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취소된 미 차세대 정찰공격헬기 사업 후보 중의 하나였던 벨 360 인빅터스 헬기 CG./미 벨사
미 육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미 20억 달러(2조6000여억원)가 투자된 차세대 미래 공격 정찰헬기(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무인기(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 등을 감안한 것으로, 일본 육상자위대가 유인 공격헬기 추가도입을 취소하고 MQ-9 ‘리퍼’ 무인공격기 등 무인기를 도입키로 한 결정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일의 이같은 움직임은2031년까지 5조7500여억원을 들여 소형무장헬기(LAH)를 양산하는 사업을 추진중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지적이다.
FARA 사업은 이미 퇴역한OH-58D ‘카이오와’ 정찰헬기 등의 후속 기종을 선정하는 것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 (Raider) X’와 벨사의 ‘벨 360 인빅터스(Invictus)’가 경합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20억 달러가 투자됐고, 양산에 50여억 달러(6조6000여억원) 이상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미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 관계자들은 사업 전격 취소 발표에 앞서 일부 기자들에게 FARA 사업을 종료하는 이유에 대해 현대 전쟁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랜디 조지 미 육군 참모총장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공중 정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전장(戰場),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양한 무인 시스템과 우주에 탑재된 센서와 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널리 퍼져 있고, 더 멀리 도달할 수 있으며, 더 저렴해졌다”고 강조했다.
레이니 미 육군 미래사령관은 “미 육군이 과거처럼 또 다른 유인 카이오와 헬기 교체 노력을 시작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 전쟁 지역에서 다른 부대보다 먼저 작전을 수행하는 무장 정찰병으로서의 카이오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다른 곳에, 특히 무인(무인기) 측면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육군은 또 비용증가로 인해 올해 이후 UH-60 ‘블랙호크’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UH-60V의 신규 생산도 중단하고, AH-64 ‘아파치’ 공격헬기 , UH-60헬기의 개량된 터빈엔진 ITEP 생산도 연기키로 했다. 현재 운용중인 쉐도우 및 레이븐 구형 무인정찰기 운영도 단계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미 육군은 대신 UH-60M 및 CH-47F 블록 II 신형 ‘치누크’ 도입과, 차세대 미래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 사업은 계속 추진키로 했다. FLRAA 사업은 1400여대에 달하는 미군 블랙호크를 비롯, 일부 아파치 공격헬기 등을 교체하는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지난 2022년 벨사의 V-280 ‘밸러’(Valor)가 선정됐다.
미 육군은 이번 FARA 사업 취소 등을 통해 확보된 예산을 신형 정찰공격 무인기 도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신형 정찰공격 무인기로는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모하비’ 등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형 500MD 헬기 등을 대체하기 위해 양산이 시작된 국산 소형무장헬기(LAH). /KAI
모하비는 ‘킬러 드론’으로 널리 알려진 ‘리퍼’ 제조업체로 유명한 미 제너럴 아토믹(GA-ASI)이 개발중인 무인기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사막과 영국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서 단거리 이착륙 시험에 성공했다. 사막에서의 이륙 거리는 175m, 착륙 거리는 100m에 불과했다.
우리 육군도 구형 500MD 헬기 등을 대체하기 위해 2001년 이후 소형무장헬기(LAH) 사업을 추진중이다. 소형무장헬기는 2001년 소요 결정을 시작으로 탐색개발(2011~2012), 초도 시험평가(2019~2020) 등을 거쳐 2020년 12월 잠정 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022년 첫 양산 결정이 내려졌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5조7500억원을 들여 양산할 예정인데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일각에서 효용성 문제를 제기해왔다.
소형무장헬기를 양산하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선 헬기에서 소형 무인기(정찰·자폭용)들을 함께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통해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군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전 등의 교훈을 살려 무인기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려는 미·일 등의 결정을 우리 군도 예의주시하고 기존 사업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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