저히 걸러내고 양질의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형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해서라도 외국인 투자자 허용 여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디지털자산의 글로벌 대유행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해외 시장과 소통, 연결 통로를 단계적으로라도 구축해야 한다.

열린 마인드와 창의성이 필요한 시점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활용 외에도 다른 방안이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생산업자 및 관련 시설, 즉 소위 채굴(Mining)이라고 하는 생산시설을 정식 산업으로 허용해 생산량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2017년말 국무조정실은 가상통화 긴급회의를 통해 경찰청, 산자부를 중심으로 가상통화 채굴업의 산업단지 불법 입주를 일제 단속했다. 이에 우리나라 채굴사업은 사실상 거의 퇴출되다시피 하였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을 위한 기초원료가 귀한 국가다 보니 일견 이해도 간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면서 생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얼마든지 있다. 석유, 석탄 등 원료수입이 아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할 수도 있고 야간에 생산되어 효율이 떨어지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태양광이 주력 에너지인 미국 텍사스가 하는 일이고, 서버 열기를 식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선택한 방법이다.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자산을 정식 산업으로 인정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디지털자산은 디지털 기반으로 탄생한, 근본이 디지털화된 자산이라서 세계 어디든, 누구든 접근이 가능하다. 모든 국가, 인류가 일시에 담합하지 않는다면 끊을 수 없는 불멸의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없애는 방법은 세계 모든 전기시설, 서버를 동시에 파괴하는 방법뿐이다. 초국가적 흐름을 뒤로 하고 우리나라가 기존 전통자산만을 고집한다면 미래 산업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디지털자산을 정식 산업으로 인정하려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해외사례 조사, 분석, 벤치마킹 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독창적 한국형 모델 도입을 위한 논의의 장을 기대해본다.

글 /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전략기획자 출신으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인피닛블록’의 공동 창업자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협의회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사,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혁신금융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새로운 시대의 부, 디지털자산이 온다’, ‘블록체인 트렌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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