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2곳서 진행중 ‘드론 전쟁’의 교훈
개전(開戰) 1년10개월이 다돼 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무인기) 전쟁’이 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드론 소모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소모량이 매달 1만대에 달해 ‘드론을 포탄처럼 사용하는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으로 한반도에서도 앞으로 ‘드론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평상시 자폭(自爆)드론을 비롯해 많은 소형 드론을 확보해놓고, 유사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하루 300대 이상, 한달에 1만대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엔 러시아군의 대공무기와 전자전 (電子戰) 등에 격추된 드론은 물론 자폭공격으로 소모되는 드론도 포함된 것이다. 중국 DJI 제품 등 소형 상용(민간용) 드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스위치블레이드 드론이 참호속에 숨어 있는 러시아 병사를 향해 자폭 공격을 하기 직전 찍힌 러 병사 모습. 러 병사 옆에 대전차 또는 대공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가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군 SNS 영상 캡처
개전 초기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무인공격기 활약이 주목을 받았지만 러시아군의 대공무기와 전자전에 의해 상당수가 무력화됐다. 군용 자폭드론으로는 미국이 공급한 스위치블레이드가 큰 활약을 해왔다. 미 에어로바이런먼트사 제품인 스위치블레이드는 표적 상공을 맴돌다 타격할 수 있어 배회형 자폭드론으로 불린다.
무게 23kg으로 보병이 운반하고 박격포와 비슷한 발사기에서 발사된다. 발사 후 20분만에 40㎞를 비행한 다음 최대 20분 동안 표적 상공을 배회하다 목표 포착 후 시속 160㎞ 이상의 속도로 자폭 공격을 한다. 보병 공격용인 스위치블레이드 300과, 전차·장갑차 등도 무력화할 수 있는 스위치블레이드 600 등 2가지 형태가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스위치블레이드 300이 참호속의 러시아 병사를 향해 병사 얼굴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급강하한 뒤 폭발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이 예상보다 대량 소모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드론 양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내 20만대(연간) 양산을 목표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까지만 해도 드론을 개발·생산할 수 있었던 기반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우크라이나 40개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정찰용 또는 공격용 드론 자체 생산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7월 전장에 투입한 1700대의 드론 가운데 90%가 국산이었고, 기종도 28종에 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드론 생산을 더 확대해야 한다. 이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조종사 훈련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1만명의 요원이 훈련을 받고 있으며, 드론 관련 부대가 17개 발족했다. 올해 안에 수만명 규모로 드론 부대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미군이 스위치블레이드를 발사하고 있는 모습. 박격포처럼 생긴 발사기를 사용해 발사한다. /미 해군
이에 맞서 러시아도 드론 생산을 늘리고 실전 투입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작전 반경 약 2000㎞의 이란산 자폭용 무인기 샤헤드-136 드론을 대량 도입해 활용하다 자체 개발한 자폭드론 사용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는 자율 공격능력을 갖춘 란쳇 자폭 드론의 물량 공세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란쳇 자폭 드론을 사용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총 507회나 이뤄졌고, 그 결과 170개의 표적이 완전 파괴되고 269개 이상의 표적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격의 50% 이상은 우크라이나군 포병에 집중됐는데, 실제로 자주포 106문, 곡사포 및 박격포 131문, 다연장로켓시스템(MLRS)과 미국이 제공한 하이마스(HIMARS) 18문이 란쳇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영 방산업체 로스테흐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자폭형 드론 생산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유사시 자폭드론 등 드론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드론 전쟁’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6일 전주대가 주최한 ‘제2회 산학연관 글로벌 드론산업 활성화 국회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고지 후사면 갱도 진지에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 갱도포병 무력화와 북한 기갑·기계화부대의 전방 이동 등을 막기 위해 자폭형 드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치블레이드 제작사인 미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홍요섭 한국 대표는 “한반도 위기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드론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한국은 소형드론 10만대를 선제적으로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대·사단급 전술드론의 경우 한국 부품과 미국 기술로 국내생산해 한국군 전력화와 함께 수출도 추진하는 ‘윈-윈’ 모델도 제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대량 사용중인 란쳇 자폭 드론. 우크라이나군 포병부대 등 타격에 가성비 큰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로스텍사 홈페이지 캡처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세미나 축사를 통해 “우리 군의 드론 능력이 미국, 중국은 물론 튀르키예, 우크라이나보다도 뒤처져 있어 운용개념 개발보다 빠른 획득과 전력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군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드론을 빠르게 도입해서 운용한다면 국내외 기업들의 자율적인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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