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대 S-Run]’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전문랩)’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현장 스토리입니다.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은 창작 활동 공간을 전국에 조성해 메이커 문화를 확산하고, 제조창업 저변 확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에 IT동아가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을 통해 도전하는 예비창업자 및 팀들의 모습을 전하고,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제조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제품을 만드는가’지만, ‘어떻게 제품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도 사업 아이템 못지않게 중요하다. 제아무리 상품성이 뛰어나도 완성도가 떨어지면 안되고, 사용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외형은 물론 공학적 디자인 등도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조 창업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아이템과 기획은 둘째치고, 어떤 설계와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또 어떤 전문가를 초빙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고, 또 심미성과 공학적 요소를 모두 결합한 디자인은 누구를 통해 어떻게 구상할지 감을 잡지 못할 것이다.
이 과정은 제조창업이 본격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관문이지만, 문제는 다른 창업에 비해 그 벽이 너무 높다. 어떤 기업을 선정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결국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래서 제조 창업은 노하우가 있을수록 진입이 수월하고, 반대로 도움의 손길이 없다면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제조창업의 초기 제조를 직접 도와주는 ‘소싱디렉팅’
출처=셔터스톡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진행하는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 프로그램이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해답이다. 소싱디렉팅(Sourcing Directing)은 제품 개발 및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 창업자, 중소·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제품의 디자인 및 제작 과정, 그리고 외부 전문가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단계를 직접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초 제조(예비)창업자 10명을 선발해 제품 상품화를 지원, 운영 계획이었으나, 서울과기대가 제조 창업 활성화를 위해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 수혜 확대 방안을 마련해 예비합격자 5명을 추가한 총 15명을 지원해 수혜 기업의 폭을 넓혔다.
창업지원단은 선정 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 및 제조 정성 평가와 컨설팅을 차례로 진행했다. 우선 정성 평가를 통해 제조 창업 기업의 역량과 방향성을 평가한 뒤,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창업지원단 멘토들이 컨설팅을 진행했다. 디자인 컨설팅의 경우 제품의 경쟁력과 적합성을 고려한 디자인 방향성을 잡아주기 위한 단계이며, 제조 컨설팅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의 제조 공정과 외주 절차, 부품 공장 추천 등 제조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현재 도움을 받고 있는 15개 기업 중 세 곳을 대상으로 진행 과정을 살펴봤다.
수제 담배 제조기에 도전하는 ‘미향’
미향은 허브 담배 혹은 수제 담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수제 담배 제조기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고 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니코틴 없는 담배 등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근 미향 대표는 “아이디어만 갖고 처음 제조창업에 뛰어들다보니 제품을 생산하거나 개발하는 방법, 그리고 제조에 대한 인맥이나 지식도 부족하다. 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없이 제조창업을 시작했다면 지출 금액도 컸을 것이고, 제품 역시 원하는대로 나왔을지 미지수다”라고 말한다.
안보근 미향 대표(좌측)가 소싱디렉팅 멘토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 출처=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소싱디렉팅으로 도움을 받은 부분은 3D 기구 설계와 3D 프린팅 샘플 및 PCB 제작, 동작 구현 코딩 등의 과정이다. 원래는 디자인 부분도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지만, 안미향 대표가 산업디자인 전공이어서 시장 트렌드와 기술적 변화, 디자인 콘셉트 등의 작업은 직접 진행했다. 본인이 생각했던 소싱과 실제 과정은 어떻게 달랐을까?
안보근 대표는 “서울과기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성도 측면에서 차이가 컸을 것 같다. 특히나 제품화에 예산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 컨설팅을 통한 예산 구성과 최적화된 외주 구성, 제작, 계약서 작성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 예산을 지원받은 부분 역시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미향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수제 담배 제조기 / 출처=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안보근 대표는 최근 개인사업자 등록 을 마치고 제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일단은 멘토의 조언에 따라 양산보다는 소량 생산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3D프린팅과 CNC 가공을 적극 활용해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초기 창업자가 놓치기 쉬운 작업 절차나 사후 원가 상승, 납기 지연, 협업 등의 문제 역시 꾸준히 도움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소싱디렉팅의 멘토 참여하고 있는 김남현 더함협동조합 이사장은 “대다수의 예비 제조창업가들은 시제품에 대한 제작 경험이 없는데, 특히나 목업이나 시제품을 넘어서 제조까지 넘어가는 부분은 더 많은 역량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진입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제품 제조 과정을 직접 지원하고, 창업에 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D 프린터 기반의 반려견 장례용품 만드는 마인3디피
김현석 마인3디피(우측) 대표가 소싱 디렉팅 컨설팅을 받고 있다 / 출처=IT동아
마인3디피(MINE3DP)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생전 모습을 본뜬 반려견용 장례용품을 아이템으로 제조창업에 뛰어들었다. 반려동물을 촬영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생전의 모습을 3D로 구성한 뒤, 이를 3D 프린터로 재현해 낸다. 김현석 대표는 이미 3D 프린터와 관련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창업에 대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제작을 고도화하고 있다.
김현석 대표는 “어느 정도 제조창업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아직까지 풀 컬러 3D 프린팅에 대한 역량과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컨설팅을 받았고, 디자인 측면에서 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에 대한 구분 방법에 대한 도움도 받았다. 제품에 UV LED를 장착하기 위한 컨트롤러와 기판 등을 제작하는 과정도 지원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인3디피에서 제작하고 있는 3D 제작 샘플 시안 / 출처=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제조창업 경험자 입장에서 이번 소싱 디렉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현석 대표는 “해당 아이템 이외에도 다른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없었다면 이번 아이템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어려웠을텐데, 예산 지원부터 제작 과정까지 지원받은 덕분에 순조롭게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소싱 디렉팅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충전이 필요 없는 개인 이동 장치 만드는 ‘친환경 모빌리티’
친환경 모빌리티 최석봉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은 전기 자전거 형태의 개인형 이동 장치다. 단순히 전기 자전거가 아니라 바퀴에 발전기를 부착해 충전할 필요 없이 타는 형태를 구현하려 한다. 디자인 컨설팅에서는 자전거의 안전 문제를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 구조를 변경하고 신뢰성 검토를 주문받았으며, 제작 컨설팅 부분에서는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모터 제작과 관련한 최적화 방안과 외주 파트너 선정, 협상 등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최석봉 친환경 모빌리티 대표(우측에서 두 번째)가 제품 기획 및 디자인과 관련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 출처=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최석봉 대표는 “모터를 제작하는 과정은 코어 제작, 와이어 와인딩, 케이스 제작 등이 필요하다. 추후 양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모터를 선행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금속 가공 경력이 높은 업체와 협업하고, 복잡한 구조를 최대한 수행할 수 있는 공장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조언도 얻었다”라고 말했다.
소싱 디렉팅에 대해서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에게 단가가 높은 모터 제작은 물론 회로 설계가 포함된 PCB, 제어 프로그램에 이르는 과정에 도움을 받고 있다. 디자인 및 제조 컨설팅으로 받은 조언으로 내실을 다지고,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밤낮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소싱 디렉팅으로 상품성 가다듬는 제조창업 기업들
서울과기대 소싱 디렉팅 프로그램은 현재 개발 중간보고를 마치고,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멘토링 및 컨설팅 전반에 참여하고 있는 김남현 이사장을 통해 전반적인 목표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의견을 조금 더 들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더함협동조합은 예비 창업자, 스타트업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는 시행착오와 문제점 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집한 협동조합이다.
최석봉 대표가 시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 출처=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김남현 이사장은 “안보근 대표의 경우 산업디자인 학과 특성상 직접 디자인을 하지만, 장치 제작에 대한 기술적 측면은 부족하다. 이번 소싱 디렉팅에서도 제조 측면의 부족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현석 대표의 경우 개발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하며, 디자인 감각을 살리고 상용화하는 부분에 따른 도움이 필요하다. 3D 프린터 특성상 개별 생산에 따른 단가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모빌리티의 최석봉 대표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기존에 연구하던 부분이 있었던 터라 제조보다는 디자인 컨설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나 자전거 자체가 디자인이나 공기역학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제조 과정 역시 자체 제품화할 수 있는 PCB 제작이나 기술, 제조에 대한 안내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마지막으로 김남현 이사장은 “소싱 디렉팅이 완료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구축한 제조 과정에 대해 꾸준히 업체들과 소통해야 하고, 진행 상황에 따라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며 문제점을 정리해 나가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부수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고, 결과적으로는 사업 전체가 제조창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교육센터’,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 ‘LINC3.0’ 사업 등 창업 전담 조직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2년부터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사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사업 중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그리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현재 인터뷰로 소개한 세 개 기업 이외에도 총 13개의 제조창업 기업에 대해 동일한 소싱디렉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소싱 디렉팅 사업 이후에는 제품 개발, 브랜딩 및 마케팅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한 브랜딩, 마케팅, 판로개척 지원 등을 통해 제조창업자의 상품화와 사업화를 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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