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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일본 비즈니스맨의 상징'··· 파나소닉 '레츠노트'는 어떤 노트북인가?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14 17: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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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1일, 파나소닉코리아가 자사 노트북의 대표 제품인 ‘레츠노트(Let’s note)’ SV 시리즈 제품의 국내 판매를 공식 발표했다. 파나소닉코리아가 러기드 노트북(산업용 고내구성 노트북)인 ‘터프북’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 적은 있지만, 일본 내수용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2010년 이전에 후지쯔나 도시바 등의 브랜드가 일본 내수용 브랜드를 국내에 출시했다가 철수했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소니 바이오조차 2014년에 국내 사업을 접은 사례가 있는 만큼, 지금 시기에 레츠노트를 출시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파나소닉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나소닉 레츠노트의 국내 출시가 공식화됐다. 출처=파나소닉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이번에 출시되는 파나소닉 레츠노트는 14인치 FV 시리즈와 LV 시리즈, 12.4인치 SR 시리즈,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가 장착된 12.1인치 SV 시리즈, 12인치 2-in-1의 QV 시리즈 중 중간 라인업인 SV 시리즈다. 프로세서는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하며, 윈도우 11 운영체제를 지원한다. 또한 탈착형 배터리나 다양한 인터페이스 등을 갖추고도 0.9kg 대를 유지한다. 하지만 LG 그램이나 삼성 갤럭시 북, 애플 맥북에 익숙한 한국 사용자 입장에서는 투박하고, 구식 디자인이라는 느낌을 준다. 레츠노트란 어떤 제품인 걸까?

레츠노트 노트북, 어떤 물건인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020년 발간한 ‘일본 노트북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시장의 노트북 점유율은 NEC 레노버가 27%, HP가 19%, 델 테크놀로지스와 후지쯔가 각각 16%, 애플과 파나소닉의 점유율이 각각 3%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점유율이 99%에 달하며, 12만 엔(약 117만 원)의 15.6인치 제품이 주로 판매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대신에 NEC나 후지쯔 등 일본 내수 브랜드와 HP, 델 테크놀로지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대세인 점만 다르고 국내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파나소닉 레츠노트는 고베 시에 위치한 파나소닉 공장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재팬 제품이다. 출처=파나소닉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이 애플과 비슷한 3% 점유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레츠노트 시리즈만의 특장점 덕분이다. 오늘날 전 세계 거의 모든 노트북이 중국 혹은 대만에서 생산되지만, 레츠노트는 일본 고베시에 위치한 파나소닉 공장에서 생산된다. 즉 ‘Made in Japan’이다. 공장에서는 탄소 강화 마그네슘 합금으로 레츠노트 몸체를 만들고, 낙하 및 100kgf 가압 테스트, 경첩 내구성 등 다양한 시험을 거친다. 일본 내에서는 SSD, 상판 색상, 소프트웨어 설치 등을 맞춤형(커스터마이징)으로도 제공한다.


SV 시리즈는 12.1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소형 노트북이다. 출처=파나소닉



성능은 애매하다. 프로세서는 21년 출시된 11세대 인텔 코어 i7-1195G7 및 i5-1155G7을 탑재하며, 확장 슬롯 없이 16GB LPDDR4X 메모리와 512GB SSD가 장착된다. 다만 SV 시리즈만 11세대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상위 버전인 SR·FV 시리즈는 12세대 인텔 vPro 프로세서나 13세대 인텔 i7-1360P 등의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한다.

디스플레이는 16:10 비율의 12.1형 1920x1200 픽셀 FH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는데, 12.1인치임을 감안해도 해상도가 떨어진다. 배터리는 근래 출시되는 제품으로는 드물게 탈착식 배터리며, 기대 수명이 1만 시간에 달한다. 소형 배터리 팩을 기준으로 12.5시간, 대형 배터리팩 장착 시 19.5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무게는 소형으로 1.009kg, 대형이 1.109kg가 된다.


파나소닉 레츠노트 SV 시리즈의 외부입력 인터페이스 구성, 국내 사양에는 광학 드라이브가 생략돼있다. 출처=파나소닉



특이한 점은 외부입력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는 USB-PD 및 디스플레이 입력 등을 지원하는 썬더볼트 4 단자, 3개의 USB-A 단자, 유선 랜 포트, HDMI 단자, 헤드셋 단자, UHS-II 대응을 지원하는 SD 메모리 단자, D-Sub 단자까지 있다. 구형 빔프로젝터나 모니터 등도 문제없이 연결할 수 있다. 일본 내수 제품에 있는 광학식, 블루레이 지원 드라이브는 국내 사양에서는 빠진다. 무선은 와이파이 6와 블루투스 5.1 버전을 지원하며, 2만2천 엔을 추가하면 LTE 나노유심 및 e심을 지원한다. 보안은 안면 인식을 지원하는 207만 화소 FHD 웹캠과 지문인식 장치를 각각 지원한다.

구형 디자인에 시기 지난 하드웨어? 일본 내수 제품 특징


문제는 가격이다. 파나소닉 레츠노트 시리즈는 가장 저렴한 SV 시리즈도 최소 27만8300엔(약 271만 7천 원), FV 시리즈는 49만5천엔(약 483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서 i5-1155G7이 탑재된 노트북의 최저가가 55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제 대기업 제품이라고 해도 가격대가 너무 높다. 국내 판매가도 300만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은 1996년부터 일본 본토에서 생산한 제품인 점, 4년 간의 무료 보증이 포함된 점 등을 고가 정책의 이유로 밝히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오히려 고가 정책에 납득하는 모양새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제품 리뷰에 따르면, 대다수 사용자들이 5~10년 이상 레츠노트를 사용하다가 새 제품으로 바꿨다고 남기고 있다. 특히 오래됐어도 견고함과 신뢰성이 유지됐고, 또 5년의 유지 보수를 신청해 마음 놓고 사용했다는 답도 적지않다. 10만 엔 내외의 외제 노트북이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일본인은 일본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가격은 비싸지만 5~10년 이상 오래 쓰면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레츠노트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파나소닉 홈페이지에 나열된 레츠노트 제품 후기, 비싸고 신뢰성 있는 제품을 오래 쓰는 것이 일본 사용자들의 특징으로 보인다. 내용은 번역기를 거쳤다. 출처=파나소닉



물론 표면 아래의 이유도 있다. 한 일본계 기업 관계자는 “레츠노트는 D-Sub나 DVD 등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외부 장치와도 호환된다. 거래처를 방문했는데 레츠노트와도 연결되지 않는 장치가 준비돼 있다면 그것은 상대가 준비를 덜 했다는 의미가 된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은 구형 하드웨어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장치들까지 다 연결되는 제품을 찾다 보면 결국 레츠노트가 답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맥북처럼 USB-C형 단자만 있는 제품을 쓰다가 현장에서 내 노트북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규격 외 제품을 쓴 내 책임이 된다. 레츠노트를 선택하는 이유를 좋게 말하자면 철저히 준비하기 위함이고, 다르게 말하자면 외부 입력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쓰기 위함”라고 말했다.

레츠노트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관계자는 “레츠노트의 디자인이 1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일본 특유의 기업 문화 때문이다. 구형 제품과 차이가 없다 보니 사무실에서도 튀지 않고 조용히 새 노트북을 쓸 수 있다”라면서, “명함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매뉴얼이 있을 정도로 경직된 기업 문화에서, 상급자보다 더 좋은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게 주변에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다. 그래서 레츠노트가 꾸준히 선택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 성공 가능성 보다는 특유의 팬 층 노린 제품



파나소닉코리아는 레츠노트 SV 시리즈가 터프북에 이어서 출시되는 제품이라 밝혔다. 출처=파나소닉 코리아 페이스북



레츠노트는 일본 비즈니스의 상징과도 같은 제품이다. 96년 출시 이후 꾸준히 디자인을 유지해 왔고, 높은 신뢰성과 품질로 꾸준한 팬층이 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사용자층이 많진 않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노트북 소비자들은 한 노트북을 5년에서 1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잘 없고, 내구성이나 신뢰성보다는 성능이나 화질이 좋은 최신 제품을 선호한다. 한국 사용자의 취향과 정 반대의 물건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북 3 프로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도 함정이다.

다만 기존에 파나소닉이 판매하던 ‘터프북’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터프북은 산업용 내구성을 갖춘 제품이며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꾸준히 소비자층이 있었다. 레츠노트 역시 터프북처럼 방수, 방진이 되는 제품은 아니지만 우수한 내구성과 보호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유명하다. 이런 용도로 구매한다면 충분히 접근 가능한 가격대다.

파나소닉코리아 관계자는 “레츠노트 라인업은 기존에 판매되던 터프북의 연장 선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군으로 판매되는 계획은 내부 협의 중이며, 3월 중에는 안내가 될 예정이다”라면서, “판매가는 일본 시장보다는 낮은 가격에 책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노트북 시장의 점유율을 뚫기는 어렵겠지만, 특유의 내구성과 신뢰도가 다른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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