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안전벨트 등의 기본 안전 사양은 끔찍한 교통사고에서도 우리의 생존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특히 에어백은 과거엔 옵션 사양이었지만 현재는 인식이 바뀌어 사양에 따른 차별 없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탑재된 에어백이 심각한 부상을 입히거나 목숨을 앗아간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실이다. 바로 자동차 역사상 손에 꼽을 최악의 리콜 사태 중 하나인 타카타 에어백 결함 사태다. 대규모 리콜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제의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차량이 사고를 당하며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2004년형 혼다 시빅 운전자 사고 6년 만에 원인 밝혀져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스쿱스(Carscoops)는 미국에서 타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인한28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엄밀히 따지면 2018년에 발생한 사고로 6년 전의 일이지만 해당 사고의 사망자가 타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진 것이다.
미국 도로 교통 안전 관리국(NHTSA)에 따르면 2018년 당시 2004년형 혼다 시빅 운전자는 앨라배마주 이토와 카운티에서 주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현장 상황은 처참했고 당국이 운전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백이 아닌 폭탄 수준 전 세계 사망자 최소 36명
문제의 에어백 제조사 타카타는 2001년 에어백 분사제 테트라졸의 대체 물질로 질산암모늄을 도입했다. 이는 다이너마이트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상업용 폭약 재료로, 비용을 기존 테트라졸 대비 1/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질산암모늄에는 물과 습기가 많을 경우 폭발력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는 습한 날씨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폭발력 상승으로 이어지며, 결국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탑승자에게 심각한 상태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2004년 타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혼다 어코드의 에어백 폭발 사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소 3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400명을 넘는다.
1억 대 규모의 리콜에 파산 일부 차량은 여전히 운행 중
이에 2013년부터 타카타 에어백 리콜이 각국에서 시행됐고, 전 세계에 판매된 1억 대의 차량이 리콜 대상이 됐다. 리콜 규모가 상당했던 만큼 타카타가 이를 모두 감당해 내기는 무리였다. 결국 타카타는 창사 84년 만에 파산 수순을 밟았다. 질산암모늄이 분사제로 채택되기에 앞서 그 위험성이 충분히 거론됐지만 경영진의 고집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혼다는 타카타 에어백을 가장 많이 탑재한 제조사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리콜 대상 차량 95%의 부품을 교환했지만, 나머지 5%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위험을 품은 채 운행 중이다. 혼다는 성명을 통해 타카타 에어백 리콜 대상인 혼다 및 아큐라 차량 소유자들은 최대한 빨리 공인 딜러십에서 리콜받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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