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초대형 방사포 등 북한의 증대되고 있는 방사포(다연장로켓) 위협에 대응해 추진 중인 ‘한국형 아이언 돔’(Iron Dome·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사업이 일러야 오는 2026~27년쯤에야 완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알려진 2020년대 초반보다 3~4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현재 북 방사포에 대해선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도 요격수단이 없다. 한·미 양국 군 주요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 PAC-3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등 한·미 미사일 요격망이 북 방사포에 의해 앞으로 상당 기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고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밝혀 조만간 신형 방사포 실전배치가 예상됨에 따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31일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이 현재까지 군 전력증강 계획의 장기 연구개발 소요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본격 개발을 추진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빨라야 내년에야 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아이언 돔은 팔레스타인 로켓 등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이스라엘군 무기다. 우리나라가 이런 무기를 독자개발할 경우 일러야 5~6년 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 개발에 착수해 빨리 개발이 끝나더라도 2026~2027년에야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발을 맡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군 당국은 ‘천궁-2’ 국산 요격미사일 개발경험 등을 살려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수의 미사일을 동시 요격하는 것과 수십발 이상의 로켓을 동시 요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오는 2023년까지 국산 레이저무기가 개발될 예정이지만 아직 위력이 약해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을 뿐이고 로켓·미사일 격추능력은 없다. 또 한국형 아이언 돔 본격개발에 앞서 선행연구, 소요검증, 사업타당성 검토 등의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는데 여기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군, 당초 “이스라엘 아이언 돔 한국에 부적합” 판단
앞서 합참은 방사포 등 북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해 이스라엘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동시 다발적인 장사정포 공격 대응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형 아이언 돔’을 독자개발키로 결정했다. 군 소식통은 “아이언 돔은 수십발 동시 공격 수준의 팔레스타인 로켓에 대응해 개발한 무기체계”라며 “최대 수백발 이상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는 북 장사정포 위협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이언 돔은 발사대 1기당 20발의 ‘타미르’ 미사일이 장착되며,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가량으로 구성된다. 보통 로켓 1발당 2발의 미사일을 쏴 요격하기 때문에 아이언 돔 1개 포대는 최대 60발가량의 로켓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유사시 최대 340문에 달하는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로 1시간에 최대 1만6000여발의 포탄(로켓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참은 2018년 3월 ‘한국형 아이언돔’에 대한 신규 소요(확보계획)를 확정했고 방위사업청 등이 선행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이후 이른바 ‘신종무기 4종 세트’로 불리는 북한의 새로운 방사포 및 미사일 위협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 미사일·방사포는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 요격이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북한의 신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및 에이태킴스(전술지대지미사일) 미사일, 대구경 및 초대형 방사포 등은 최대 비행고도가 30~50㎞에 불과해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요격고도 40~150㎞)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및 방사포 최대 비행고도는 지난 3월2일과 9일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직경 600㎜급)가 35㎞, 3월21일 발사된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50㎞, 3월29일 발사된 대구경 조종방사포(직경 400㎜)는 30㎞였다.
◇신형 방사포로 한·미 주요기지 요격미사일 무력화 가능
군 당국은 한·미 양국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PAC-3 CRI(최대 요격고도 15~20㎞)나 주한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최신형 PAC-3 MSE(최대 요격고도 40㎞)로는 북 신형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요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격시험이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으로만 이뤄졌을 뿐 ‘풀업’(급상승) 기동 등 회피기동을 하는 이스칸데르형 미사일을 대상으로 실제 요격시험은 이뤄진 적이 없어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사일에 비해 동시에 수십 발을 쏠 수 있는 방사포는 더욱 요격이 어려워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인 초대형 방사포와 실전배치가 진행 중인 300㎜ 방사포는 유사시 한·미 주요 기지들의 요격 미사일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위협적 존재로 평가된다. 초대형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380여㎞에 달해 주한미군의 심장부인 평택·오산기지는 물론 성주 사드 기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 등에 배치된 한·미 양국 군의 패트리엇 PAC-3 미사일, 사드 레이더 및 미사일 발사대 등을 타격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 200여㎞에 달하는 300㎜ 방사포도 평택·오산 미군기지, 3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한국군 중북부 지역 공군기지 등을 때릴 수 있다.
이들 방사포의 로켓엔 유도장치가 달려 미사일처럼 정확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신형 방사포로 한·미 군 기지의 요격미사일들을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로 이들 기지 등을 공격하거나, 미사일·방사포 섞어쏘기로 한·미 미사일 요격망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유사시 북한군 방사포들에 대해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사거리 150여㎞), 공군의 합동직격탄(JDAM) 및 한국형 GPS유도폭탄(KGGB), 육군의 K-9자주포 등으로 정밀타격,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제타격은 불가능해 북 방사포들이 일단 선제공격을 한 뒤에야 대응 타격이 가능하다. 북 방사포들의 선제공격에 의해 한·미 요격미사일들이 무력화되거나 수도권 등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으려면 일정 규모의 요격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예비역 장성은 “최대한 빨리 방사포 요격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만큼 국내 기술만으로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선진국과 기술협력해 개발기간을 단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이스라엘 등 방사포 요격무기 분야에서 앞서 있는 선진국들과의 협력 필요성도 제기된다. 군 당국에선 당초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아이언 돔이 최근 성능개량을 통해 최대 사거리가 70㎞에서 100㎞로 늘어나고 로켓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게 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신형 아이언 돔은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북 600㎜ 초대형 방사포도 요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이언 돔의 주한미군 배치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언 돔 개발비를 댔던 미국은 미국 내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데 생산 규모가 당초 2개 포대에서 4개 포대로 늘어났다. 아이언 돔을 미 본토에는 배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2개 포대는 이라크에, 2개 포대는 주한미군에 배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미군에 정통한 소식통은 “아직까지 주한미군 아이언 돔 배치는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및 방사포 위협에 대해 다양한 방어 및 대응수단을 강구해 대비태세에 큰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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