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할까요?
이번에 IT동아가 만난 스타트업인은 우리나라 대기업과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의 가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 엑셀러레이터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으로, 지역 인재의 창의적 아이디어 사업과 창업을 지원합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9개 센터가 있으며, 스타트업 보육 및 지원부터 지역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동반성장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김영준 창업혁신팀 팀장과 박미림 매니저를 만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소개와 스타트업 창업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그리고 박미림 매니저가 이끌고 있는 사업 ‘테크브레이즈’ 기반의 창업 지원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김영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혁신팀 팀장(좌)와 박미림 매니저(우) / 출처=IT동아
IT동아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서울창경)는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요?
김영준 팀장 :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 19곳이 있습니다. 그중 서울창경은 수도권이 기반을 둔 150여 개의 대기업과 연계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서울 기반의 투자사와 스타트업을 유망한 지역 산업 생태계과 연계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비즈니스 및 기술 교육 등을 진행했지만, 이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금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연계 및 연구개발 사업 지원, 기술창업 지원, 대기업 및 해외 진출 등을 집중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서울 소재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하고, 지역 센터와의 협업을 통한 로컬 활성화에도 기여하려고 노력한다 / 출처=IT동아
IT동아 : 서울창경의 주요 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김영준 팀장 : 서울창경도 초기창업패키지, 재도전 성공 패키지 등 검증된 핵심 패키지 사업도 진행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지원보다는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하는 데 도움되는 기업 지원 및 연계에 집중합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긴밀한 협력을 돕는 오픈 스테이지 및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현지의 K-스타트업 센터와 연계해 미국, 이스라엘 진출을 지원하는 KSC사업, 고 글로벌(Go Global) 아마존 입점 지원 사업이나 글로벌 탑 액셀러레이터로의 진출을 지원하는 ‘와이콤비네이터 익스프레스’ 사업, 심층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 및 지원하는 테크브레이즈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T동아 : 서울창경의 대략적인 조직 구조는 어떤가요? 또 두 분이 속해있는 창업혁신팀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영준 팀장 : 서울창경 내부적으로는 광화문 S빌리지, 서울시의 관악센터 등 인큐베이팅센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팀,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하고 사전 검증(PoC)을 진행하는 팀, 자치구 사업 및 청년 육성을 돕는 팀 등의 부서가 있습니다. 각 팀은 고유 사업을 통해 글로벌 연계 및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그 중에서도 우리 팀은 조금 더 테크 중심의 트렌드에 맞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하 AI)이 보편화하면서 AI를 도입하려는 기업과 지원 기업들이 생겨나는데, 서울창경이 LG AI 연구원과 협업해 AI 도입 및 공급 기업을 연계합니다. 이처럼 유망한 기술 기업들을 파악해 지원하고, 창업지원 방법론 등을 구성해 서울창경은 물론 전국 기관과 공유하는 업무가 창업혁신팀의 주요 역할입니다.
IT동아 : 그렇다면 박미림 매니저님이 부서 내에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경력 소개와 더불어 업무 설명을 함께 부탁드립니다.
박미림 매니저 : 저는 청주대 산학협력단, 고려대 창업지원단을 거쳐 작년 2월부터 서울창경 창업혁신팀에 합류했습니다. 서울창경을 지원한 이유는 창업 엑셀러레이터로서 더 깊이있게 성장하고 싶어서였는데요. 창업지원단에 근무하던 때 서울창경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본 것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주요 업무는 테크브레이즈 및 구매조건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테크브레이즈는 중소벤처기업부 육성 초격차 10대 분야의 딥테크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계하는 지원 사업이며, 2023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사업(이하 구매조건부 사업)은 서울창경이 대기업의 수요와 중소기업의 공급을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IT동아 : 구매조건부 사업이 원래 수요처의 구매를 충족해야 성사되는데, 대기업의 요구를 스타트업이 이루는 게 가능한가요?
박미림 매니저 : 서울창경에서 진행한 구매조건부 사업은 혁신센터트랙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는데요, 수요기업이 대기업이라는 전제하에, R&D(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최대한 구매를 전제로 하나, 혹시 모를 구매불가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해 구매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구매조건부 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구매를 전제로 참여하는 것은 맞습니다. 예를들어 지난해 구매조건부 사업으로 선정되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업한 과제에는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AI 영상 분석으로 제조시설 안전을 분석한다던가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재활용 자원을 자동 분류하고 선별하는 시스템 등이 선정됐습니다.
대기업의 요구를 스타트업이 이루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실제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기술력과 스타트업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 대기업 담당자분들께서도 스타트업의 색다른 아이디어나 의견에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지난해 서울창경이 주도한 구매조건부 사업은 8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참여했고, 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기 연계되어 있는 대기업의 R&D 수요를 발굴하여 과제화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2024년에도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시장확대형-구매조건부-혁신형도전과제)으로 대기업 R&D 과제를 발굴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는 20개 내외의 과제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테크브레이즈는 지난해 총 네 번이 진행됐고, 올해는 더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출처=IT동아
IT동아 : 박미림 매니저가 테크브레이즈 사업도 전담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사업 전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박미림 매니저 : 테크브레이즈 사업은 딥테크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시스템반도체, AI 등 10대 분야의 초격차 딥테크 기업을 발굴하는데요. 테크레이즈는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공공데이터 창업경진대회 등을 고도화 하고자 브랜딩된 프로그램으로 ‘기술적인 불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 시작해 총 네 개 분야에 대한 사업이 진행됐는데요, 자산관리공사는 공공데이터 및 AI를, LG이노텍은 친환경 로봇, 삼성서울병원은 바이오헬스, 현대로템 및 KAI는 우주항공 및 양자 기술 기업을 선정했습니다. 올해 첫 시작은 5월 중 한국자산관리공사 협업 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IT동아 : 작년 테크브레이즈 사업에서 주목할만한 기업이나 성과 등이 있었나요?
박미림 매니저 : 우주항공분야에서 생성 AI로 표적 인식용 합성데이터 생성 및 비전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젠젠에이아이와 인공위성 빅데이터 기반의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텔라비전 등 다양한 기업이 투자를 받았고, 많은 기업분들이 다방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동가치모형(AVM)이 추천하는 개인 맞춤형 부동산 토큰증권발행(STO) 서비스의 원컵은 창업한지 얼마 안된 기업임에도 테크브레이즈 최종 선발기업이 되었으며 꾸준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테크브레이즈를 함께한 삼성서울병원과 LG이노텍, 현대로템 등에서도 이 정도 저력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이 있는줄 몰랐다고 감탄하셨는데요. 가능하다면 모든 기업을 만나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박미림 매니저는 직무를 넘어 사업의 성장을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 보람차다고 말한다 / 출처=IT동아
IT동아 :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그리고 어려웠던 점을 각각 말씀해 주세요.
박미림 매니저 : 분기별로 진행한 게 아니라 6~8개월 사이에 네 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바쁘게 진행되다보니 힘들때도 있었지만 각분야 스타트업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은 내면에서 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준비하시는 모습을 통해 태도나 마음가짐 등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업이 끝나면 연결이 뜸해지는 기업들이 많은데, 원컵 대표님은 사업이 끝나고도 그간의 성과를 장문의 메일과 자료로 정리해서 보내주셨어요. 어찌보면 창업 엑셀러레이터도 평범한 직장인이고 나의 할 일을 한 것인데, 누군가에게는 큰 가치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점은 기술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창업 엑셀러레이터다 보니 실질적인 지원 등을 위해서는 사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주항공이나 양자, 바이오헬스 같은 부분은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대표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배워나가며 이해도가 높아졌고, 덕분에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독자적인 영역의 창업 엑셀러레이터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진행된 테크브레이즈 사업을 소개할 당시 / 출처=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IT동아 : 사업에 대한 얘기는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창업 액셀러레이터 본연에 대해서도 얘기할까요? 박미림 매니저님의 하루 일과를 토대로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박미림 매니저 : 창업 액셀러레이터가 갖춰야 할 핵심 소양은 듣기입니다. 서류 너머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대한 많은 기업들을 지원하도록 핵심만 짚어야 합니다. 또한 전문적인 지식 유무를 넘어서 새로운 분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항상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업무가 소통 그 자체입니다. 아침에는 유관 기관 및 관련 기업들의 뉴스를 탐독하고, 투자 소식이나 기술 관련 소식도 하나하나 찾아봅니다. 그러면서 매일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사업을 처리하고,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듣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죠.
그러면서도 보육 기업이 필요하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도 미리 고려해 제시해야 하고, 기업이 어떤 단계를 밟고 있는지도 파악하고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다행히 대표님들도 열의가 있는 분들 이어서 서로 협력하고 공손한 분위기입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도 테크브레이즈 사업, KSC사업 등을 통해 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IT동아 : 매니저님이 생각하시기로는, 어떤 기업들이 서울창경을 찾으면 좋을까요?
박미림 매니저 : 서울창경은 모든 스타트업에게 열려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초기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들까지 단계별 지원이나 프로그램 연계 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창업에 대해 어려운 부분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IT동아 : 올해도 테크브레이즈 사업을 비롯해 창업전선에서 일하실 텐데요, 업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듣고 싶습니다.
박미림 매니저 : 테크브레이즈 이외에도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창경을 만난 모든 기업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을 거쳐 성장하고, 투자자들을 만나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서울창경에 많은 분들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지원의 최전선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연말에 사업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점이 오면, 올 한 해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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