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러시아 등 강대국 '우주 군비 경쟁' 시대 본격 막 올라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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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자위대의 첫 우주 전문 부대인 '우주작전대'가 지난달 도쿄도(東京都)에 있는 후추(府中) 기지에서 20여 명 규모로 창설됐다. 이 부대는 우선 일본 인공위성을 우주 쓰레기 등으로부터 지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부대기 수여식에서 "새로운 안전 보장 환경에 한시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 시급히 우주 상황 감시 등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올가을 임시국회 때 자위대법과 방위성설치법 등을 개정해 현재 항공자위대 임무에 우주 개념을 추가,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개칭(改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항공자위대가 이름을 바꾸면 1954년 항공·육상·해상자위대 탄생 이후 첫 명칭 변경이 된다
# 2
미 우주사령부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겨냥한 요격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모스크바에서 800㎞가량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존 레이먼드 사령관은 "(러시아 미사일 발사는) 우주 공간에서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주 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비난하며 "(러시아가) 위선적으로 우주 무기 통제 제안을 지지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목표물을 산산조각 내면 수많은 파편을 발생시켜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의 눈과 귀, 중추신경을 마비시켜라
이 장면들은 올 들어 우주를 둘러싸고 미국, 러시아, 일본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과거 우주의 군사적 이용은 적을 감시하거나 통신·항법에서 활용 등에 집중돼 있었다. 수백㎞ 상공에서 5㎝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 KH-12 정찰위성(첩보위성), 전 세계인이 일상생활에도 널리 활용 중인 GPS 위성, 무궁화위성 같은 통신위성,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을 감시하는 조기경보위성(DSP)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강대국들이 상대국 위성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정찰·항법·통신위성 등을 무력화할 경우 적국의 눈과 귀, 중추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한 전문가는 "미래의 모든 분쟁은 우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우주 군사력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육·해·공 전장(戰場) 기능이 약화되고 모든 영역에서 우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상대방 위성을 공격하는 수단은 미·러·중·인도 등이 시험한 '지상 발사' 미사일이나 레이저 무기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점차 영화 '스타워즈'처럼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이용해 상대국 위성을 공격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위성을 관찰하던 미 퍼듀대의 항공 역학 전공 대학원생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사찰(inspection) 위성'이라고 발사한 코스모스 2524호가 1월 중 세 차례 추진(推進)을 통해 미 KH-12 정찰위성과 같은 궤도에 오른 뒤 그 뒤를 바짝 쫓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사찰 위성'은 원래 자국 위성의 작동 상태를 파악하고 수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미 정찰위성을 '사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 존 레이먼드 사령관은 "2기의 러시아 위성(사찰 위성)이 미 국가정찰국(NRO) 소속 정찰위성을 같은 궤도에서 '스토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사찰 위성에는 우주 쓰레기 수거나 위성 부품 교체 등을 위해 로봇 팔이 달려 있다. 이 로봇 팔은 상대국 위성의 태양전지판이나 민감한 광학 장비를 훼손하거나 표적이 된 위성을 대기권으로 밀어넣어 파괴할 수 있다.
미국은 절대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태세다. 지난해 12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및 해안경비대에 이어 여섯째 병과(兵科)로 우주군을 공식 창설했다. 이는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에 미국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우주를 지배하게 해야 한다"며 우주군 창설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 軍의 청사진, 갈 길이 너무 멀다
문제는 강대국들의 우주 군비 경쟁이 우리에게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 GPS 위성은 우리 군이나 민간에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강국은 경우에 따라 적국(敵國)으로 바뀔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강대국들의 경쟁에 신경 쓰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 적 위성을 부술 수 있는 로봇 팔을 장착한 '방해(妨害) 위성'을 띄울 계획이다. 북한도 전자파 공격으로 위성을 마비시키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스페이스 오디세이(Space Odyssey)'라고 하는 야심 찬 우주 군사력 건설 청사진을 갖고 있다. 오는 205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초소형 위성 등 각종 위성은 물론 지상·위성 발사 요격 무기 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15년 우주정보상황실에 이어 지난해엔 위성감시통제대를 창설했다. 하지만 아직 주변 강국의 우주 군비 경쟁에 대비하기엔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군사위성 확보 문제와 관련, 국방장관은 물론 과기부 장관(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는 우주개발진흥법 등의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수권자와 군 수뇌부의 의지와 인식이다. "유사시 모든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인식으로 우주 군사력 건설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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