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축구 선수 황의조씨의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형수 이모씨가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받았다. 이씨는 선고 하루 전 '기습 공탁'을 했지만, 양형에는 유리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법조계는 법원이 기계적으로 공탁을 감형 요소에 반영하는 것이 아닌 좀 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는 선고 하루 전인 13일 법원에 2000만원을 형사공탁해 '기습 공탁' 논란이 일었다. 공탁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피해 보상 차원으로 법원에 돈을 맡겨 놓는 제도로 재판부가 양형에 참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씨의 경우 재판부가 형사공탁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피해자 측에서 수령 거절과 엄벌 의사를 밝힌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피고인들이 기습 공탁으로 피해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감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해 피고인들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함께 기재해야 공탁금을 낼 수 있었지만 2022년 12월 특례가 시행된 이후 사건번호만 알고 있어도 공탁이 가능해져 '기습 공탁'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공탁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이나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입법이 됐지만, 피해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피고인들이 금전을 통해 감형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황의조 형수 사건에서 형사공탁이 양형에 참작되지 않은 것을 두고 공탁의 감형 효과가 일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전에는 기계적으로 양형기준에 따라 공탁을 감형의 요소로 반영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면, 이번 사건의 경우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감형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탁의 경우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라 감경요소로 반영되는데,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로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한다. 다만 이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판결문에 사유를 적도록 돼있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피해자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기습 공탁이 감형 요소가 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형성돼 있다"며 "재판부도 피해자 측의 엄벌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탁을 감형 요소에 반영할지 여부는 판사의 재량으로 사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피해자의 수령 거절 의사가 있고 금전으로 피해를 온전히 보상할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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