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식당 리뷰] 정원 맛집으로 체면치레한 고급 한정식 ‘목향’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10 07:57:51
조회 2616 추천 6 댓글 10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20년 가까이 주말농장을 하는 도시농부가 되다 보니 여기저기 서울 변두리 자투리 땅이라도 있으면 찾아가곤 한다. 올해 주말농장은 고양시 화전동에 있는 텃밭을 열 평 정도 세를 얻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농작물이 잘 될 턱이 없지만 그래도 구력이 붙으니 이젠 제법 다양한 쌈채소와 야채가 먹을 거리를 내놓는다.

 


이 주말농장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가양대교를 넘어 수색에서 항공대 방면으로 가는 길이 있고, 둘째는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방화대교 아래서 빠져서 가는 길이 있다. 후자의 루트는 가양대교 진출입로가 상습 정체라서 잘 타지 않지만 한 번 가보자 해서 갔는데 가는 길에 독특한 건물 하나를 보게 됐다.


 


외관은 고급스러운 목향


 

길도 외졌고, 주변에 민가도 없는 거의 허허벌판 같은 곳에 건물이 하나 덩그러니 있고, 주차된 차들만 거의 이십여대는 될 법한 모습이었다. 무슨 집이지? 카페인가? 하다가 자세히 보니 한정식집이란다. 궁금해 내려 물어보니 주말엔 예약 없이 올 수 없고 평일 저녁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단다. 나중에 한번 와 봐야지 하고 발길을 돌렸다.

 

6 11일은 결혼기념일이다. 평일이고, 애들이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주말에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목향을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오후 6 30분에 한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다행히 해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6시 무렵. 건물 앞에는 이 식당 목향의 유래를 적어놓은 현판이 걸려 있다. 이 언덕이 안산이란다. 고려 말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때 삼송리 숯돌고개에 이르렀을 무렵 기러기 한마리가 갑옷에 변을 보고 날아가는 걸 활로 쏘아 떨어뜨렸는데 그 기러기가 떨어진 지점이 이 작은 동산이었다 하여 기러기 안자를 써서 안산이라고 명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목향이 있는 동산의 유래


 

우선 시간이 남아 건물 뒤편의 언덕을 거닐어 보기로 했다. 나무 침목을 놓아 걷는 이들을 배려하고 오르는 길 좌우로 난생 처음보는 들꽃들이 반겼다. 언덕 정상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쉬고 갈 수 있게 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이 언덕에 올라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주변에 큰 산이 없어 시야가 뻥 뚫려 풍경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십 수 년간 쏟아부었을 주인장의 노력이 보지 않아도 그려진다.

 


목향 입구



 


동산 올라가는 길



 


건물 뒤편의 야외 자리



 


동산 정상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잔디밭에는 식사를 끝낸 손님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정원에서 바라본 건물



 


주변 풍광이 시원스럽다.



 


동산에서 바라본 해질 무렵



 


주인장의 노력이 돋보인다.



 


갖가지 들꽃이 피어 있다.



 


정원 하나는 백점이다.


 

시간이 다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커보였는데 식당 안 홀은 아담했다. 룸도 한두 개 정도 있는 것 같았지만 홀에 테이블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촘촘하게 붙어 있다. 일반 식당도 아닌 고급 한정식인데 프라이버시 따위는 배려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테이블이 꽉 차니 대화가 힘들 정도로 시끄러웠다.

 


식당 내부 복도



 


테이블이 촘촘히 붙어 있다.



 


우리가 주문한 모과나무 코스 메뉴


 

일단 메뉴판부터 펼쳐봤다. 이른바 코스 메뉴가 6가지가 있다. 가장 저렴한 목향이 3만원이고, 이어 사과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 은행나무, 목련나무 메뉴가 있다. 가장 비싼 목련나무는 1인당 62천원이다. 우리는 1인당 43천원짜리 모과나무 코스를 주문했다. 왜냐하면 그 아래 목향과 사과나무는 고기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다 말 그대로 풀때기다.

 

모과나무 코스에 나오는 요리들은 오늘의 죽을 시작으로 물김치, 샐러드, 훈제연어, 녹두전, 해파리 냉채, 몽골리안식 해물볶음, 소고기수육, 초무침, 매생이해물누룽지탕, 갈비찜, 그리고 식사다. 고기는 한우도 아닌 미국산이다.


 


호박죽과 물김치



 


훈제연어



 


샐러드



 


훈제연어와 샐러드


 

입맛이 까다로운 둘째가 요리가 몇 개 나오고 나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맛이 별로란다. 고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소고기수육과 갈비찜을 기대했는데 소고기수육은 퍽퍽했고(심지어 수육을 와사비 소스에 찍어먹는 것도 아이러니) 갈비찜은 이게 4인분인가 싶을 정도로 양이 적었다. 나머지 음식들도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한정식이 아닌 그냥 한식과 중식, 양식을 대충 섞은 퓨전 느낌이 났다. 열 가지 정도의 음식 중에 정말 맛있다 싶은 게 하나도 없다. 나이든 어르신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꽤 보이는데 어르신들이 먹을 만한 게 뭐 있나 하는 의문도 든다.

 


녹두전



 


해파리 냉채



 


초무침



 


매생이해물누룽지탕


 

음식 나오는 속도도 거의 공장급이었다. 음식을 채 다 먹지도 않았는데 다음 접시를 들고 와서 빨리빨리 먹어줬으면 하고 보채는 느낌이다. 심지어 테이블 음식을 가져다주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중간에 어떤 음식이 빠졌는지도 모른 채 이제 나올 게 다 나왔다는 실수를 하고 올 때마다 연거푸 사과를 했다.

 


소고기수육야채쌈



 


몽골리안식 해물볶음



 


갈비찜



 


마지막 식사


 

마지막 식사에는 잡곡밥과 된짱찌개가 나오는데 밥은 물이 많았는지 질퍽했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닌 주걱으로 한 번 푼 그대로 모양이 남아 있을 정도로 대충대충의 느낌이 전달됐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모름지기 식당은 서비스업이고, 돈을 낸 만큼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 건물 외관과 코스 메뉴는 고급을 추구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기사식당과 다를 바 없다. 고급 한정식이라고 썼지만 전혀 고급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비싼 돈 내고 아까워하긴 처음이다. 한 번 온 손님은 있지만 두 번 온 손님은 다시는 없을 것 같은 그런 한정식집이다. 정원의 아름다운 느낌이 없었다면 화를 내고 박차고 나와도 무방할 그런 식당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view_times

추천 비추천

6

고정닉 0

4

원본 첨부파일 29본문 이미지 다운로드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2267 [주류 리뷰] 프리미엄 막걸리 ‘복순도가 손막걸리’, “고개 갸우뚱하게 만드는 맛과 가격” [3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7592 8
2266 [장애] 초등학생을 위한 장애인식개선 팝업북 ‘함께 걷는 길이라면 어디든 좋아’ 배포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293 0
2265 [식당리뷰] 고집으로 지켜낸 맛, 3대를 이어오는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221 0
2264 [제품 리뷰] 휴대용 선풍기가 무려 100단 풍속! <토네이도프로 냉각선풍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893 0
2263 [테크 리뷰] 가장 혁신적인 변화, 애플 ‘iOS18 업데이트’ 뭐가 바뀔까? [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7 2610 3
2262 [키보드] 로지텍 X 무신사 드래곤볼 컬래버 에디션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5 284 0
2261 [식당 리뷰] 6월 찐제주의 맛, ‘바다나라횟집’ 자리물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5 285 0
2260 [영상 리뷰] 휴대폰 키보드 입력 방식 설정 및 한자 변환 방법(갤럭시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5 258 0
2259 [여행 리뷰] 올 여름 제주 간다면? 강추 여행지들 [1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4 2614 1
2258 [디지털] 신세계백화점 본점 초대형 LED 사이니지로 변신한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4 294 0
2257 [숙박] 여름 휴가철 서울 5성급 호텔 중 ‘서울신라호텔’ 후기 1위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4 788 2
2256 [골프장 리뷰] 서울 유일의 파3 골프장 <메이필드호텔 골프클럽> 후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4 604 0
2255 [음료] 공차, 여름 메뉴 '망고&딸기 더블, 트리플 미니펄’ 8종 내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316 0
2254 [여행] 한국인들 해외 숙박업소 검색 시 ‘숙소 등급’ 가장 중요시 [20]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6360 2
2253 [공연] 덕수궁 입장과 음악회는 무료지만, 품격있는 연주의 '석조전음악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285 0
2252 [반도체]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 2024 개최 AI 시대 파운드리 비전 제시 [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2164 1
2251 [공연] 6월 마지막 주에 취향껏 즐기는 무료 공연,'서울스테이지 202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238 0
2250 [리서치] ‘2024 청년세대 관계실조 보고서 - ISSUE 1 알고리즘 현상’ 발간 [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2207 0
2249 [식품 리뷰] 농심 '짜파게티 더블랙'은 가격 인상 위한 꼼수인가 [10]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1171 6
2248 [영상 리뷰] 6월 11일 월드컵 2차 예선 한중전 상암월드컵 경기장 현장 스케치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3 196 0
2247 [식당 리뷰] 맛있는 안주가 있는 이자카야, 아타라시 가락동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295 0
2246 [축제] 한국민속촌, 6월 22일부터 ‘마른 하늘에 물벼락’ 여름축제 개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242 0
2245 [생활] 미취학 아동 누구나 시간 단위로 맡기는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 운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221 0
2244 [트레킹 리뷰]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걷는 '서울숲남산길' [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2168 11
2243 [공연] ‘서울스테이지 2024’ 6월 공연 개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212 0
2242 [모집] 조선 500년의 발자취 속으로, 2024년 ‘조선왕릉원정대’ 모집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210 0
2241 [마켓 트렌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회복세로 전환…1분기 4% 증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1533 0
2240 [모빌리티]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스위스에서 누적 주행거리 1000만km 돌파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1756 1
2239 HCG, SaaS 기반 올인원 HR 플랫폼 '탈렌엑스' 첫 선보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179 0
2238 [핀테크] 하나은행·토스뱅크 , AI·DX 전략 공개한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183 0
2237 [제품 리뷰] 설거지 쉬운 에어프라이어 <쉐프본 에어밈 스팀 에어프라이어>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1599 0
2236 [관공] 함안 불꽃비 ‘낙화놀이’, 6월부터 매월 즐긴다 [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2481 0
2235 [생활] 경기도, 7월부터 평일 야간·주말·휴일 위한 ‘초등 시설형 언제나돌봄서비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211 0
2234 [초등] 초등학생 대상 동물사랑 알리는 ‘우리동네 반려동물 지킴이’ 모집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202 0
2233 [영화] 일본서 천만 관객 돌파한 <명탐정 코난: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7월 국내 개봉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217 0
2232 [자동차] 기아, ‘The 2024 모닝’ 출시 [1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2775 2
2231 [자동차 칼럼] 일본산 자동차 성능조작 사태, 정부는 왜 수수방관하나 [17]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2375 6
2230 [공모전] 제17회 잡지미디어 콘텐츠 공모전 9월 30일까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 175 0
2229 [지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소멸대응 지역경제활성화포럼’ 개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14 0
2228 [여행] 제주 에코랜드, 금토일 야간개장 시작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30 0
2227 [전시] 속초의 오래된 조선소에서 미술작품 팝니다 [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5471 0
2226 [웨딩] 2024 용산가족공원 그린웨딩...열세 쌍의 예비부부 추가 신청 [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114 2
2225 [고궁 산책] 초여름에 만끽하는 궁궐 후원, 오는 25·28일 창덕궁에서 무료 참여 [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017 1
2224 [숙박] 호텔 라마다 속초, 여름 성수기 예약 20% 할인 프로모션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198 0
[식당 리뷰] 정원 맛집으로 체면치레한 고급 한정식 ‘목향’ [10]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616 6
2222 [음악 리뷰] 혼자 있을 때 보세요, '견애차이' 이해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204 1
2221 [식당 리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개 장롱 고깃집 ‘한옥그레이스’ [1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6471 6
2220 [둘레길 리뷰] 더워지기 전에 걷자. 경기관광공사 추천 둘레길 코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24 0
2219 [여행 리뷰] 동해 어디까지 가봤니?...올 여름은 낯선 듯 낯익은 '동해'로 [1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1413 10
2218 [한강 리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8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