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고 아파트 매수 계약을 맺었던 A씨가 집주인에게 잔금 주기를 거부했다. 전세 만기일에 나가겠다고 했던 세입자가 잔금 납부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갑자기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매도자인 집주인 B씨가 A씨의 잔금 거절을 계약해지사유로 판단한 것은 정당할까. 대법원은 A씨의 잔금 거절 사유가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해 12월 7일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월 7일 B씨로부터 아파트를 11억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9억1000만원을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먼저 지급한 뒤 4월 22일에 잔금을 처리하기로 했다. 또 잔금 지급과 동시에 해당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 받고 부동산을 인도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다만 양측은 특약사항으로 실제 명도는 아파트 세입자 임대차계약(10월 19일)이 끝난 후인 12월 6일로 정했다.
매매계약 당시 세입자는 A씨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대차계약 만기가 끝나면 나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세입자가 잔금 지급일 직전에 갱신요구권을 언급하며 "2년을 더 거주하겠다"고 통보해 상황이 바뀌었다.
그해 12월 아파트에 실거주할 목적으로 계약을 맺었던 A씨는 잔금 지급을 거절했고 B씨는 등기서류 등을 공탁한 후 매매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하며 맞섰다. A씨는 결국 소유권이전등기 민사 소송을 진행했다. A씨는 "집주인 B씨가 임대차계약을 종료시킬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고 아파트 인도 의무도 지키지 않아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매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B씨는 "A씨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빌미삼아 잔금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집주인 B씨가 아파트를 명도일인 12월 6일까지 A씨가 거주할 수 있는 상태로 실제 인도해야 할 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B씨의 계약해제도 부적합하다고 봤다. 2심은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 인도일이 4월 22일로 정해진 점, A씨가 세입자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기로 한 점, A씨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후 아파트 반환 의무는 세입자에게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B씨의 계약해제도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매매계약 체결 당시 사정 등을 종합해 볼 때 해당 아파트에 대한 집주인의 인도 의무가 인정되고 A씨의 잔금 지급의무 이행 거절도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를 이유로 B씨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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